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뮤지컬과 오페라란
나에게 뮤지컬과 오페라란
필자가 느낀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점을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필자는 뮤지컬을 보러 갈 때 폴로셔츠에 청바지나 편한 면바지를 입고 가곤 한다. 편하게 가서 편하게 듣고, 즐기고 싶은 게 뮤지컬이라는 생각에서다. 신발도 정장 구두보단 운동화나 캐주얼 한 구두를 고른다. 반면 오페라를 보러 갈 땐 먼저 대충이라도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옷도 양복을 입을 때가 많다. 물론 구두도 정장구두를 신는다.
뮤지컬에는 유머가 많이 녹아 있어 보면서 많이 웃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뿐만 아니라 한국 창작 뮤지컬에도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잘 이해하지 못해서 타이밍을 놓쳐도 남들이 웃을 때 따라서 웃으면 되니 부담도 없다. 이와 달리 오페라에는 코믹한 요소가 드물다.
물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처럼 희극적 오페라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쥐어짜고 슬프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특히 대부분의 오페라에서는 여자 주인공을 비참하게 죽게 만들어 심금을 울려놓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 기분이 우울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뮤지컬은 막과 막 사이에 박수를 쳐야 하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다. 내용 파악이 쉬운 뮤지컬의 경우, 극의 중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박수를 친다. 필자가 먼저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면 다른 관객이 따라서 함께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오페라 공연 때는 딴판이다. 언제 박수를 쳐야할 지 파악하기 힘들 때가 많아 다른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린 이후에야 따라 치는 정도다. 용기를 내어 먼저 박수를 한두 번 친 경우도 있었지만 적막이 흐르며 거북이처럼 고개를 양복 속으로 집어넣은 적도 있다.
필자에게 뮤지컬과 오페라의 또 다른 차이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필자는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를 즐겨 부른다. 마스사이공, 레미제라블, 팬텀오브 오페라,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스 등 많은 뮤지컬에 나오는 주옥 같은 노래는 가끔 노래방 기계에도 있어 즐겨 부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페라의 아리아는 따라서 흥얼흥얼할 수는 있지만 가사든 멜로디든 따라 부르기는 다소 벅차다. 노래방에서도 찾기 어렵고.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보고 나선 코카콜라와 햄버거, 맥주가 생각난다. 아마 브로드웨이에서 수입된 뮤지컬이 많아서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필자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러나 오페라를 보고나선 와인과 스테이크 또는 파스타가 구미가 당긴다. 아마도 이탈리아어를 오래들어서, 그리고 라트라비타에서 보여주는 인상 깊은 와인에 관한 장면이 무의식에 녹아 들어서인 듯하다. 많은 오페라에서 유래된 와인 이름도 뮤지컬 관람 후 와인을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렇게 필자에게 뮤지컬과 오페라가 딴판으로 다가오지만 둘 다 삶의 활력소가 된다. 특히 경제 용어와 숫자에 치여 사는 직업의 특성상 이를 잠시나마 잊을 피난처가 필요한데 뮤지컬과 오페라가 안성맞춤이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출 때는 더욱 그렇다. 이른바 ‘힐링캠프’가 따로 없다. 오늘 저녁, 직원이나 가족과 함께 뮤지컬이나 오페라 한편 보러 가는 건 어떨까. 이런저런 불행에도 여전히 내일을 다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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