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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국계 기업 공산당을 품다

중국의 외국계 기업 공산당을 품다



중국 최대 외국계 유통체인인 까르푸가 6월 16일 사내 당지부(黨支部)와 당위원회 설립을 발표했다. 당시 까르푸의 당지부 설치는향후 외자 기업의 공산당 조직 설립 확대로 이어질지를 판단하는 ‘풍향계’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지부와 총부를 설립한 월마트의 경우 언론에서 ‘세계 최대 공산당 조직이 세계 최대 유통업체에 입주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공산당 조직에 대한 반감은 옛말당지부는 중국 공산당원으로 구성되는 기층 조직이다. 공산당 정관을 보면 기업, 농촌, 기관, 학교, 연구기관, 인민해방군 등 각

기초 단위에 3명 이상의 정규 당원이 있을 경우 당지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과거 당지부 설립은 국가 행정기관이나 국유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외국 기업의 중국진출 초기 회사 내 공산당 조직의 설립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산당 조직에 대해 외국인 사장 입장에서 반감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직원 채용을 거절하는 일까지비일비재했다. 이에 따라 공산당원인 직원들은 당원 신분을 감추고 입사하기 일쑤였다. 여러 가지 분위기상 당지부 설립은 언감생심이었던 시절이다.

그러던 중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중앙위원회에서 민영기업과 외자 기업의 당조직 설립을 강조하면서 특히 외자 기업에 대한 당지부 설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비(非)국유기업을 위한 당건설연구위원회’를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하고 비국유기업에 당지부를 세우는 종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당지부 설립을 확산시키기 위해 주요 외자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각개격파 방식을 택했다. 외국인 관리자들에게 당지부 설립의 필요성과 당원의 우수성을 직접 설명하면서 당지부 설립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6년부터 외자 기업들도 점차 당지부 설립을 받아들였다. 베이징, 상하이, 광

저우, 선전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지방 도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이징과상하이는 외자 기업 당지부 설립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지역이다. 상하이는 이미 400여 개의 당지부에 1만 여명의 당원이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1개 외자 기업공산당위원회, 5개 공산당 총지부, 98개 당지부가 설립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내 당지부를 설립한 주요 외자 기업으로는 노키아, 스탠다드차터드 은행,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알카텔 등이 있다. 당지부 설립대열에는 베이징현대차도 이름을 올렸다.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외자 기업 당지부는 운영경비 부족과 직원 이직 등으로 명성만

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외자 기업 내 당지부 설립은 최근 1~2년 사이에 본격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

즘 추세는 과거의 피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대형 외자 기업을 중심으로 주동적으로 당조직 설립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회사 발

전을 위해서는 당지부 설립이 당연하다는 풍조로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에 대해 공산당 중앙조직은 고무된 표정이다. 공산당 조직을 설치한 우수 외자 기업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배려와 지지 방침도 드러냈다. 5월 중국공산당은 민영기업과 외자 기업의 당조직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민

영기업과 외자 기업 당조직 내 간부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요건에 부합되는 일부 당원의 경우 각 급 당대표대회, 인민대표대회, 전

국정치협상회의 등 참가대표로 발탁하기로 하는 등 과거 외곽조직이었던 외자 기업 끌어안기에 부산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처음으로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 외자기업 당대표가 참가하도록 한 것이다. 오는 10월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참석자 명단에 사상 최초로 외자 기업 공산당원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노키아지멘스통신기술(베이징)상해분공사 인사총감청리(成莉)가 그 주인공이다. 청 총감은 외자 기업 당원대표로는 최초로 18대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지부 설립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외자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이익의 극대화와 노동생산성 향상이

다. 많은 외자 기업이 당지부 설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점차 당지부의 기능과역할에 대해 기업경영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당지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직원들을 위한 서비스이다. 복리후생 등 분야에서도

당지부는 일익을 담당한다.

직원들을 대신해 의료기금 설립을 신청하고 사내 급식문제에 대해 협상하는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정부 및 공산당과 기업 간의 코디네이터 역할도 무시하지 못한다. 노무분쟁 등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지부가 나서 사측과 문제해결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회사 측과 직원 간 갈등이 발생하면 당지부에서 적극 나서서 중재활동에 나선다.이를 통해 불필요한 노사분규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측의 이익확대와 직원의 권익보호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한다. 직원들을 조직해 사회봉사 등 공익활동에 참가하기도 한다.

실제 알카텔, 상하이 벨 등 외자 기업의 당지부 조직원은 주말 식수활동이나 농촌자매결연 학교 지원 등 공익활동을 수행하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당조직의 인맥을 통해 기업경영과 발전에도 일정 부분기여한다. 최근 노키아지멘스통신(상하이)유한공사는 회사 부총재 겸 당위원회서기황쥔지엔(黃俊健)의 노력 덕분에 1000만 위안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타내기도 하였다. 일본 모 외자은행은 번역과 사고방식 차이로 은행업감독관리국 감사에서 문제가 터진 것을 유관 기관 당지부의 도움을 받아 별문제없이 통과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베이징현대차에도 당지부 설립외자 기업들의 당지부 설립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과거 회사 내 공회 설립과 함께 또

하나의 ‘친 중국’ 조치이다. 외자 기업이 중국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외국 기업의 문화를 현지문화와 충분히 결합해 현지에 맞는 경영방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현지 문화와의 융합이 기업경영에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일본회사 EBARA의 중국 수석대변인은 “당조직의 주요 임무와 목표는 우리 기업의 임무 및 목표와 일치한다”며 당지부의 설립을 적극 지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베이징현대차의 사례를 보자. 회사 설립초기에는 공산당원 숫자가 76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260명으로 늘어났다. 당위원회서기이자 상무 부총경리를 맡고 있는 리펑(李峰)은 “베이징현대차에서 근무하는 뛰어한 직원 전부가 공산당원이 아닐지는 몰라도, 공산당원은 반드시 우수한 직원 중에서 뽑는 것이 원칙”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당위원회는 한국 직원에게도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 공산당 장정)을 보내면서 포용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리 서기는 또 “당위원회는 외자 기업에서 중국 측 파트너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직형태”라며 “외국에서 온 직원들이 중국공산당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한편, 중국에서 기업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도 당조직을 정치 자원화 하여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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