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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진핑의 경제관 - ‘성장 속의 분배’ 한 목소리

오바마-시진핑의 경제관 - ‘성장 속의 분배’ 한 목소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운용 능력은 이번 재선에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바마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랐던 반면 경쟁자인 롬니 공화당 후보에 대해선 호평이 따랐기 때문이다. 선거 전여러 차례 조사에서는 롬니의 경제운용 능력이 오바마보다 나을 것이란 응답이 더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유권자들이 오바마의 일자리 창출과 세금 인상 등 경제정책에 지지를 보여줬다”며 “반면 롬니의 세금 감면 등에는 거부감이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선거 직후 출구조사에선 오바마의 경제정책이 중산층·빈곤층을 위한 것이라고 평한 유권자가 74%였던 데 비해 롬니의 경제정책은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2%로 가장 많았다.



부자 증세 드라이브오바마의 일관된 경제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부자 증세다. 부자 증세는 이번 재선에서 공화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키워드다. 오바마는 중산층 이하가 아닌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한 증세를 강조한다. 2012년 현재 미국의 소득세율은 소득에 따라 10~35% 사이를 오간다.

오바마는 연간소득이 20만 달러(부부 합산 25만 달러)를 넘는 가구에 한해 최고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9.6%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 수준으로 원상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증세로 거둔 돈을 교육과 복지, 연구개발 등에 투자해 오히려 23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곤층을 줄였다는 게 오바마의 논리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단호하다. 롬니가 모든 상속세의 영구 폐지를 공약한 반면 오바마는 350만 달러까지 상속세를 면제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 45%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연장하는 한편 부유층에 대한 증세는 고삐를 더 바짝 죈다는 방침이다.

오바마는 큰‘ 정부론’을 내세운다. 오바마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시장에 적극 개입해 경기 진작에 나서고 시장을 감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시장의 자율성에 중점을 둔 신자유주의 기반의 시장만능주의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제관에 따르면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가장 대표적인 개혁 대상이 된다.

오바마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예에서 보듯 2008년부터 지속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이 고수익 위험투자에 매진한 월가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2010년에 오바마가 도입한 도드·프랭크법안은 비대해진 금융회사들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투자, 자기자본거래(볼커룰)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강한 규제로 이들의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연방정부 지출액을 국내총생산(GDP)의 22.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오바마는 경기 부양에서 긴축보다는 경제성장, 즉 재정 확대와 양적 완화에 초점을 둔다. 2008년 처음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단행한 게 대표적예다.

오바마는 작년 6월까지 잇단 양적 완화로 2조35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어 금리 인하를 유도했다. 올해 9월부터는 매월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채권(MBS) 매입에 들어갔다. 다만 재정절벽(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급감하는 데 따르는 경제 충격)을 극복하느냐의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G2 시대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의 시진핑이 어떤 경제관을 갖고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5세대 국가 주석으로서 중국 경제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리커창 부총리가 향후 총리로서 경제 분야에서 시진핑을 보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자당파인 시진핑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개방주의자다.

성장과 자유가 우선이다. 시진핑은 2010년 11월에 싱가포르 방문 당시 리콴유 전 총리 등이 마련한 덩샤오핑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덩샤오핑이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론’이라고 한 말은 지금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G2 시대에 중국의 선결 과제가 성장임을 공식석상에서 강조한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경제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진핑 지도부가 내수에서 추가 부양을 통해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까닭도 그래서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지도부가 통화 정책을 완화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은행 대출보다는 직접적인 채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집권한 동안(2002~2011년) 중국의 연 평균 성장률은 10.6%였지만 올해 3분기에는 7.4%에 머무는 등 최근 성장이 둔화된 상태다. 성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시진핑이 추가 부양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시진핑의 경제정책은 성장 일변도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 성장 속의 분배 강화, 즉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중시한다. 시진핑은 여러 차례 “국가가 부를 독점할 경우 빈부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국부를 민부(民富)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후진타오 지도부 집권 말기에 들어 계층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게 과제로 떠오른 만큼 뒤를 이어받은 시진핑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 동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현 시점에서 시진핑의 경제관을 가장 잘 압축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이 추가 부양은 하되 고강도의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까닭도 그래서다. 후진타오 지도부는 2008년에 대규모 부양책을 썼지만 지방정부의 채무문제가 불거져 고전한 전례가 있다. 시진핑은 대신 민간자본을 유치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개별적 투자정책 확대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민용 저가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사회보장책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부를 민부로 돌려야”내수 안정은 시진핑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내수에서는 중서부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7대 신성장 산업(친환경·차세대정보기술·바이오·첨단장비제조·신재생에너지·신소재·전기차) 개발계획에 역점을 둔다. 성장 속의 분배 강화라는 경제관도 결국 내수 안정을 위한 기틀이다.

아울러 시진핑은 소비 보조금 정책, 서민 소득증대를 위한 소득세 감면, 차등세율 적용 등의 내수 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득분배 정책과도 연계돼 추진될 전망이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연말에 소득분배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이는 사실상 시진핑 지도부의 첫 작품이다. 고소득자증세,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감세, 지역·업종별 임금격차 해소,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강화의 내용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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