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사라진다
국경이 사라진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국내의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 라틴계의 극적인 북부 진출의 역사보다 미국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없다(nothing will affect that society more than the dramatic movement of Latino history northward). 멕시코 인구 1억1100만명에 중미의 4000만 명을 더하면 미국 전체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전체 중미 무역의 절반이 미국을 대상으로 하며 멕시코 전체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인의 평균 연령은 37세에 가까운 반면 멕시코의 경우는 25세, 중미는 더 낮다(예컨대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20세다). 앞으로 미국의 운명은 서부개척 시대의 대륙 동-서 축과 애국 신화보다는 남-북 축에 좌우될 전망이다(The destiny of the United States will be north-south, rather than the east-west “sea to shining sea” of continental and patriotic myth).
미국 남쪽 국경의 절반은 사막에 그어진 인공 경계선이다. 1846~1848년 멕시코-미국 전쟁 이후 조약에 의해 설정됐다. 나는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이 국경을 넘은 경험이 요르단-이스라엘 국경과 베를린 장벽을 넘은 일만큼이나 충격이었다. 소노라주 노갈레스의 훼손된 보도 위에서 걸인들에 둘러싸여 국경을 표시하는 미국 국기를 바라봤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로 향하는 보행자 검문소(The pedestrian crossing point)는 작은 건물 안에 있었다. 문 손잡이를 건드렸을 뿐인데 내앞에 새로운 물질 세계가 열렸다(entered a new physical world). 고급 금속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손잡이, 깨끗한 유리, 세라믹 타일이 정교하게 맞춰진 방…. 날림으로 세워올린 멕시코의 구조물 속에서 몇 주를 지낸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인 듯했다.
방 안에는 이민국 직원과 관세청 직원 둘뿐이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멕시코와 다른 제3세계 국가에서 그만한 크기의 관공서 구내라면 항상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북적거리며 시끌벅적하게대화를 나눴다. 나는 곧 이스라엘에서처럼 완벽하게 표준화됐지만 차갑고 고립적인 환경 속으로 들어갔다. 거리는 텅 비고 상점 간판은 녹슨 금속과 싸구려 플라스틱 대신 고급스러운 폴리머(고분자 화합물) 소재로 만들어졌다. 몇 주 동안 격동과 반 무정부 상태 속에서 지냈더니 이들 조용한 거리가 상처받기 쉽고 부자연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아놀드 토인비는 야만인들과 로마의 관계를 다루면서 선진 사회로부터 저개발 사회를 향한 경계선의 이동이 멈출 때에관해 언급했다. “그 상태로 균형을 이루며 정착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후진사회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기운다(the balance does not settle down to a stable equilibrium but inclines, with the passage of time, in the more backward society’s favor).”
1940년 이후 멕시코의 인구는 5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은 미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계속 불어난다. 미국 동부의 엘리트들은 멕시코에는 상대적으로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대신 더 넓은 세계와 그 속에서 미국의 위상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 엘리트 층의 의식 속에서 이웃 나라 멕시코는 이스라엘이나 중국 또는 인도보다도 훨씬 우선순위가 떨어진다(America’s southern neighbor registers far less in the elite imagination than does Israel or China, or India even). 하지만 멕시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이 미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통일성을 지니기 어려운 구조다(Mexico exhibits no geographical unity). 바위투성이 중앙 고원의 양쪽으로 두 개의 커다란 산맥이 뻗어 있다.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과 시에라 마드레 오리엔탈이다. 그밖에도 주로 남부 지역에 국토를 가로지르는 산맥들이 있다.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시에라 마드레 데 오악사카 등이다. 멕시코에는 산이 아주 많다. 그대로 평평하게 펼쳐 놓으면 아시아만한 넓이가 된다. 유카탄 반도와 바하 칼리포르니아는 모두 기본적으로 다른 멕시코 지역과 분리돼 있다. 나머지 지역도 심하게 나뉘어졌다(is itself infernally divided). 멕시코 북부가 미국 남서부와 통합되면서 결과적으로 멕시코의 다른 지역과 분리되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 같은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런 추세는 공식적이지 않으며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이며 부인하기 어렵다.
