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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의료용 화장품 ‘코스메슈티컬’ - 화장품업계는 틈새시장으로 제약업계는 성장엔진으로 활용

급성장하는 의료용 화장품 ‘코스메슈티컬’ - 화장품업계는 틈새시장으로 제약업계는 성장엔진으로 활용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을 듯한 화장품업계와 제약업계가 모두 의료용 화장품인 ‘코스메슈티컬(Cosmetic+Pharmaceutical)’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코스메슈티컬은 병원이나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제품도 있지만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생산해 화장품회사가 일반에 유통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코스메슈티컬은 애초 피부과 전문의들이 연구개발과 임상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내놓기 시작한 제품 유형이다. 병원(이지함피부과)에서 최초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인 이지함화장품 외에도 차앤박, 고운세상 등이 코스메슈티컬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은 화장품업계 대기업들과 일부 제약사까지 가세한 치열한 시장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해마다 15~20%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매출액 기준 4000억원대 규모로 커진 시장이다.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성장화장품이냐 의약품이냐. 소비자가 봤을 땐 다소 헷갈리기도 하지만 두 업계는 오히려 이 점을 파고든다. 의료용 화장품이라는 정의 하나로 화장품의 가볍고 신뢰감 낮은 느낌을 해소하고, 전문의약품의 무겁고 접근성 떨어지는 느낌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한 보고서에서 “화장품산업이 감성 위주에서 피부과학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첨단 하이테크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한 신호탄인 것이다.

코스메슈티컬은 전문의의 ‘손길’을 거친 하이테크 접목으로 이미지를 무겁게 형성하는 반면 소비자들한테는 친근하게 다가서려 한다. 결국 상품의 존재 가치는 최대한 많이 팔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통채널의 확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흔치 않았던 드러그스토어가 최근엔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을 만큼 활성화되면서 코스메슈티컬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드러그스토어는 생필품과 함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도 파는 개념의 소매점으로 CJ그룹이 운영하는 CJ올리브영과 GS그룹의 GS왓슨스, 카페베네가 운영하는 디셈버투애니포 등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사례는 현재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간 화장품 생산실적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6월에 그룹 계열사인 태평양제약과 함께 새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인 ‘에스트라(Aestura)'를 론칭하고 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브랜드는 아토피나 여드름 등으로 손상된 소비자의 피부 회복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개발된 신제품들을 포함한다. 민감성 피부 개선을 위한 아토베리어 크림, 여드름 피부 개선을 위한 테라크네 블래미시 트리트먼트 등이 있다. 모든 제품들은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제약이 각각의 피부미용관리와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살려서 공동 개발했다.

안원준 태평양제약 대표는 “의학적 연구 기반이 결합된 메디컬 뷰티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02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제약부문 계열사를 제외한 화장품 전 부문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9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태평양제약은 영업이익이 18억원에 그쳤지만 에스트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외에도 제약부문 계열사를 함께 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사례는 최근 화장품업계와 제약업계의 명암(明暗)을 보여준다. 화장품업계는 호황인 반면 제약업계는 불황이다. 배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10조172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브랜드숍 중심의 전문점 매출이 늘고 있고 해외 수요도 꾸준해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은 대표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내수 산업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증가하면서 화장품 소비액이 늘었고 남성용 화장품도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반면 제약업계는 올해 4월부터 시행된 일괄약가인하제도 여파로 성장 폭이 제한된 양상이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도합 4조8543억원으로 전년비 1.5% 증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정체 상태다. 영업이익은 2825억원으로 45%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 산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런 배경의 영향으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대한 업계 전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 때문에 전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호황을 누리는 화장품업계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민감성 피부의 소바자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호황이지만 브랜드숍 할인 경쟁 등으로 내수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외연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은 의료용 화장품 브랜드 ‘케어존’ 시리즈로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드러그스토어에서 전용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



대웅제약 등 적극 나서LG생활건강 관계자는 “케어존 브랜드는 피부가 약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저자극의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군”이라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하나의 틈새시장으로 보고 신제품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차병원과 합작하고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을 활용한 브랜드 ‘오휘 더 퍼스트’를 통해서도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어떨까. 상황이 좋지 않은 제약업계는 이보다 절박하다. 코스메슈티컬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불황과 저성장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사정이 어려워진 업체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최근 수 년 간 꾸준히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주목한 업체로는 대웅제약이 있다.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디엔컴퍼니를 통해 10여 년 동안 ‘이지듀’ 등의 브랜드로 국내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피부세포 재생인자인 EGF(Epidermal Growth Factor) 성분이 함유된 코스메슈티컬을 출시하면서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제약업계 상위권의 생산실적을 갖춘 대웅제약은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이 1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5%나 급감했다. 약가인하 등으로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메슈티컬로 국내외에 새로운 활로를 뚫는다는 방침이다. 디엔컴퍼니 관계자는 “이지듀 등 병원 피부과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브랜드는 마케팅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면서도 “민감한 피부를 가진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써보니 효과가 있어서 재구매율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피부미용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그만큼 코스메슈티컬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장품과 제약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을 아모레퍼시픽처럼 둘 다 겸하지는 않는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이 덜한 편이다. 제약업계 선두권인 동아제약은 아직까지 코스메슈티컬 진입에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스메슈티컬을 개발하거나 생산하기 어려운데도 많은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며 “약가 인하 여파를 줄이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작년에 관계사인 안트로젠을 통해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메슈티컬 연구개발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노하우 교환을 시도하고있다. 철저한 대비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애로점이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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