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비누 쓰는 역발상으로 승부

전기면도기의 역사를 이끌어온 회사는 네덜란드의 필립스다. 이 회사는 1939년 면도망이 장착된 회전식 전기면도기를 최초로 개발했다. 면도망은 수염을 들어올리도록 하는 장치로 면도날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 전기면도기는 피부 자극이 심하고, 면도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필립스의 제품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 받았다. 필립스는 첫 제품이 등장한 1939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세계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필립스의 제품은 한국에서도 통했다. 1985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1위를 내 준 적이 없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GFK코리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필립스 면도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2%다.
필립스가 가장 먼저 싸워야 했던,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는 경쟁상대는 ‘습식면도’다. 1880년대 T자형의 안전면도기가 등장한 이후로 사람들은 거품과 젤, 물을 사용하는 습식면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초창기 제품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전기를 사용하는 면도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필립스는 역발상의 전략을 택했다. 경쟁사들이 전기면도기의 장점을 강조하는 제품을 생산할 때, 필립스는 전기면도기를 습식면도 방식과 닮아 있는 형태로 만드는데 주력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손잡이 목 부분을 얇게 만든 디자인이다. 전기면도기를 손에 쥐었을 때, 과거 칼날 면도기를 손에 쥐었을 때와 비슷한 그립을 만든다.
전기면도기를 물·비누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방수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역시 면도는 물과 비누가 있어야 깔끔하게 된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바쁠 때는 건식면도,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습식면도를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필립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기존의 방수제품은 헤드에만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필립스는 전체 방수가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샤워를 하면서 면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센소터치 시리즈다.
전기면도기 시장 2위인 브라운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었다. 필립스는 동그란 원형의 헤드가 2~3개 부착된 제품을 판매하고, 브라운은 일자형의 칼날을 사용한다. 날의 형태가 달라 구동방식도 다르다. 필립스는 둥그런 날의 회전을 통해 수염을 제거하고, 브라운은 일자날의 좌우 진동을 이용한다. 효과를 놓고는 지금까지도 갑론을박이 많다. 회전형은 면도날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 피부자극을 줄 일 수 있는 반면에 면도 후 깔끔함이 부족하다. 좌우 진동형은 강력한 힘을 가진 대신, 자극이 심하고 소음과 진동이 크다. 이 싸움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필립스는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원형 헤드를 개발해 최대한 피부에 밀착해 면도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시장점유율 2위인 브라운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필립스의 면도기만이 가진 세련된 디자인도 강점이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강조된 부드러운 디자인이다. 날이 원형인 까닭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필립스는 자사의 제품 구매 용도 중 51%가 선물용이라는 설문에서 착안, 여성을 마케팅 타깃으로 공략했다. 여성들이 사랑하는 남자의 선물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캐치한 것이다. 2010년 출시된 센소터치3D의 광고모델로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현빈’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것도 전략의 일부다. 운동선수나 강인한 남성상을 가진 모델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경쟁기업과는 다른 길을 개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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