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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 해야 할 4가지 과제

'앞으로 4년’ 해야 할 4가지 과제

오바마는 재정절벽, 기후변화, 이민·외교 정책 등에서 업적을 쌓아야만 레임덕을 피할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어떻게 협상하며 누구를 설득해야 할까


그렇다. 역사적 승리였고,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에게 너무도 멋진 밤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2기는 사실상 선거 다음 날인 수요일부터 시작됐다. 다음 중간선거까지 약 720일 남았다. 그동안 오바마는 자신의 2기와 유산을 규정할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적어도 법안을 구상해야 한다(pass or at least launch the major initiatives that will define both his second four years and his legacy). 그가 반드시 다뤄야 할 주요 사안이 무엇일까?

재선된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임기 마지막 2년을 남겨둔 시점이 되면 불가피하게 힘빠진 레임덕이 되기 시작한다(the drowsy lameduckery that inevitably begins to overtake a two-term president’s final two years). 또 그동안 하원을 지배하는 다루기 힘든 공화당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불확실한 근거를 만들어낼지 모른다(a restive House GOP gins up some shaky grounds for an impeachment proceeding).

오늘날의 공화당에게는 언제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which is always a possibility with today’s Republican Party). 빌 클린턴이 그랬듯이 오바마도 마지막 2년 동안 그 문제에 시달릴지 모른다(which could occupy Obama’s final two years as it did Bill Clinton’s). 따라서 그전에 오바마는 다음 네 가지 이슈에 전념해야 한다.

코앞에 닥친 재정절벽, 기후변화, 이민정책, 그리고 외교정책이다. 건강보험법의 실행을 감독하고 미세 조정하는 일(overseeing the implementation and fine-tuning of the health-care law)도 새로운 구상은 아니지만 신경 써야 할 문제다. 그 일은 중요하지만 사실은 관리자의 의무일 뿐이다(That’s a Caretaker Thing, albeit a vital one).

그러나 나머지 네 가지는 전부 오바마의 대통령직을 정의할 매우 중대한 사안들이다(the other four are all Big Things). 이 네 분야 전부에서 업적을 남기기는 상당히 어려울지 모른다(The odds of Obama notching accomplishments in all of these areas may be fairly long). 그러나 지금부터 크게 생각하고 정확히 조준해야 한다. 네 가지 이슈를 각각 간단히 짚어보며 오바마가 뜻을 이루려면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주요 인물(some of the key players Obama needs to try to win over to get his deals)이 누구인지 살펴본다.



#1 재정절벽

이제는 우리도 기본적인 사실을 잘 안다. 새해 동이 트면 두 가지 큰 일이 일어난다. 첫째, 부시 전 대통령이 설정한 세율(tax rate)이 만기되고 옛 클린턴 시절의 세율로 돌아간다. 그 세율은 모두에게 더 높지만 부유층에게 특히 높다. 둘째, 지난해 국가부채 한도를 협상하면서 의회와 합의한 대폭적인 지출 삭감(spending cuts)이 자동으로 시작된다.

이 두 가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미국인은 없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국민의 소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가의 주요 현자들은 오바마와 의회가 미국 국민에게 정부가 실제로 잘 굴러 갈 수 있고 ‘일괄 타결(grand bargain)’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공화당이 양보해서 세금을 약간 올리고, 민주당이 양보해서 복지지출을 약간 줄여 지난해 합의한 혹독한 삭감을 피하는 분별력 있는 예산의 집행을 말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가능성이 가장 큰 결과는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몇 달 또는 1년 정도 연기하는 것이다. 그 기간이 끝나면 또 다시 이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번 선거의 예상보다 큰 승리에 힘입어 더 담대한 목표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세부 사항은 복잡하지만 개략적으로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오바마는 일부 공화당 의원을 설득해 세금인상에 동의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조지 H W 부시가 ‘내 말을 믿어주세요(read my lips)’라는 약속을 깨고 세금을 올린 1990년 이래 상·하원을 막론하고 어떤 식이라도 세금인상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미 세율인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도 어느 정도의 타협 여지는 남겨뒀고, 오바마는 국방예산의 대폭 삭감을 원치 않는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기댈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협상의 여지는 있다.

둘째, 오바마는 자신이 원하는 타협안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 적용 연령을 15여 년에 걸쳐 67세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문제가 좋은 예다. 진보파는 그런 조치를 복지 축소로 간주한다.

그러나 민주당 대다수는 세금 인상에서 공화당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면 워싱턴의 풍토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복지에서 그 정도 희생을 치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만약 오바마가 그 타협에 성공한다면 하룻밤 사이에 탈당쟁 대통령(postpartisan president)이 될 수 있다.

우군: 보수적이지만 극단적이지 않고 협상 의지를 가진 공화당 상원의원들. 라마르 알렉산더와 밥 코커(테네시), 조니 아이잭슨(조지아), 톰 코번(오클라호마), 마크 커크(일리노이), 리자 머코스키(알래스카)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오바마가 모든 사안에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치 트럼카 대표를 주시해야 한다. 그는 선거전에 복지 축소를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오바마는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그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바마의 우군 후보: 밥 코커 상원의원, 존 베이너 하원의장,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 리치 트럼카 산별노조총연맹 대표



#2 기후변화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오바마가 허리케인 샌디에 대처하는 자세와 기후변화와 싸우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고 지지를 표했다. 따라서 환경 이슈는 워싱턴 정가에서 큰 힘을 얻을 전망이다. 하원은 낸시 펠로시 의장 시절인 2009년 오바마의 요청으로 탄소배출권 거래(cap-and-trade)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복잡한 내용을 수정하는 대신 간단히 탄소세(carbon tax)를 신설하면 어떨까?

