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향적인 리더가 소리없이 세상 바꾼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촉망받는 변호사가 있었다. 고위 경영자와 관리자, 법률가들에게 협상기법을 교육하는 수재 중의 수재였다.그녀는 대형 비즈니스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소송 당사자들 사이에서 최상의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야 하는 전문 분야에서 일했다.
그녀의 이름은 수전 케인. 하지만 그녀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탁월한 두뇌와 철저한 준비로 유력인사들이 줄을 서서 배우려 드는 협상기법의 달인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것이다.어느 날 수전은 의미 있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거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대기업 오너 가족이 초대한 것이다. 앞으로의 법률고문 업무와 인맥 확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참석해야 할 자리였다. 수전은 갈등에 빠졌다.
어색한 식사자리에 참석하기보다는 집에서 샤워를 한 후 혼자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앞뒤 따져 결국 저녁식사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몸과 마음이 편치않았다.수전은 이러한 자신의 고민과 갈등을 하나하나 사례로 녹여 7년 동안 책을 썼다. 그 결과 출간된 게 바로 『콰이어트(Quiet)』다.책에서 그녀는 화려하고 외향적이며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보다 내향적이고 혼자 있기를 즐기는 소박한 성품의 리더가 지휘하는 조직이 오히려 큰 성과를 낼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건희·래리 엘리슨 ‘내향적’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은 늘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과는 색다른 투자 결정을 내린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모두가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며 IT 기업에 투자할 때 버핏은 미국의 철도회사 암트랙에 투자했다.많은 이들이 유기농 식품회사에 투자할때 버핏은 기업의 가치를 보라며 코카콜라에 돈을 넣었다. 놀랍게도 그의 투자 이후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대폭 상승했고 그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도 남다른 통찰력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었다. 이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어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될 정도다.그는 이른 새벽 일어나 홀로 골프코스 18홀을 모두 돌고 자택에서는 혼자 고전 영화를 감상하며 사색을 즐긴다. 지극히 내향적이지만 사회의 변화와 니즈를 꿰뚫고 있는 이 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제품을 계속 내놓을 수 있었다.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전형적인 내향성 기업인이다. 2009년 그는 일본문화를 동경하다 못해 자그마치 1억8000만달러를 들여 일본풍 정원과 다실로 꾸며진 호화로운 저택을 지었다. 그리고 그 안에 틀어박혀 고즈넉한 시간을 즐긴다. 차를 마시며 홀로 명상에 빠져드는 것이다.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세운 빌 게이츠 역시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은둔형이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한 그의 학력은 늘 화제가 되지만, 어린 시절 수십 권짜리 유명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정독했던 치열한 독서능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식사도 사무실에서 혼자 해결한다. 오죽하면 M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회장(빌 게이츠)처럼 태국 음식을 거리에서 사다 먹어가며 혼자 일해야한다면 나는 부자 따위는 되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을까.
이처럼 소탈한 스타일의 내향적인 사람들은 남다른 생각의 힘을 발휘해 거대 기업을 경영한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과 예술,깨달음과 발명품 대부분이 이러한 ‘조용하고 세심한 사람들’에게 나왔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문제는 내향적이고 신중한 사람들을 소심하고 소극적이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풍토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 경영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추진력을 갖춘 외향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돼 있다. 그러나 꿋꿋하게 자신의 천성에 부합한 경영을 추구해온 내향적인 기업가들이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세상은 무엇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기질에 맞는 솔루션 찾아라“바람은 울부짖으나, 산은 고요하다.”세상에는 울부짖는 강력한 바람이 있는 반면 언제나 제자리에서 위용을 지키고 있는 고요한 산도 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가지고 태어난 고유한 기질과 탁월성이 있다.세상에는 활발한 성격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지만 치밀함과 세심함을 가진 사람 중에 뛰어난 리더가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과 장점에 맞는 리더십을 찾는 것이다. 당신이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그에 맞는 독특한 솔루션을 갖추란 얘기다. 일부러 외향적으로 보이려고 하면 잠깐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돌아서서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수도 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고찰하고, 직관이 주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사람이나 일에 적용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것이다.꿋꿋하게 소신대로 기업을 경영해온 내향적인 기업가들이여, 힘을 내라! 그 신중함과 인내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에게 신뢰와 성실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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