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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렛의 ‘슈퍼 마리오’ 아시아 지존 넘본다

아울렛의 ‘슈퍼 마리오’ 아시아 지존 넘본다

아울렛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공장들이 떠나 황량한 구로공단에 대형 아울렛을 열었다. 최근 3관을 오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홍성열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최첨단 패션 아울렛(Outlet)을 표방한 건물의 외양이 요상하다. 건물 옥상엔 적색 굴뚝이 우뚝 섰고, 입구 앞쪽에도 오색 조명의 굴뚝 조형물이 있다. 건물 외관 적벽돌에는 구로공단에 첫발을 내딛고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던 업체와 인물 이름이 새겨져 있다. 5500개 단추로 완성한 사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지난 9월 오픈한 마리오아울렛 3관에는 구로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변화한 이 지역의 역사가 담겨있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3관이 세워진 자리는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수출역군이었던 가발과 의류 공장들이 있던 자리”라며 “3관 건물은 구로공단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아울렛 컨셉트가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구로·가산산디지털단지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구로공단은 1977년 당시 우리나라가 수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할 때 10억 달러(10%)를 수출한 ‘산업의 메카’였다. 검은 연기는 이곳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 첨단IT·패션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가리봉오거리 일대는 국내 최대 패션단지가 됐다. 마리오아울렛 외에도 W몰·한섬팩토리·제일모직 아울렛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매출 1조원 규모의 ‘가산 패션단지’를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있다.

아울렛이란 이름조차 낯설었던 시절인 2001년 그는 구로공단에 정통 패션 아울렛을 세웠다. 그리고 이 지역을 전국 최대 패션단지로 키웠다. 그의 별명은 ‘Mr. 아울렛’이다. 10월 16일 홍 회장과 만나기 전 한 시간 남짓 마리오아울렛 3관을 둘러봤다. 전체적인 느낌은 소비자의 최신 니즈를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넓은 매장과 효율적인 동선에서 10여년 동안 아울렛을 운영한 내공이 느껴졌다.



3관 오픈 후 매출·방문객 신기록지하4층·지상13층 규모의 3관은 ‘세계적 수준의 아울렛을 만들겠다’는 홍 회장의 의도대로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정통 패션 매장은 물론이고 국내 아울렛 업계 최초로 침대와 주방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입점했다. 토이아울렛을 비롯해 키즈테마파크·북카페·뷰티샵·패션아카데미 등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섰다.

유명 레스토랑이 들어선 12·13층도 손님들로 붐볐다.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마리오 명품관’이 눈에 띄었다. 코치, 버버리는 단독관으로 운영하고 있고 샤넬·구찌·프라다·루이비통·펜디·발리·돌체앤가바나·지방시·입셍로랑·끌로에 등 60여 수입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명품시계 및 선글라스 매장은 편집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3관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를 몸으로 느낄 정도니까요. 아울렛이 촌스러움을 벗었다는 목소리도 있고 백화점 내부를 걷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려요. 충성고객은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 유입도 늘고 있습니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에 힘과 신명이 느껴졌다. 마리오아울렛 3관 오픈 사흘 동안 일일 매출 기록을 경신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마리오에 따르면 9월21일 오픈 이후 사흘 동안 매출 60억원, 방문객 77만명을 기록했다. “마리오아울렛은 이미 올해 초 내방고객 9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또 최근 5년 동안 높은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고요. 3관 오픈으로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에는 20만명의 고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년엔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죠.”

홍 회장은 30년 넘게 패션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1980년 7월 형제들에게 200만원을 빌려 편물기 4대를 산 후 직원 4명과 함께 서울 대방동에 니트 공장을 차렸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의류업체들은 대부분 외국 바이어들이 시키는 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삯바느질’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그는 새로운 디자인의 니트를 생산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85년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출시했다.

“일본 바이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니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어요. 1989년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까르뜨니트를 론칭했고, 국내 백화점에도 25개의 매장을 냈죠. 니트가 겨울철에만 입는 옷이란 개념을 깨고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던 게 통했어요. 구로공단에 공장과 사옥을 짓고, 스웨터 내수 판매와 수출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홍 회장을 ‘슈퍼 마리오’라고 불렀다. 80년대 중반 일본에선 닌텐도 사가 개발한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가 인기였다. 바이어들 사이에 “마리오제품을 수입하면 다 팔린다. 홍 회장은 슈퍼 마리오”라는 말이 나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문 약속을 지키고 제품에 작은 하자가 생겨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해결한 게 주효했다.





상식 뒤엎은 선택이 성공 원동력그가 국내 최초로 아울렛을 설립한 것은 상품 재고와 유통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홍 회장은 “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들은 싸게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외국을 돌아보고 선진 유통업인 아울렛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마침 외환위기로 구로공단의 공장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넓은 공장과 매장을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홍 회장은 ‘지금이 공장 부지를 살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선 무모한 일이라며 모두 말리는 분위기였어요. 당시 외환위기와 맞물려 금융 환경이 좋지 않았고, 또 유동인구가 없는 구로 지역에 대형 매장을 만드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지적이었죠. 당시 까르뜨니트 매장도 전국 60개 중 12개가 부도가 날 정도로 심각한 순간이었으니까요.”