멕시코 북부의 인구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이후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달러는 이제 남쪽 멕시코 시티 사이의 중간쯤에 있는 쿨리아칸까지 일반적인 거래수단이 됐다. 멕시코 북부는 전체 마킬라도라(면세 자유무역지대) 생산의 87%, 전체 미국-멕시코 무역의 85%를 담당한다. 멕시코 북동부 도시 몬테레이는 멕시코 대도시 중 하나다. 미국 텍사스주의 금융업·제조업·에너지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데이비드 다넬로는 미국 해병대원 출신으로 현재 미국 세관에서 근무한다. 멕시코 북부를 폭넓게 조사했으며 국경에 접한 멕시코 6개주를 모두 여행했다. 그는 거기서 미국과 조금이라도 무관한 사람을 아직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고(has yet to meet a person there with more than one degree of separation from the United States)내게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멕시코 북부는 문화적인 양극성을 지닌다. 국경지역의 노르테노들은 자신들이 멕시코 시티의 도회지 칠랑고들과 상극이라고 여긴다(frontier nortenos see themselves as the antithesis of Mexico City’s [city slicker] chilangos).”멕시코 북부도 지리적으로 갈려 있다. 서부의 저지대와 소노라 사막은 대체로 안정적이다. 동부의 리오 그란데강 유역이 가장 많이 발전됐으며 미국과 문화적·경제적·수리학적으로(hydrologically) 상호 연계돼 있다. NAFTA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지역이다. 하지만 그 중심부에 있는 산과 스텝(대초원 지대)은 사실상 무법지대다. 일례로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는 멕시코의 살인 일번지다(the murder capital of Mexico). 2010년 초 몇 개월 사이에 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9년에는 인구 120만 명의 도시에서 폭력범죄 사망자 수가 2600명을 넘었다. 그밖에도 20만 명가량이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했을지 모른다.
시우다드 후아레스가 위치한 치와와주의 살인율은 10만 명 당 143명 꼴이다. 미 대륙 최고 수준이다. 북부 산간 및 초원 지대는 예로부터 마약조직, 메노파 교도, 야키족 인디언 등 멕시코부족들의 아성이었다. 이 험악한 국경지대는 스페인 사람들도 길들이기 어려웠다. 훗날 1880년대에는 추장 제로니모와 그가 이끄는 아파치족의 본거지였다. 산시(陝西)성의 중국 공산당, 시에라 마에스트라의 쿠바혁명가들, 와지리스탄의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반군들의 도피처가 된 다른 외떨어진 고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마약 카르텔은 이런 지리적 전통에서 탄생했다.마약과 관련된 살인은 대부분 멕시코 32개 주 중 주로 북부에 위치한 6개주에서만 발생했다. 멕시코 북부가 나머지 지역과 어떻게 분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다(하지만 베라크루스주 그리고 미초아칸과 게레로 지역의 폭력도 두드러진다). 군대가 주도하는 마약조직 소탕작전이 완전히 실패하고 멕시코 정부가 다시 마약조직과협상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경우(Mexico City goes back to cutting deals with the cartels) 멕시코 정부는 기능적인 면에서 북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
이는 미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로버트 C 보너 전 미국마약단속국 국장은 이렇게 전망했다. “막강한 다국적 마약 카르텔들이 중남미의 안정을 위협한다. 미국은 그들이 지배하는 마약국가와 3200km의 국경을 공유하게 된다.”고인이 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비상한 예지력으로 일세를 풍미했다(made a career out of clairvoyance). 그는 멕시코가 미국에 던져주는 과제를 자기 마지막 저서의 주제로 삼았다. 헌팅턴은 ‘우리는 누구인가?(Who Are We? The Challenges to America’s National Identity)’에서 역사적으로 라틴계 인구가 북쪽 미국으로 이동하며(Latino history was demographically moving north into the U.S.) 결과적으로 미국의 성격을 바꿔놓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라고 헌팅턴은 주장한다.
미국은 앵글로색슨계 신교도정착민과 이민자 모두의 나라이며(is a nation of Anglo-Protestant settlers and immigrants both) 전자가 미국 사회의 철학적·문화적 근간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이민자들은 앵글로색슨계 신교도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미국인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의견·개인주의·공화주의(Dissent, individualism,republicanism) 모두 궁극적으로 프로테스 탄트주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신조는 하느님이 없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이며 미국의 시민종교는 그리스도가 없는 기독교다(While the American Creed is Protestantism without God, the American civil religion is Christianity without Christ).”
