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도 반한 프리미엄 청바지”
“오프라 윈프리도 반한 프리미엄 청바지”
미국 월가 변호사에서 청바지 만드는 최고경영자(CEO)로. 정장훈(43) 제임스진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다. 정 대표는 2004년 미국 변호사 생활을 접고 6평짜리 공장에서 처음 청바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영어 이름(James)을 붙인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제임스진(James by James Jeans)은 론칭 첫 해 50만 장이 팔리는 등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최근 고국인 한국 시장에 공식 쇼룸을 열고 새 도전장을 던지는 정 대표를 서울 청담동 가로수길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소비자 100명이 입는 브랜드보다는 한 명이 입더라도 신뢰해서 100벌을 입는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제임스진의 브랜드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소수의 매니어라도 한 번 입으면 계속 찾게 되는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것이다. 제임스진이 나오기 직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100~200달러 이상의 고가 청바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정 대표는 유행에 따라 프리미엄 청바지를 시도하기로 결심한다. 다른 브랜드는 워싱(탈색)과 디테일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대표는 핏(옷 맞음새)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1월 15일 미국 베버리힐스에서 제임스진을 처음 선보였다. 첫 1년 동안 정 대표는 리바이스 등 경쟁 업체들의 잇단 법적 소송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디자인 일부를 도용했다는 소송에서부터 브랜드 이름에 대한 소송까지 ‘견제’는 잇따랐다.
수년간 변호사를 하면서 전문지식을 쌓고 인맥을 구축했던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당시만 해도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는 많지 않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았다”며 “핏을 강화하고 백 포켓에 입체감을 넣는 등의 시도로 신선한 인상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을 통한 홍보도 주효했다. 뉴욕타임스에서 ‘청바지도 색이 아닌 기능성 핏을 보고 고르라’는 내용으로 제임스진을 기사화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엔 미국 CBS의 유명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일종의 품평회를 열어 윈프리가 직접 청바지를 입어보고 평가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여기서 핏과 착용감이 가장 좋은 브랜드 1위로 선정돼 홍보에 날개를 달았다.
제임스진이 강조하는 핏은 다른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 대표는 이를 손‘ 맛’이라 정의한다. “보통 옷을 만들 땐 컴퓨터로 3D 작업 등을 거쳐 준비하게 되는데 제임스진은 이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하나의 체형을 제시한 후 마네킹에 입혀서 손으로 직접 작업하죠. 또는 테스트 과정에서 직접 입어보고 몸의 특정 부위가 형성되는지, 잘 교정되는지 파악합니다.”
정 대표는 올해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즈니스에 전념하고 있다. 4월에는 KBS ‘글로벌 성공시대’에 출연해 제임스진을 알렸다. 9월부터는 홈쇼핑 채널과 연계해 유통망을 확대했다. 제임스진은 11월 중으로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일종의 쇼룸인 플레이하우스를 새로 연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찾아서 제품을 접하고 고를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3곳의 단독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내 프리미엄 청바지 시장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1, 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 공략의 ‘히든 카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핏이다. “청바지 핏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입는 이의 체형을 강조해주는 핏이고 다른 하나는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핏이죠. 서양인은 전자를 선호하지만 뒤태의 볼륨감이 떨어지는 동양인은 후자를 선호하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임스진은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핏으로 다가서려 합니다. 처진 엉덩이가 위로 올라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성 청바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장식을 강화해 체형 콤플렉스를 가리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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