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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10월 초 그리스 운명 결정

유로존 10월 초 그리스 운명 결정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월 20일 그리스에 1300억 유로에 이르는 2차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1차 구제금융의 미집행분 340억 유로까지 더하면 지원 규모는 총 1640억 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EU-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6월 이후 3개월째 중단했다. 경제상황 악화와 긴축에 대한 반발로 그리스정부가 재정건전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그리스 정부는 은행 구제기금 자금과 초단기 정부채(T-bill) 발행,정부자산 매각 등으로 소요자금을 간신히 융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EU-IMF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이 중단되거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담보물로 그리스 국채를 더이상 인정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10월 이후 재정 고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EU-IMF와의 긴축 이행계획을 약속하고 315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지원받아야 한다.


구제금융 없으면 부도 위기 몰려현재 EU-IMF-ECB의 트로이카 실사단은 7월 이래 긴축 이행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그리스 정부에 앞으로 2년간 총 115억 유로의 긴축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연금 지급을 최대 35% 줄이고 공기업 임금도30~35% 삭감하고, 4만5000명의 공공부문 인력을 축소한다는 긴축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긴축조치는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1,2차 총선을 치르면서 어렵사리 집권에 성공한 사마라스 총리로서는 반(反) 긴축을 외치는 급진 좌파정당인 시리자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마라스 총리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집권 때 ‘긴축 이행 시한의 2년 연장’을 관철할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다. 사마라스 총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8월 23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순방길에 나섰다. 독일·프랑스 정상들과 만나 위기 타개책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과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8월 22일), 메르켈 독일 총리-올랑드 프랑스 대통령(8월 23일), 메르켈 총리-사마라스 총리(8월 24일), 올랑드 대통령-사마라스 총리(8월 25일)로 이어지는 셔틀외교가 잇따라 이뤄졌다.

사마라스 총리는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 경기침체 심화와 신(新)정부 출범 지연 등을 이유로 긴축에 차질이 생겼다며 긴축 시한의 2년 연장(2014년→2016년)을 요청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돈이 아니라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셔틀외교 노력에도 사마리스 총리의 기대와 달리 긴축 시한 연장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이구동성으로 그리스의 긴축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해 트로이카 실사단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이후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사마라스 총리입장에선 메르켈 총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올랑드 대통령마저 자신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트로이카 실사단의 평가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을 미리 내리면 국내외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셔틀외교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 실망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메르켈 총리는 긴축 시한의 연장에 대한 확답은 피한 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강력히 희망한다”는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추가 지원에 대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충분한 명분을축적해야 하므로 트로이카의 공식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9월 초 아테네를 다시 방문해 실사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9월 중순 경에 최종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지원여부는 10월 8~9일 룩셈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예상되는 그리스 위기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낙관적 시나리오는 긴축 이행 시한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해 주면서 315억 유로의 구제금융 자금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긴축 시한 2년 연장’은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주요 채권국이 반대하고 있고,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작아보인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그리스에 긴축 시한을 2년 연장해 준다는 것은 약 200억 유로의 추가 재정지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긴축프로그램 아래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하되, 긴축 시한 연장보다 구제금융 자금의 적용금리 인하,상환시점 연기 등을 통해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는 시나리오다. 이는 아일랜드에 대해 적용금리를 인하해 주었던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채권국들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카드라 할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페인 사례 때처럼 긴축시한을 1년 연장해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그리스 정부가 긴축 이행 약속을 현저히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제금융 지원을 보류하거나 무기한 연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S&P는 수개월 내 탈퇴 확률을 30%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시티그룹은 18개월 내 유로존 탈퇴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 때 그리스경제는 물론 유로존 경제도 1조 유로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때 2400억 유로의 직접손실은 물론 위기 전이에 따른 자본조달 비용 상승과 신용경색 악화로 유로존 전체적으로 약 9000억 유로의 간접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 시간문제란 관측도이는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것과 같아 경제적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유로존 차원에서 그리스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확실히 차단할 수있는 방화벽을 구축하고 있느냐가 그리스의 운명과도 직결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확실한 방화벽이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유럽안정화기구(ESM)의 자본금 규모를 적어도 1조 유로 이상으로 대폭 확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EFSF·ESM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독일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악화로 고심하고 있어 더 이상의 재정적 부담을 원치 않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SM에 은행면허를 부여해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채무의 공동화에 반대하는 회원국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아이디어다.

따라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가 지닌 파괴력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트로이카는 그리스를 디폴트 위기로 내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를 내치기에는 대응체제가 아직 덜 갖추어져 있어서다. 따라서 세 번째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최종 결정이 내려질 10월 초까지는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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