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강세에 인덱스 펀드도 들썩
대형주 강세에 인덱스 펀드도 들썩
유로존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같은 악재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 시행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주식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크게 보면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지만 롤러코스트를 타듯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오르내림 폭이 적은 인덱스 펀드가 눈길을 끈다. 인덱스 펀드란 말 그대로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걸 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대개 주가지수에 영향력이 큰 종목을 펀드에 편입해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운용하는 상품이다.
한국 증시를 잘 반영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KOSPI200’의 주요 종목을 지수비율에 맞게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패시브(Passive)펀드로 불린다. 특정 종목을 적극 선정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내려는 액티브(Active) 펀드와 비교해서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조7000억원이 빠져나가는 사이안 인덱스 펀드에는 8000억원이 몰렸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3일 현재 99개 ‘인덱스주식코스피200’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75%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2.86%보다 높다.
올 들어 인덱스 펀드에 8000억원 몰려개별 펀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테마증권상장지수 투자신탁’의 최근 8개월 수익률이 22.82%로 가장 높았다. 이 펀드는 아모레퍼시픽과 엔씨소프트, LG패션 등 19개 종목으로 구성된‘FnGuide 중국내수테마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펀드의 투자 종목은 해당 기업의 재무, 경영 건전성 등을 고려해 1년에 4차례 정기적 또는 수시로 바꾼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성장에 따라 직간접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거래소 상장 기업만으로 추종 지수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동일가중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같은 기간 11.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삼성카드와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펀드의 1년 누적 수익률은 14.54%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0.28%)보다 훨씬 높다. 인덱스 펀드가 인기를 얻은 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면서 많은 일반 주식형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강송철 연구원은 “외국인이 코스피200에 포함된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면서 관련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인핸스트(enhanced)전략’이나,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편입 종목을 사고파는 ‘퀀트전략’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도입한 것도 수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덱스 펀드는 액티브 펀드에 비해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성과가 더욱 좋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덱스 펀드 중 하나인 대신자산운용의‘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은 2008년 설정 후 3년 누적 수익률이 122.34%에 이른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최근 현대그룹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9월 5일 종가 22만7000원으로 1년 사이 45%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기아차 주가도 15% 상승했다.
인덱스 펀드의 또 다른 장점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실패할 펀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
를 운용하는 매니저의 역량이나 판단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는 소극적으로 시장을 따라가기 때문에 그런 오류의 가능성이 작고, 운용 성과와 결과를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다.
1~2년 수익률 좋은 펀드 골라야종목 분석에 들이는 노력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보수가 저렴하다.일반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는 판매보수(약 1%)와 운용보수(약0.7%)를 합쳐 해마다 1.7%정도를 떼어 간다. 인덱스 펀드는 판매보수(약 0.6%)와 위탁보수(약 0.3%)를 합쳐 약 0.9% 수준이다. 일부 온라인 전용 인덱스 펀드는 이보다 더 낮기도 하다.세제 혜택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에 장기펀드 소득공제가 포함됐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5년 이상 주식형 펀드에 불입하면 최대 10년간 납입액의 40%(최대 240만원)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인덱스 펀드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배성진 연구원은“상반기에 코스피 수익률도 따라가지 못한 펀드가 많았는데 하반기에도 비슷할 전망”이라며 “여러 종목을 분산투자 하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인덱스 펀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T와 자동차에 이어 하반기에는 철강과 기계·조선 업종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덱스 펀드를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특히 ‘어떤 지수를 추종하느냐’가 중요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덱스 펀드에 사용되는 추종 지수는 열 가지가 넘는다.
예컨대 주요200개 종목의 지수를 따라가는 KOSPI200인덱스펀드와 코스닥 50개 종목의 지수를 목표로 하는 KOSDAQ50 인덱스 펀드,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을 지수를 목표로 하는 ‘KODI 인덱스 펀드 등이 있다. 현재 KOSPI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가장 많다.전체 215개 인덱스 펀드 중 46%인 99개가 KOSPI200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수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 성향에 맞는 지수를 선택해야 한다. 액티브 펀드에 비해 차이가 작지만 인덱스 펀드 간에도 성과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개별 펀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따져봐야한다. 우수한 펀드의 첫째 조건은 역시 수익률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위원은 “같은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서도 1~2년이상 수익률이 양호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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