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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과 일자리 한번에 해결한다

등록금과 일자리 한번에 해결한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이 코앞(11월 8일)에 닥쳐왔다. 이 시험이 끝나면 ‘고3’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는다. 그러나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새로 떠안아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대학 선택의 문제다. 평소 원하던 학과냐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이냐는 고민이다. 둘째는 비싼 등록금 문제다. 셋째는 대학 졸업 후의 취업 문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계약학과’로 불리는 대학 학과로 이런 고민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난다. 산업체가 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면서 채용을 조건으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다(‘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 산업체 입장에선 기업의 장기적 발전 방향에 맞는 인재를 키워서 좋고, 학생들은 우수한 기업에 취업을 보장받는다는 이점이있다.

현재 이러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2개 대학에 35개과가 개설됐다(2012년 4월 기준, 교육과학기술부*).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릴 만큼 요즘 대학생에게 취업은 하늘에서 별따기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59.5%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등의 2011년 8월과 2012년 2월 졸업자(대학원 졸업자 포함) 중 직장건강보험가입자와 해외취업자, 영농업종사자를 모두 합해 보니 그렇더라는 말이다.

이 가운데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6.2%로 전체 평균보다 오히려 낮았다. 하지만 졸업생이 느끼는 체감 취업률은 이보다 더 낮다. 일부 대학이 취업률을 뻥튀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교과부는 2011년 취업률 통계대상 대학 가운데 전년보다 취업률이 급증했거나 유지취업률(취업상태가 유지되는 비율)이 낮은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취업률을 부풀린 28개 대학을 적발했다.

대학등록금도 해마다 천정부지다. 지난 2월 교과부의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6개 4년제 대학의 2012학년도 평균 등록금은 670만6000원이다. 국·공립대학이 평균 415만원, 사립대학은 평균 737만 3000원이었다. 과중한 등록금 부담으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도 매년 늘어난다. 지난 8월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181개 일반대학의 2012학년도 학자금 대출 이용자가 40만4000명으로 전년도의 39만9000명보다 5000명 늘었다.

하지만 각 대학의 ‘계약학과’에 입학하게 된다면 학비와 취업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 졸업생을 배출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9개 대학, 15개 학과로 이들 졸업생 중 92.3%가 취업을 했거나 기업 후원을 받아 석·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은 대학과 학과선택의 기준에서 ‘취업률’을 가장 우선 고려하는 듯하다. 한 언론사가 지난해 대입 수험생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학과) 선택 기준에서 취업률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78%를 넘었다.

계약학과에는 크게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채용조건형’과 재직자에 제공되는 ‘재교육형’이 있다. ‘채용조건형’은 다시 ‘단독계약형’과 ‘제3자계약형’으로 나뉜다. ‘단독계약형’은 산업체와 대학이 1대 1로 계약을 맺고 운영한다. 올해는 국방부와 해군본부가 국방관련 계약학과도 개설했다. ‘제3자 계약형’은 지식경제부 등 공공기관과 산업체, 그리고 대학이 컨소시엄을 결성하는데 공공기관과 산업체가 운영경비를 공동 부담한다.

국내 대학에서는 2006년에 개설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학부)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시작이다. 현재 이 학과에는 344명의 학생이 공부하며 졸업 후 전원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취업한다. 삼성전자 홍보팀의 채수연 과장은 “연구개발 인력과 저변확대 때문에 계약학과 운영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교과과정을 통해 졸업 후 일하게 될 회사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며 “이들은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영역에도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이 밖에도 IT융합학과, 이동통신전력전자공학과,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학과,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 등 4개 석사과정 계약학과를 운영한다(지난 2월 졸업생 218명 중 198명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에 취업했고, 나머지 20명은 석.박사과정 진학을 결정했다).

이처럼 계약학과는 대학 캠퍼스에서는 전문 분야의 실무 교육을 받고, 일터에서는 특화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천대 게임프로젝트트랙전공(학부)의 권용만 교수는 “참여기업의 전문가를 강의에 참여시켜 이론 교육과 실무 교육을 최대한 병행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들의 목표점을 취업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학생과 상담을 지속하면서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취업 후에도 졸업생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진학, 창업 등 개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설계해 주기도 한다.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둔다.”

