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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 이번엔 경제 문제가 아니야, 바보야

[compass] 이번엔 경제 문제가 아니야, 바보야



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여론조사의 지지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세하다. 모순이다. 정치과학자들로 구성된 한 대규모 연구단체에 따르면 이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정치 중력의 법칙(the law of political gravity)’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로 형편없는 수준이며 실업률은 8% 아래로 떨어질 줄모른다. 게다가 제조업이 3개월 연속 위축됐고 소비자 신뢰도도 하락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식료품 구매권 푸드스탬프(food stamps)에 의존해 살아가는 미국인이 470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미국은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위기에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권자투표에서 51%,선거인단 투표에서 311표를 얻을 전망이다.콜로라도주와 플로리다주,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 네바다주, 오하이오주, 버지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대표적인 경합지역(key swing states)을 포함해서 말이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확률은 4분의3이다. 만약 미트 롬니가 사람들의 동정을 받을 만한 인물이었다면 그를 동정해 마땅한 상황이다.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4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첫 번째 설명은 실제론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아주 좋은데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팩트 체커(fact checker, 사실 검증담당자)’를 자처하는 블로거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설명에 나설 것이다. “재정절벽은 헛소리”라는 말을 포함해서 말이다.두 번째 설명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좌우하는 요인은 비교적 소수의 유권자(극소수 주의 교외 중산층)가 오바마에게 등을 돌릴지 여부다. 4년 전에는 이들 중다수가 오바마를 찍었다. 지금 이들은 오바마에게 투표한 사실을 후회한다. 하지만 정치변화와 해묵은 인종적 편견의 해소를 약속한 오바마에게 등을 돌리자니 왠지 찜찜하다. 그래서 이들 부동층 유권자는 여론조사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설명의 한 가지 변화된 형태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를 찍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4년 전엔 젊은 층과 흑인의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경제침체로 가장 고통 받은 계층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이 롬니를 찍지는 않더라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세 번째 설명은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기보단 미래를 내다보면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은 유권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현재 여러분은 4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졌습니까?” 지난달 공화당은 다시 이 질문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의 홍보 담당자들(spindoctors)은 잠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로저 앨트먼 전 재무부차관보가 돌파구를 찾아줬다. 앨트먼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금까진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지만 주택시장 회복과 대체 에너지 개발을 통한 에너지 독립으로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지금 현재보다 앞으로 4년 후 형편이 더 좋아질까?”를자문해야 한다.네 번째 설명은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경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지켜볼수록 이 마지막 설명에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떤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다수 유권자가 경제를 꼽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는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많은 사람이 ‘롬니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들은 롬니보다는 오바마와 맥주를 한잔하거나 농구경기를 하는(shooting hoops) 장면을 더 쉽게 떠올린다. 또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유 중에 종교적인 문제도 있다. 롬니의 모르몬교는 대다수에게 좀 기이한 인상을 주지만 오바마의 ‘경도 복음주의 (Evangelicalism Lite)’는 거부감을 거의 주지 않는다.

낙태 문제도 잊어선 안 된다. 대다수 여성은 롬니와 라이언 팀이 승리할 경우 낙태금지가 그들 정책의 제1순위가 되리라는 사실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바마 진영은 지난 여름 이 카드를 아주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낙태반대론자인 공화당의 토드 애킨 하원의원이 “성폭행으로는 임신이 안 된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것도 꽤 도움이 됐다.아니면 만에 하나 이번 선거가 비히스패닉계 백인 남성(롬니를 지지하는 층) 대 나머지 미국인의 대결로 변질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008년 큰 희망을 안고 출범한 오바마정부의 통치 결과가 인종과 성별을 중심으로 한 미국인의 분열이라면 보통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하다.지난주 민주당의 일자리 창출 기록을 내세우며 열변을 토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번엔 경제가 문제가 아니야, 바보야(This time it really isn’t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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