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기업 경쟁력] 감성을 팔고 미래 준비는 그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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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CEO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위기를 딛고 일어설 묘책은 없을까. 8월7일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 스위트룸에 세 명의 CEO가 모여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맹무섭(65) 리츠칼튼 서울 사장, 우에노 야스아키(52) 한국후지제록스 사장, 형원준(49) SAP코리아 사장이다.
맹무섭 사장은 1973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00년 제주신라호텔의 총지배인(부사장)을 맡았다. 2년간 일하면서 신라호텔을 10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다. 2006년 11월엔 리츠칼튼 서울 사장으로 부임했다.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이곳 역시 맹 사장 취임 다음 해에 흑자를 냈다.
1983년 일본 후지제록스에 입사한 우에노 야스아키 사장은 97년부터 11년 동안 미국 제록스 인터내셔널 파트너스에서 영업을 총괄하다 부사장을 지냈다. 2010년 7월부터 한국후지제록스 경영을 맡았다. 과감히 하드웨어 판매 회사에서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문서관리 아웃소싱 사업이 2010년에 비해 55%나 성장했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11년 동안 삼성전자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때 재고를 줄이고 공정을 합리화하는 린(Lean) 생산방식과 전사적자원관리(ERP), 글로벌공급망관리(SCM) 도입을 주도했다. 2007년 i2테크놀로지 아·태지역 총괄 사장을 거쳐 2008년 SAP코리아 사장에 선임됐다. SAP는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로 세계 약 19만개 기업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세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서로의 회사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사업분야가 다른 세 명은 흥미롭게도 경영 전략에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중간중간 화제를 바꾸기 위해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일본인인 우에노 사장을 위해 동시통역사가 함께 했다.
기업 경쟁력이란 무엇인가요우에노 야스아키 한국후지제록스 사장 딱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재력(人財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재가 아니라 사람이 재산이란 의미입니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가 되려면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해요. 시대가 바뀔수록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다양하고 복잡해집니다. 여러 부서는 물론 외부 협력사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죠.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경영 환경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 맞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경제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요즘은 경영 변수가 너무나 많아요. 게다가 유럽발 금융위기로 경제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혁신은 제품이 아니라 프로세스에서 이뤄질 겁니다. 최고의 프로세스를 만들 인재가 필요합니다.
맹무섭 리츠칼튼 서울 사장 비슷한 의견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상품이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기업 입장에선 이런 제품을 만들고 조직을 이끌어 갈 사람이 중요합니다. 고급스런 경험을 제
공하는 세계 최고의 호텔이 리츠칼튼의 비전이예요.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주는 건 결국 직원들입니다. 고객 만족을 넘어서 감성을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3.0시대형원준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박사가 쓴 책 『마켓3.0』을 보면 감성기술이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마켓 1.0 시대엔 대량생산과 밀어내기의 푸시(Push) 방식이 통했지요.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회사 포드였어요. 소비자의 취향이 중시된 2000년대 전후엔 삼성전자의 풀(Pull)방식이 주목을 받았어요. 고객이 요청한 수량 만큼만 만드는 겁니다. 수량이 한정돼 신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이 서둘러 사게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3.0시대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제품을 두고 고객과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기업은 개인 맞춤형으로 ‘푸시-풀’ 방식을 함께 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맹무섭 전 세계 리츠칼튼 체인 호텔에선 직원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호텔에 묵었던 가족이 실수로 곰 인형을 두고 갔습니다. 직원이 예쁘게 포장해서 보냈습니다. 여기엔 아이가 호텔에서 보냈던 침대, 식당, 수영장 등에서 곰 인형을 놓고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이 담겨 있지요. 아이가 호텔에서 보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신경 쓴 거죠. 다른 한 고객은 위스키가 조금 남은 양주병과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엔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고요. 그가 지난번 머물렀을 때 두고 간 것을 직원이 잘 보관했다가 챙겨드린 겁니다.
우에노 감성 경영 사례가 좋네요. 후지제록스 역시 기대이상의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선 고객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안테나를 켜고 있습니다. VOC(Voice of Customer) 시스템을 통해 고객 의견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만 사항은 실시간 해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맹무섭 ‘고객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봐요. 최근 장례식장엔 새로운 변화가 일고있습니다. 접수처 천장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요. 손님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모습을 상주가 볼 수 있도록 한 거죠. 한번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난감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겐 예의가 아니죠.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게 카메라 설치입니다. 당연히 카메라가 설치된 장례식장이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형원준 백화점에선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백화점 입구에 들어서면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거예요.검색된 자료를 토대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예를 들어 VIP고객이 오면 구매 성향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는 거죠. 입구에서 바로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신제품 코너로 안내하거나 어느 매장에 고객이 찾는 제품이 있는지를 조언할 수 있습니다.
