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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콜롬비아 마약업계의 ‘대모’

[person of interest] 콜롬비아 마약업계의 ‘대모’



땅딸막한 몸집에 철 지난 옷을 입고 이중턱이 도드라진 그리셀다 블랑코(69)는 옆집 할머니처럼 보였지만, 아무도 그녀를 노인(golden ager)으로 부르지 않았다. 콜롬비아출신인 그녀는 마약밀매부터 다중살인까지 각종 범죄로 악명 높았다. 주행 중 총격은 그녀의 전매특허였다(Drive-by shootings were her calling card). 이 범죄계의 ‘대모(Godmother)’는 그동안 적도 많이 만들었다. 그중 한명이 지난주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에서 그녀를 끝장냈다. 블랑코가 동네 정육점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모터사이클을 탄 괴한이 그녀의 머리에 총을 두 발발사한 뒤 도망쳤다. 블랑코의 임신 중인 전며느리는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봤다. 그녀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블랑코의 가슴에 성경책을 올려 놓았다. 블랑코가 막 구입한 165달러 어치의 고기는 포장도로위에 나뒹굴었다.

블랑코의 최후는 그녀의 범죄이력만큼이나 직설적이고도 극적이었다(Blanco’s end was as blunt and dramatic as her career in crime had been). 중남미의 마약밀매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두목이었던 그녀는 전설적인 마약업자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차를 훔치던 시절인 1970년대부터 이미 노련한 마약거래상(seasoned drug dealer)이었다. 십대의 나이에 소매치기부터 시작해 매춘을 겸하다가 콜롬비아의 마약 거래가 세계화하면서‘코카인 대모(Madrina de la coca)’의 자리에 올랐다. 키가 고작 152㎝였지만(부푼 헤어스타일로 조금 더 커 보이기는 했다) 그 어떤 마약 거물보다 무자비했다.

그녀의 남편 세 명은 전부 마약 거래 중 횡사했다. 그중 한 명은 그녀의 손에 살해됐다. 블랑코는 그와 사업상의 문제로 다투다가 부츠에서 권총을 꺼내 쏘았다. 그 이후로 그녀의 별명은 배우자를 잡아먹는 거미 ‘블랙 위도(Black Widow)’였다. 그녀는 막내아들 이름을 영화 ‘대부’의 주인공 마이클 콜레오네로 지었다. 미국 수사관들은 블랑코 무리가 40건의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고 본다. 비공식 기록으로는 그 수치가 250건까지 올라간다. 중남미 마약 밀매업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무용담에 따르면 모터사이클 암살자를 고안해낸 사람이 바로 블랑코였다. 1980년대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코카인 전쟁에서 경쟁자나 골칫거리들을 제거하는 데 애용된 수법이었다.

미국 마이애미로 이주한 그녀는 매년 코카인 약 3t을 미국에 수출하는 마약 왕국을 세웠다. 마이애미에 대저택을 가진 백만장자인 동시에 암흑가의 퇴폐와 복수의 상징이 됐다. 특히 1979년 마이애미의 데이드랜드 몰의 주류판매대에서 백주 대낮에 마약거래계의 경쟁자 두 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1985년에 경찰에 체포됐고 2004년 콜롬비아로 추방되기까지 19년간 미국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메데인으로 돌아와서는 손을 씻었지만 복수에는 공소시효가 없었다(Back in Medellín, she kept clean, but apparently there is no statute of limitations on vendettas).

블랑코의 잔혹한 죽음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현실을 경고한다기보단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다(less a cautionary tale and more of a relic from the past). 블랑코나 그녀의 뒤를 이은 마약 거물들은 한때 콜롬비아라는 국가 자체를 위협했다. 그러나 이제 길거리 범죄가 소탕되고 게릴라들은 자취를 감추면서 콜롬비아는 중남미의 떠오르는 신흥개발국이 됐다. 마약거래상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대부분 멕시코나 다른 인근 국가로 피신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라면 모를까 블랑코 외 다른 ‘대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But it’s hard to imagine another Godmother, except perhaps in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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