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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우먼파워 소통과 상생을 말하다

아시아 우먼파워 소통과 상생을 말하다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미술 전시를 일컫는 비엔날레(Biennale).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1998년 부산비엔날레, 2000년 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연이어 출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비엔날레열풍에 한국도 가세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미술계는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담론과 다양한 전시 방식들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고, 더욱 풍요로운 문화예술 콘텐트를 생산할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 관계자의 방한 일정을 고려해, 최근 국내 비엔날레들은 짝수해 9월에 몰려서 개막하는 추세다. 따라서 9월에는 6개의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린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광주다.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에서 최초로 생긴 비엔날레라는 역사성과 함께 규모면에서도 ‘맏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9월 6일 오후 7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인 강운태 광주시장,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 배우 임수정과 이병헌,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경호팀과 취재진이 몰리는 진풍경을 이뤘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6명의 여성 공동감독 체제로 선보인다. 재작년 8회 비엔날레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단독으로 진두지휘한 것과 차별성을 두고자 한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우먼파워’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전략. 동북아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동까지 ‘범 아시아’를 아우르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큐레이터를 선임했다. 작년에 선임된 공동감독 김선정(한국), 마미 카타오카(일본), 캐롤 잉화루(중국), 낸시 아다자냐(인도), 와싼 알-쿠다이리(카타르),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는 지난 15개월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며 미팅을 했고,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적극 활용하며 전시를 준비해 왔다.


42개국 출신 작가 92명 참가이들이 정한 비엔날레의 주제는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 공동감독이라는 시스템을 적극 반영하는 동시에, 각국마다 다른 정치 경제 문화 현상을 미술적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필수적인 접근방식은 ‘소통’이며, ‘상생’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또한 공동감독들은 각각의 소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작가들을 초청했다. 각각의 소주제는 개인과 집단의 역할에 상반되거나 중첩되는 입장을 취하면서 전체전시를 이뤘다. 그리고 각각의 큐레이터가 독립된 전시를 만드는 형식이 아닌, 유동적으로 공간 전체를 이용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작품 명패에 표시된 색깔이다. 먼저 노란색으로 표시된 소주제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낸시 아다자냐)’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개인과 집단 사이의 연대성을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한작품을 선별했다. 보라색의 ‘역사의 재고찰(와싼 알-쿠다이리)’은 역사적 사건과 일상이 맺는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품을 소개한다. 주황색의 ‘일시적 만남들(마미 카타오카)’에서는 현대사회의 일시적인 만남과 상호연결성에 관한 작품이, 녹색의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김선정)’은 광주라는 장소를 이용한 직간접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빨간색의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캐롤 잉화 루)에서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변혁적 힘과 개인의 정신이 지닌 가치를 고민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란색의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알리아 스와스티카)’은 유동성, 공간성, 시간성에 대한 상이한 관념과 해석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현장에서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으로는 김범의 ‘12가지 조각적 조리법’이었다. 조금씩 다른 12개의 통닭 모양의 조각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치킨 교환권으로 바꿔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이 통닭 조각은 개막식날 모두 팔렸다. 또한 서도호는‘광주 폴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봉고 트럭을 개조해 만든 ‘틈새호텔’을 진행했다. 트럭 안에는 침대 및 침구뿐 아니라 세면대,커피포트, 헤어드라이어 등 1인용 호텔로 손색이 없는 생활 집기가 구비되어 있다. 틈새호텔은 전시기간 동안 추첨을 통해 이용객을 받아 광주 시내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숙박하게 된다.

2012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전시장 외에도 광주시내 일원의 다양한 장소에서 열려 관람객들에게 광주의 지역적 맥락과 역사를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과 접목해 보여 준다. 대인시장, 무각사, 광주극장 등 광주시내 전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켰다.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40개국 출신의 92명의 작가(팀)이 참가하며, 51개의 신작 프로젝트와 15개의 레지던시를 포함하여 과정 중심의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 작업이 진행되어 출품작품 수는 모두 300여 점에 이른다.전체 전시작 중 신작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 한국 작가 17명(팀) 중 광주지역 작가는 7명(팀)으로 포트폴리오 공모 및 리뷰 전시를 통해 선정된 광주, 전남 지역 작가가 대거 참여하면서 광주의 지역적 맥락을 탐구하는 작품도 다수 출품된다. 아이 웨이웨이, 앨런 카프로, 안리 살라,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같은 스타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이론가로 유명한 보리스 그로이스나 제임스 캐힐의 리서치 기반의 결과물이 작품으로 소개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비롯한 광주시내 전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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