모두가 몸을 사리던 때에 홍 회장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어부치기로 했다. 주변에서 위태롭게 지켜보는 속에 마리오아울렛 1관이 2001년 오픈했다. 홍 회장의 확신이 옳았다는 것은 곧 확인됐다. 1관을 오픈한 지 3년 만인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열었다.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많아진 데다 1관에 선보이지 못했던 신규 카테고리를 들여오기 위해서였다. 2001년 첫해 500억원이던 매출은 2004년 12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2100억원까지 상승했다. 10년 만에 4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처럼 상식을 뒤엎는 홍 회장의 선택은 마리오아울렛 성장의 원동력이다. 패션과 유통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묶은 게 좋은 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제조 공장은 지방이나 상권 바깥에 있고, 판매시설은 도심에 자리 잡는게 맞다. 하지만 그는 공장과 매장이 한 곳에 있으면 물류비와 임대료를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관에 제조와 판매를 모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 패션 생산업체들 대부분 영세하던 시기였어요. 허름한 변두리 지하실 같은 열악한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게 안타까웠죠. 그래서 ‘위층에서 만든 제품을 아래층에서 파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어요. 좋은 상품을 생산해 고객이 많이 사면 그 이익이 다시 우리 회사에 돌아오게 되니까 서로 좋은거죠.”

사업이 술술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패션타운을 완성하기까지 “공장 지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로 기나긴 줄다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담당 공무원들이 말도 못할 정도로 고압적이었고, 법 해석 관계없이 무조건 불법이라고 그래요. 심지어 마리오 입주계약 해지됐으니 마리오와 거래를 중단하라고 산업단지공단이 5개 은행에 공문을 보낸 일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3관을 짓는데 8년이나 걸렸어요.”

하지만 그 일대에 패션타운이 형성되고 고객과 돈이 몰리면서 규제도 약해졌다. “고비를 넘어오면서 느낀 점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도경영은 이긴다는 겁니다. 잠깐의 이익을 위한 순간의 속임수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기업간 약속은 신뢰로 이어지고 고객과의 약속은 품질을 통해서 나타나죠.”마리오아울렛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홍회장은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질 좋은 상품을 착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성향이 트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아울렛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품 라인업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최근 서울·경기권에 아울렛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은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대형 백화점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유동인구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유통환경은 거의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어요.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시장진출이 염려스럽습니다. 하지만 가산패션단지는 그 규모나 교통 면에서 전국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곳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자주 찾기 어렵죠. 대형 할인마트의 경우 짐이 무거우니 차를 몰고 가야지만 의류는 좀 사도 쇼핑백이 가볍고 그 자체가 패션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으로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가산패션단지는 하루 평균 12만 명의 서울·경기권 시민이 이용하는 1·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이 5분 거리에 있다. 남부순환도로·시흥대로·서부간선도로와 바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광명역과도 15분 거리에 있는 사통팔달의 중심지다. 홍 회장은 “1관 오픈 때부터 ‘김포공항 20분, 인천 30분, 평택 40분’ 광고 카피를 썼다”며 “멤버십 고객 60만 명을 분석해 보면 충청권에도 상당한 숫자가 있다. 가산패션단지를 광역 상권화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알뜰형·실속형 소비가 유행하면서 프리미엄 아울렛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또한 마리오아울렛이 넘어야 할 산이다. 신세계첼시가 경기도 여주시와 파주시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연 데 이어 롯데백화점도 올해 4월 파주시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다. 롯데는 서울역사 콩코스백화점에 내년 초 롯데 아울렛을 열 예정이다. 최근엔 현대백화점도 인천 송도와 한강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아울렛 부지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에 뛰어들었다.

홍 회장은 “국내 고객은 물론이고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3관 오픈과함께 2층에 ‘마리오 명품관’을 마련했다. “백화점과는 가격으로, 서울 외곽의 프리미엄 아울렛과는 손쉬운 접근성으로 대적할 생각입니다. 명품브랜드 매장의 수수료율을 15% 내외로 대폭 낮추고, 각 브랜드도 마진을 최대한 낮춰 국내 최저가로 판매할 겁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루이비통이나 샤넬은 면세점 수준, 다른 해외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보다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했다. 중국·일본·동남아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택스 리펀드 서비스와 외국어 안내표지 등을 제공한다. 또 관광버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주차 공간도 확보했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받고 싶어도 버스를 주차할 곳이 없어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1400여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지난 5월 국내 아울렛 업계 최초로 중

국 관광청으로부터 CNTA 품질인증을 받기도 했죠.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CNTA(국가여유국) 품질인증은 2009년 중국 관광청이 불공정·강제 여행과 쇼핑 관행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품질서비스 인증제도다. 3관 오픈에 맞춰 새로 단장한 1관 코스메틱 아울렛도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신상 화장품을 최고 50%까지 할인해서 판다.



명동·동대문 뛰어넘는 ‘공단의 꿈’업계에서는 홍 회장에 대해 ‘강단이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격이 세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그는 “두 가지 다 맞다”고 했다. “중요한 결정을 아마추어와 할 수는 없는 거죠. CEO는 필요에 따라 독불장군이 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할 결정, 해야 할 실행에는 강단과 고집이 필요합니다. 성격이 강하다고 욕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사업 신념이 정직과 신뢰라고 했다. 이를 밑거름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과분하죠. 하지만 지금까지 정직과 신뢰로 사업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수해로 수출물량이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는 일본 바이어들이 제게 그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외환위기 때 오히려 디자인을 혁신하고 물량을 보강하는 공격경영으로 위기를 넘었습니다.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후 넓은 부지를 구로에 확보하고 아울렛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제 모든 사업의 시작과 끝은 정직과 신뢰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 촬영 도중 홍 회장은 3관 건물 외벽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건물 외벽 적벽돌에는 마산방직·시대복장 등 과거 공단에 있던 회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는 “구로공단은 산업화의 주역이었으나 외환 위기 때 황폐화 됐다. 그러나 아울렛을 시작으로 가산패션타단지로 변모했다. 이 역사를 해외 관광객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마리오아울렛 3관 오픈 후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관이 힘을 모아 이 지역에 패션IT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구로공단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산업 관광 코스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산패션단지를 명동, 동대문패션타운 못지않은 쇼핑 명소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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