하지만 이런 신조는 히스패닉계, 가톨릭, 계몽주의 이전 사회의 부상으로 미묘하게 잠식될지 모른다고 헌팅턴은 추론한다. “멕시코 이민은 1830년대와 1840년대 미국인들이 멕시코로부터 강탈한 지역을 인구 수로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Mexican immigration is leading toward the demographic reconquista of areas Americans took from Mexico by force in the 1830s and 1840s)”고 헌팅턴은 썼다. “그것은 또한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선을 불분명하게 만들며 전혀 다른 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분명 오늘날의 이민 물결은 오히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헌팅턴은 평했다. 피터 스케리 보스턴대 교수는 이를 헌팅턴의 “더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통찰(more startlingly original and controversial insights)” 중의 하나라고 썼다. 스케리는 계속해 헌팅턴의 이론을 해설한다. “비히스패닉계 이민은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민자중 히스패닉계 50%는 어느 때보다 다양성이 훨씬 떨어지는 집단이다(the 50 percent of immigrants who are Hispanic make for a much less diverse cohort than ever). 헌팅턴은 이 같은 다양성 감소 때문에 동화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데이비드 케네디가 지적하듯 “다양한 이민이 널리 퍼져나가면서” 동화가 순조롭게 이뤄졌다(the variety and dispersal of the immigrant stream smoothed the progress of assimilation). “그러나 오늘날 단일 문화·언어·종교·국가인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대규모 이민은 다르다. 이들은 한정된 지역으로 몰린다(one large immigrant stream is flowing into a defined region)…. 놀라운 사실은 현재 남서부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과 견줄 만한 경험이 미국에 없었다는 점이다.” 2050년에는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스페인어를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의 중심에는 지리적 환경이 있다. “미국 역사에서 미국 영토에 대한 역사적인 권리를 주장하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다른 이민 집단은 없다. 멕시코인들과 멕시코계 미국인들만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한다.” 헌팅턴의 말이다.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의 대부분은 1835~36년 텍사스 독립전쟁과 1846~48년 멕시코-미국 전쟁 때까지 멕시코에 속해 있었다. 스케리가 지적하듯 결과적으로 멕시코인들은 한때 그들의 고국에 속했던 미국 영토로 건너가 정착한다. 따라서 “원래 자신들의 땅이었다는 소유의식을 갖는다.” 다른 이민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국가는 “기억된 공동체(a remembered community),” 말하자면 스스로에 대한 역사적인 기억을 가진 공동체라고 헌팅턴은 지적한다. 멕시코계 미국인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역사적 기억을 수정한다. 2000년에는 국경에 접한 12개 미국 주요 도시 중 히스패닉계 인구가 90%를 넘는 곳이 절반을 웃돌았다. 그 비중이 50% 이하인 도시는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주 유마 둘뿐이었다.
미국 남서부 국경의 붕괴는 지리적 현실로 정착돼 간다(The blurring of America’s Southwestern frontier is becoming a geographical fact). 국경의 어떤 보안설비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나는 학계와 언론 매체의 다른 사람들은 너무 고상해 다루지 못하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따로 떼어내 노출시키는 헌팅턴의 능력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의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헌팅턴은 미국 사회의 부분적인 라틴화에 맞서 앵글로색슨 신교도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주의에 확고히 기대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지리적 요건이 반드시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무엇이 성취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 윤곽을 잡아준다고 믿는다. 멕시코와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유기적으로 묶여 있다(the organic connection between Mexico and America is simply too overwhelming).세계주의(또한 제국주의)가 엘리트들 의 관점이라는 헌팅턴의 비아냥은 옳다(correctly derides cosmopolitanism as elite visions). 하지만 헌팅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일정 수준의 세계주의는 불가피하며 경시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21세기 중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펼쳐진 온대 지역에서 북에서 남으로, 캐나다에서 멕시코를 향하는 문명으로 부상하리라 믿는다(will emerge in the course of the 21st century as a civilization oriented from north to south, from Canada to Mexico). 동에서 서로 뻗어나가며 인종적으로 더 흰 피부를 가진 고립된 섬에서 탈피하게 된다(rather than as an east-to-west, racially lighter-skinned island). 이 다인종적 집단들은 뻗어나가는 교외지역의 도시국가를 이룬다(This multiracial assemblage will be one of sprawling suburban city-states).기술발달로 거리가 계속 좁혀짐에 따라 각자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경제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내가 볼 때 미국은 앞으로 비즈니스 거래에 면세혜택을 주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기 지역이 된다(would become the globe’s preeminent duty-free hot zone for business transactions). 또한 글로벌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 된다. 로마의 전통을 따라 이민법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들을 계속 빨아들인다(will continue to use its immigration laws to asset-strip the world of its best and brightest). 그리고 헌팅턴이 우려하듯 멕시코인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민자 인구 구성을 더욱 다변화해 나간다. 국가주의는 불가피하게 다소 희석된다. 하지만 미국특유의 정체성을 박탈하거나 군대를 저해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전은 멕시코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전제로 한다. 물러나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과 그의 후임자들이 마약조직들을 무력화할 가능성은(can break the back of the drug cartels) 좋게 말해 상당히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중동에서 달성 가능한 어떤 성과보다 더 큰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멕시코가 안정과 번영을 이룩해 미국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룬다면 지정학상 무적의 콤비를 이룬다(would be an unbeatable combination in geopolitics). 마약 카르텔을 소탕한 멕시코와 안정되고 친미 성향의 콜롬비아(이제 거의 기정사실화 됐다)가 합쳐지면 인구규모 측면에서 미대륙 1위, 3위, 4위 국가의연합이 형성된다.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권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통제가 수월해진다(easing America’s continued sway over Latin America and the Greater Caribbean). 한마디로 아프가니스탄을 고치기보다 멕시코를 개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보스턴대 역사가 앤드류 베이세비치의 말이 맞다.
