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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 가상세계의 즐거움 ‘녹색 다이아몬드’에 퍼뜨린다

2012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 가상세계의 즐거움 ‘녹색 다이아몬드’에 퍼뜨린다

NC다이노스가 2012 퓨처스리그에서 60승 35패 5무를 기록하며 남부리그 우승, 남·북부 통합 1위를 차지했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100경기를 무탈하게 끝내고 좋은 성적까지 얻어 고맙습니다.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왔어요. 올 한 해 ‘다이노스(NC다이노스)’ 덕분에 ‘NC(엔씨소프트)’ 직원들도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추석 전 정기회의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이태일 NC다이노스 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경문 NC다이노스 감독에게는 9월21일 시즌이 끝나고 바로 격려 전화를 했다. 선수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야구단을 향한 김대표의 애정은 끝이 없다. 경기장을 찾지 않을 때는 트위터 중계로 매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매주 ‘다이노스’만을 위한 회의를 한다. 지난해 김경문 감독의 생일도 직접 챙겼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꿈꿨다. ‘거인의 별’이라는 야구만화에 감명받아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학교를 다녔다. 밤새 골목에서 커브볼을 연습하기도 했다. 이루지 못한 꿈이었던 야구는 허구연 해설위원과 만남을 계기로 현실이 됐다. 팀을 꾸린지 1년 반. 김 대표에게 야구단 운영은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다.

지난 6월 초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넥슨에 매각했다. 넥슨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NC다이노스가 NXC(넥슨의 지주회사)다이노스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엔씨소프트는 “구단주와 팀 명칭, 구단 정체성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년 NC다이노스가 어떤 모습으로 1군 마운드를 밟을지 여전히 관심사다.



김택진 대표, 구단주로서 의지 확고이태일 사장은 “넥슨에서 연락받은 게 없다”며 “구단주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팀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넥슨이 광고주나 후원사로 나선다면 오히려 다이노스의 외형이 넓어지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뒀다. 넥슨은 일본 지바롯데와 롯데 자이언츠를 후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XC 관계자는 “넥슨재팬과 롯데의 프로모션이 후원으로 이어졌을 뿐 김정주 회장(NXC)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며 “(회장님이) 야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야구단 후원 문제까지 세세하게 지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엔씨소프트가 잘 맡아서 할 것”이라고 김 회장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 역시 “김택진 대표는 앞으로도 구단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NC다이노스는 2013년 1군 진출을 확정했다. 팀은 주변의 ‘관심’에 아랑곳없이 1군 진출을 위한 일정을 밟아가고 있다. 9월 말 퓨처스리그를 끝내고 가을 훈련에 들어갔다. 84명 선수를 11월 말까지 N팀, C팀(NC다이노스는 1군·2군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으로 나누기위한 자체 점검 기간이다. 2012년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각 팀에서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제출한 20명 보호선수 외에 한 명씩을 보상금 10억원을 내고 영입할 수 있다.여기에 외국인 선수 3명과 자유계약 선수(FA)를 더해 11월 중 선수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태일 사장은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나성범, 이재학 등이 간판선수로 주목 받고 있다. 구단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코칭·관리 시스템을에 주력한다. 지난 4월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 등 6명의 멘토를 선임해 스피릿 코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NC다이노스는 1군 진출 이후 모기업의 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구단과 차별화할 전망이다. 일방적인 후원이 아닌 기업과 구단 간 상승작용을 노리겠다는 것. 이 사장은 “흔히 프로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국내에 한정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며 “엔씨소프트가 진출한 미국, 일본 등의 게임 이용자들에게 언어 장벽이 낮은 야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 계획 단계지만 모바일 앱 등 IT를 기반으로 한 팬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뭐라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다. 김경문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1군 첫해 4강에 진입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사장은 “목표가 몇 등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며 “더 중요한 것은 홈 관중 수”라고 말했다. NC다이노스는 지난 4월 마산구장 리모델링을 마치고 창원시의 신규 야구장 건립을 기다리고 있다. 창원시는 1280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2만5000석 규모의 신규 구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현재 답보 상태다.

구장은 구단 운영의 핵심이다. 특히 NC다이노스는 구장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 야구단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 사장은 “테이블이 모자라 음식을 못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의 마산구장에서 내년 목표 관중은 40만명”이라고 밝혔다.



내년 4강 진출, 홈 관중 40만 목표가입비 50억원, 예치금 100억원 등을 포함해 엔씨소프트가 이제까지 NC다이노스에 투자한 돈은 470억원 정도다. 2년 안에 경남 지역에 2군 훈련장을 짓는데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좋은 선수를 길러 좋은 퍼포먼스와 콘텐트를 관중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NC다이노스의 방침이다. 김 대표는 팀을 창단하며 “야구 자체가 목적인, 야구를 위한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승리가 목적은 아니다. 순위 경쟁은 감독의 몫, 상대팀을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여기고 프로야구 리그 전체를 살찌우는 게 김 대표가 생각하는 구단주의 역할이다. 그는 야구단을 창설하면서 ‘희망’ ‘정의’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엔씨소프트는 그 동안 가상세계에서 즐거움을 추구해왔다. 덕분에(?) ‘게임 폐인’을 양산했다는 비난이 늘 따라다녔다. 김 대표는 더 환상적인 가상세계를 원하는 이용자들을 현실세계로 불러낼 접점으로 야구를 선택했다.

이 사장은 “엔씨소프트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야구단을 잘 운영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며 “게임 속 즐거움을 그라운드에 구현해 건강한 스포츠 정신을 퍼뜨리는 것이 김 대표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넥슨과 손잡고 글로벌 게임업계를 제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환위기 때 박찬호 선수의 활약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는 김 대표 자신 역시 ‘녹색 다이아몬드’에서 다시 한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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