물론 세금이지만 훨씬 간단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세가 도입되면 화물 운송, 항공, 전기사용, 개인적 여행 등의 다양한 활동에서 탄소 배출이 크게 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단계별로 점진적인 도입이 가능하며, 제조업체나 소비자의 세금을 약간 인하함으로써 그 충격이 상쇄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세수의 일부를 재정적자 감축에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초당적인 지지를 얻을 만한 이야기다. 오바마가 기후변화와 싸우고 싶다면 탄소세도입이 더 나은 방법일지 모른다.

우군: 물론 블룸버그다. 그는 2007년 시애틀에서 탄소세에 관한 중요한 연설을 한 이래 계속 그 문제를 지지했다. 자신을 존경하는 무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서 탄소세 지지를 규합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의 경제자문위원회를 이끌었던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그레그 맨큐도 탄소세를 적극 지지한다. 그는 몇몇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할 힘도 갖고 있다.

탄소세 도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인물도 있다.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다. 그렇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 CEO가 탄소세를 지지한다. 그는 2009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전임자 대신 CEO에 취임한 직후 회사의 평판을 올리기 위해 탄소세 지지 입장을 천명했다.

오바마는 시급히 틸러슨과 돈독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의회의 공화당이 탄소세 도입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오바마로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엑슨모빌의 CEO를 사회주의자로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오바마에게 필요한 인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



#3 이민 개혁

지난주 히스패닉계는 오바마에게 표를 몰아주었다(오바마 지지 71% 대 롬니 지지 27%). 불법이민자의 자녀들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오바마의 정책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는 전채에 불과하다. 주 요리는 포괄적인 이민 개혁이다(comprehensive immigration reform).

워싱턴의 진보파는 대대적인 이민 개혁을 원한다. 그게 올바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래야 앞으로 오랫동안 민주당이 히스패닉계의 표를 계속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보기는 이미 있다. 초당적인 케네디-매케인 법안이다.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시대에 크게 뒤진 비자 프로그램을 현대화하며, 불법이민자 다수에게 사면(amnesty)으로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우익 이민배척주의자(nativist)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로서는 반이민론자들이 힘을 잃은 듯하다. 똑똑한 공화당 지지자들은 소수민족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26%를 차지했고, 그중 약 80%가 오바마를 찍었기 때문이다. 재정절벽이나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서도 오바마는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화당의 주요 인사 몇 명을 설득할 필요는 있다.

우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실력을 갖춘 최고의 우군이 될 수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재선 차단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 그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데 따른 반감을 씻고 과거처럼 타협자의 역할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는 대권 야망이 있는 인물로 히스패닉계 사이에서 공화당의 평판을 개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멕시코 출신, 도미니카 출신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들이 이름만 보고 쿠바 출신인 루비오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 이민 개혁이 그 뭔가가 될 수 있다.

오바마를 도울 수있는 인물: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수재너 마르티네즈 뉴멕시코 주지사



#4 중동평화

이 문제는 약간 더 모호하다. 법안 통과로 시리아에서 아사드를 몰아내고, 이란을 굴복시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을 끌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정책은 재선된 대통령이 전념하기 좋아하는 사안으로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다. 대부분 의회와 씨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바마가 외교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에 앞서 먼저 이 문제부터 생각해 보자. 누가 신임 국무장관이 될까? 누가 되든 힐러리 클린턴의 뒤를 잇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big shoes to fill). 그녀는 세계 어디를 가나 주목을 끈(who commanded attention everywhere she went in the world) 여장부였기 때문이다.

할 일도 태산이다. 이란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선거 전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소식이 새어 나왔다. 백악관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대단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 이면의 비관적인 문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란, 시리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합쳐지면 엄청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부시나 딕 체니 전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전국방장관과 달리 오바마와 그의 팀은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역사에는 그와 관련된 아이러니가 많다.

오바마 2기의 최대 현안이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희생된 벵가지 사건도 남아 있다. 공화당은 그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과연 그가 어쩔 수 없이 오바마를 4년 더 접촉해야 한다(물론 네타냐후가 총리에 연임될 경우)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란과 정착촌 문제에서 덜 강경한 노선을 택할 수 있을까? 또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모하마드-바게르 칼리바프. 그가 누구인가? 이란의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속 시원하게도 아마디네자드의 임기는 더 연장되지 않는다).

칼리바프는 절대로 친서방적인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약간 합리적인 말을 했다. 예를들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기자에게 대미 관계와 관련해 “경쟁과 협력이 반대와 충돌을 대체할 것(competition along with collaboration will take the place of opposition and disagreement)”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스라엘을 바다 속에 쓸어 넣자(let’s throw Israel into the sea)”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바마가 호흡을 맞춰야 할 인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하마드-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



이들도 필요하다

동성애자 권리: 테드 올슨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올슨은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 금지를 비난해 우익을 놀라게 했다. 오바마는 지난 봄 동성결혼을 지지했지만 구체적으로는 각 주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대통령 2기에 동성애자 평등을 범국가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올슨보다 더 나은 우군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디어: 로저 에일스

우익 방송 폭스 뉴스가 오바마를 좋아할 리 없다. 그러나 오바마가 중도적인 의제를 추구한다고 폭스 회장 에일스(그 역시 최근 연임됐다)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의 방송 진행자들이 좀 덜 강경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에일스는 2008년 비밀 회동에서 오바마에게 공정 보도를 강조했다. 어쩌면 폭스의 빌 오레일리 토크쇼에서 오바마가 훈수를 둘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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