불행히도 베이세비치의 주장대로 멕시코가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동권에 정신이 팔려 그 나라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합법 그리고 특히 불법 이민이 더 늘어나 헌팅턴이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칼데론의 마약조직 소탕작전으로 2006년 이후 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 상반기에만 희생자 수가 4000명에 육박했다. 더욱이 마약 카르텔은 군대식 전술을 학습했다(the cartels have graduated to military-style assaults). 복잡한 함정을 설치하고 퇴로를 차단한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전술을 구사한다”고멕시코 안보 전문가 하비에르 크루스 앙굴로가 평했다. “조직범죄의 통상적인 전략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It’s gone way beyond the normal strategies of organized crime).”워싱턴 DC에 있는 케이토 연구소의 테드게일런 카펜터 국방 및 외교정책 연구 담당부소장은 이렇게 썼다.
“그 추세가 지속되면 멕시코의 안정 나아가 어쩌면 자생력에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마약 카르텔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대체로 멕시코 경찰보다 우월하며 멕시코 군대에 필적한다. 카펜터의 말마따나 마약조직들이 군대식 전술까지 구사하면 “평범한 범죄조직에서 본격적인 반군(from being mere criminal organizations to being a serious insurgency)”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티후아나보다 덜 위험한 지역에 배치됐다. 이미 경찰관들과 지역 정치인들은 암살이 무서워 스스로 옷을 벗는다(police officers and local politicians are resigning their posts for fear of assassination). 멕시코 정·재계 엘리트들은 가족을 국외로 피신시킨다. 중류층과 중상층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도 꾸준히 지속된다.
멕시코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마침내 마약 카르텔 소탕의 초기 단계에 있거나 아니면 혼란 속으로 더 깊이 침몰하는 중이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요즘 폭력은 크게 감소했지만 그것은 대체로 마약조직들이 통합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체계는 지구 반대쪽의 또 다른 대단히 부패하고 불안정한 나라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라크에는 201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엔 적어도 2014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나라들과는 달리 멕시코 국경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기록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다넬로가 지적하듯 19세기와 20세기, 미국과 멕시코의 합동단속으로 국경지역의 강도행위가 감소했다.
1881~1910년 포르피리오 디아스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들과 협력해 국경을 공동 순찰하도록 했다. 멕시코 루랄레스(농촌 수비대)가 텍사스 기마경찰대와 함께 말을 타고 원주민 인디언 부족인 코만치족을 추적했다(Mexican rurales rode with Texas Rangers in pursuing the Comanche). 애리조나주에선 멕시코와 미국 병사들이 아파치족을 상대로 합동 군사작전을 벌였다.요즘 험준하고 외진 지역에서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일은 군대가 맡는다(the job of thwarting drug cartels in rugged and remote terrain is a job for the military). 미군은 멕시코 당국의 지휘 아래 조용하게 그들을 지원한다(quietly assisting Mexican authorities and subordinate to them). 하지만 그와 같은 협력의 법적 토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유라시아의 역사적 향배에 영향 을미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희한하게 소극적이다. 미국과 긴 국경을 공유하고 혼란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인구 면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합친 수의 두배에 육박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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