우에노 고객 맞춤형 카탈로그 역시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자동차 유통회사 디테른은 고객 맞춤형 카탈로그로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카탈로그마다 고객의 이름이 적혀있어요. 고객의 취향을 꼼꼼하게 분석한 세가지차량 모델을 제시했고요. 25만부를 배포했음에도 과거 200만부를 보냈을 때보다 10배 이상의 고객이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시승 고객 중 구매 비율은 4배나 증가했고요. 일본 유명 여행사인 JTB트래블랜드 역시 고객의 나이·성·선호하는 국가·여행 종류 등을 파악해 간행물을 만들었어요. 수신자의 23%가 여행사 매장을 방문했고, 방문 고객의 87%가 여행을 계약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맹무섭 호텔 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어요. 의료 관광객이 연간 30%가량 증가하고 있습니다. 편하게 호텔에서 쉬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성형외과 환자는 외부 노출을 줄이면서 병원과 숙소를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년 말 연회실, 상가를 리모델링해 고급 스파와 안티에이징 병원을 유치했습니다. 외국인 환자 비율이 크게 늘면서 병원과 호텔 모두 윈-윈 하고 있어요.

아웃소싱으로 핵심업무에 집중올해는 어떤 사업에 중점을 두고 키워가고 있나.우에노 요즘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업무용 태블릿 PC를 배포하는 등 스마트 오피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어요. 문서를 보다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문서관리 아웃소싱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문서 관리에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고 있지요. 디지털 인쇄는 고객들의 영업에 도움을 주고 비용 대비 효과를 높여줍니다. 디지털 인쇄 시장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형원준 올해 사업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이미 10년 전에 나왔어요. 그 동안은 통신 인프라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을 못 한 거죠. 요즘은 두 시간짜리 영화도 3~4분이면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 베이스를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SAP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인적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일 년에 두번 가량 인사 고과를 매깁니다. 그때만 열심히 일하거나 상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시스템은 평소에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겁니다. 상사가 직원에게 코칭을 해주기도 하고, 고객 파트너사의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직원 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고객들의 답변 역시 포함됩니다. 직원 업무에 다각도로 이뤄진 평가를 분석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국내에 처음 출시돼 몇몇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맹무섭 리츠칼튼은 웨딩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300쌍의 웨딩클럽 멤버가 늘고 있 습니다. 고객에겐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보낸 곳이니 특별할 수 있지요. 호텔 입장에선 웨딩클럽 멤버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형제·자녀 등 가족까지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만큼 결혼식에 정성을 쏟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매년 자동차 회사의 협찬을 받고 있어요. 추첨을 통해 웨딩클럽 멤버 중 한 쌍에게 자동차를 선물로 줍니다. 예식장 입구에 차를 전시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 역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어요.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엔 기아자동차와 업무 제휴를 맺었습니다. 기아자동차 전국 영업소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컨설팅을 해주는 겁니다. 호텔의 뛰어난 서비스를 익히고 고객 응대 메뉴얼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일입니다. 대신 기아자동차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호텔을 이용하기로 하고요.
우에노 두 기업 모두 각자의 장점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 윈-윈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네요. 한국후지제록스 역시 1년 동안 문서관리 아웃소싱 서비스 사업이 50%이상 성장했습니다. 아웃소싱 서비스는 수비형과 공격형 두 가지가 있어요. 수비형 아웃소싱은 컨설팅을 통해 사무기기 사용 대수를 줄입니다. 자연히 소비 전력량이 감소하고 문서량도 줄어듭니다. 문서관리 컨설팅엔 보안 솔루션도 있습니다. 종이로 새 나갈 수 있는 기밀 정보를 차단합니다. 보안상 금지어로 설정해 놓은 단어가 포함된 문서가 출력될 경우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 됩니다. 반대로 공격형은 마케팅에 직접 관여를 해서 고객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겁니다.
맹무섭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게 종이를 아끼는 거지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경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에노 기회가 되면 리츠칼튼의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컨설팅을 통해 아웃소싱을 받으면 눈에 띄게 비용이 절감됩니다.
친환경 경영이 미래의 경쟁력미래의 기업 경쟁력은 무엇일까요.형원준 미래의 IT 트렌드는 저탄소 경영입니다. 2년 전에 SAP는 탄소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1년 동안 1600억원의 비용을 줄였습니다. 탄소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문을 가시화했습니다.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통해 기업의 자원을 관리하듯 환경 관리가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맹무섭 기업 경쟁력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요.감성 경영 다음으로는 친환경 기업이 각광을 받을 겁니다. 호텔에서도 LED조명으로 바꾸고, 남는 열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장기간 투숙하는 고객에겐 시트 커버를 매일 세탁할지를 물어봅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자원을 아끼는 노력이 기업 경쟁력으로 꼽는 시대가 올 겁니다.
우에노 비슷한 생각입니다. 환경경영 효과를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내에서 ‘언행일치’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문서 출력 때마다 직원은 사원 카드로 인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부서별로 매월 문서 사용 현황을 분석합니다. 문서 출력량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고객사에서 버린 제품을 회수해 철·알루미늄·유리 등 재질별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재활용 시스템으로 확보한 천연 자원은 3억2000만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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