안정된 취업 말고도 계약학과 학생들이 받는 혜택은 많다. 우선 학위과정 동안 전액 장학금과 학과에 따라 생활비와 기숙사를 제공받는다. 또 인턴십 프로그램, 세미나, 단기 해외연수 등의 혜택도 있다. 일부 대학의 계약학과는 학생이 원하면 석·박사의 고위 과정으로 진학이 가능하며 학위과정을 마치면 곧바로 취직이 된다. 연세대 지식서비스보안과정(석사)의 김범수 교수는 “해외학술대회, 국제회의 등에 참가하는 데 필요한 경비도 적극 지원한다”며 “올해는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 미시건 대학에 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이 원하는 학생과 학생이 원하는 기업을 세심하게 조정한다”고 말했다.

계약학과 학생들의 혜택 뒤에는 의무도 따른다. 학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학위 과정을 중단하거나, 취업 후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지 않고 퇴사할 경우 그 동안 받았던 금전적인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재학 중에 일정한 수준의 평점을 유지해야 하는 대학도 있다. 예컨대 삼성전기가 투자한 부산대 차세대전자기판회로학과(석사) 재학생은 매 학기 B+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기에서 장학금 수혜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4년간 근무해야 한다. 이 근로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장학금의 일부를 반납해야 한다.

따라서 계약학과를 지원할 때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좋은 혜택에만 집중해 자신의 적성을 무시한다면 학업 도중 진로를 바꾸고 싶을 때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산업체의 계약 내용에 따라 학과별로 운영방법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기업의 채용 심사가 입학전형 과정에 포함된 학과도 있다. 입학전형과 함께 인적성 평가나 면접을 진행할 경우 회사에서 원치 않는 지원자는 탈락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충남대 해군학전공(학부)의 수시 입학전형에는 해군본부가 주관하는 체력검정과 면접고사가 각각 5%씩 포함된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학부)와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학부) 역시 각각 국방부와 해군본부의 평가가 입학과정에 들어 있다. 일부 학과는 재학 중 별도의 채용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성균관대의 반도체 시스템공학과(학부)는 2학년 2학기에 삼성전자의 채용절차를 통과해야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하다.

현재 운영 중인 학과라 하더라도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교과부가 공시한 ‘계약학과 운영요령’에 따르면 운영기간은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되, 산업체 등과의 계약에 따라 정한다. 교과부 취업지원과 최기혁 사무관은 “계약학과는 다른 학과와 달리 산업체와 학교의 계약에 따라 구상·설치되므로 우리는 설치 현황을 조사할 수는 있지만 학과 개폐를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매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시하는 대학입학 정보를 통해 계약학과 설치 현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http://univ.kcue.or.kr)에서 지역별 학부 계약학과 개설 현황과 입학전형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지망 학과가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 예정 학년도의 학위과정 운영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입학전형 방법과 지원, 선발 기준, 재학생 혜택 등 운영 방법도 학과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려면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학과 사무실에 직접 문의해도 좋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연계해 직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을 올리려고 설치 운영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미처 대학을 가지 못한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이 학생들은 회사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게 된다. 인천대의 테크노경영학과(학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천대는 산업체 재직자들이 부담 없이 학업을 이어가도록 학부 강의실을 한국산업단지공단 내 경인지역본부 건물에 개설했다. 학부 과정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의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석·박사), 고려대 정보대학원 사이버보안학과(석사) 등 석·박사 과정도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현재 102개 대학에 385개 학과가 개설돼있고, 1만1220명의 학생이 공부한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국내에 개설된 19개대학 32개 계약학과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전체 35개 학과 중 2개 학과(서경대 미용예술학과, 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는 해당 대학 사정으로, 또 다른 3개 학과(경남 과학기술대 스포츠산업학과, 건국대 미래에너지학과, 용인대 3D첨단영상제작학과)는 확정된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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