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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미완의 대기’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Business - ‘미완의 대기’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간경변 치료제 리버셀그램 임상 2상 돌입,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 미국 진출 등 성과



의학의 목적은 질병 치료와 예방에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최근 주목 받는 재생의학은 이런 패러다임을 바꾼다. 재생의학의 목표는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는데 있다. 의학이 꿈꾸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다. 재생의학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스스로 증식한다. 동시에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관절, 신경계 질환, 암 등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질병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들이 줄기세포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핵심 기술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이유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연구해 온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와 존 거든 케임브리지대 박사에게 돌아가자 관심은 더욱 커졌다. 줄기세포 분야 연구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시장 규모 66억 달러 전망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줄기세포 관련 시장 규모는 약 30억 달러(3조 2600억원)다. 2006년 이후 해마다 20~30%씩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BCC Research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에는 약 66억 달러(7조17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특히 치료제 분야는 속도가 더디다. 개발 자체도 쉽지 않지만 임상시험과 복잡한 허가과정을 통과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2010년 전후 주식시장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줄기세포 기업의 주가는 올해 큰 폭 하락했다.

1월 2일 종가 17만8000원이던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현재 11월 13일 현재 9만300원으로 떨어졌다. 하락률이 49.27%에 달한다. 파미셀 역시 48.05% 떨어졌고 차바이오앤과 알앤엘바이오 역시 20% 이상 하락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대심리는 매우 컸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은 적었던 탓에 ‘아직은 멀었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대박이라 하기엔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외면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기업별로 목표했던 장기 프로젝트는 무리 없이 진행 중이고 임상시험 결과도 나쁘지 않다. 시판에 들어간 줄기세포 치료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청은 11월 7일 파미셀의 간경변 줄기세포 치료제 ‘리버셀그램(Livercellgram)’의 상업화 임상을 승인했다.

식약청은 4월부터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제도(IND)를 도입했는데 이는 임상시험 과정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해 임상 3상시험까지 별도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장시영 파미셀 전무는 “2009년 10월 시작한 연구자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했는데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임상 1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미셀은 국내 11개 종합병원에서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파미셀은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을 개발해 잘 알려진 회사다. 하티셀그램-AMI는 2011년 7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현재 병원 내 약제위원회를 통과한 전국 16개 종합·대학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파미셀은 하티셀그램-AMI에 이어 리버셀그램을 신속히 상업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JW중외제약과 리버셀그램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파미셀이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JW중외제약은 허가, 기술 이전, 마케팅 등 사업화를 담당하면서 상업화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는 15만명을 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연간 140만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한다는 점으로 고려하면 리버셀그램의 가치는 더욱 크다. 간질환 치료제 시장은 2016년에 연간 약 200억 달러(21조7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는 “리버셀그램은 단순히 간의 기능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간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상업화 임상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파미셀 관계자는 “내년 초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시험 승인에 관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전달시스템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11월 9일 파미셀은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 전문기업 아이디비켐을 인수했다. 아이디비켐은 DDS에 필수적인 PEG(Poly-ethylene glycol) 제조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쉽게 말해 치료용 줄기세포를 아픈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인데 2015년 연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유망 시장이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가 다치지 않고 손상된 부위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 전무는 “DDS는 치료제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며 “파미셀의 연구력과 아이디비켐의 제조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까지가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씨를 뿌리는 기간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 설립과 함께 중국, 중동 진출도 속도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뉴로스템AD’로 치매 정복 도전메디포스트는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인 카티스템(CARTISTEM)으로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월 미국 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는데 10월 25일 시카고 러시대 병원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틀 통과해 제 1·2a임상시험을 개시했다. 현재 현지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연내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투여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이나 대학과의 제휴 없이 독자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버드대 병원에서도 추가로 IRB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조만간 두 곳에서 임상시험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오원일 메디포스트 부사장은 “1·2a 임상시험의 총 소요 기간은 2년 정도로 예상한다”며 “국내에서 이미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 받는 만큼 좋은 결과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하티셀그램-AMI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부터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6월 서울삼성병원에서 첫 시술을 진행했고 현재 전국 100여 개 병의원에서 검진 및 시술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오 부사장은 “다른 치료제와 달리 한번의 시술로 자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예상보다 확장 속도가 빨라 3~4년 새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도 시작했다. 11월 2일 홍콩 이튼(Eton) 사와 해외 직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줄기세포 치료제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매 금액 외에 판권료와 판매실적에 따른 별도의 기술료까지 받게 된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홍콩, 중국, 대만 등에서 향후 5년 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한국 식약청 허가만 있으면 별도의 임상시험이 필요 없는 오세아니아, 동유럽 국가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티스템으로 시작을 알렸다면 메디포스트가 앞으로 공을 들여야 할 분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인 ‘뉴로스템AD’다. 유효성을 높이기위해 최근 투여 방법을 기존의 1회 투여에서 반복 투여 형태로 바꿨고, 투여 경로도 뇌에서 뇌척수액으로 변경했다. 현재 동물 대상 비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내년 1분기에는 임상시험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 부사장은 “3년 정도면 임상 과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치매가 난치병의 영역인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급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은 연간 50억 달러(5조4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차바이오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11월 7일 차바이오앤 측은 “‘배아줄기세포 유래망막색소상피세포’를 이용해 노인성 황반변성증 실명 환자에 첫 임상시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차바이오앤은 5월 식약청으로부터 관련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는데 이번 임상시험은 차바이오앤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 ACT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임상시험은 1상과 2a상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12명의 환자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시술해 12개월간 추적 관찰할 예정이다. 성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노인성 황반변성증은 2000년대 들어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4조원 정도로 추정하는데 상용화하면 국내 최초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

알앤엘바이오도 퇴행성관절염, 버거씨병, 뇌성마비 등 총 8건의 상업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는 임상 2상시험을 마쳐 가장 속도가 빠르다. 알앤엘바이오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몸에 주입하는 치료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리 줄기세포를 채취해뒀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활용하는 줄기세포은행 방식이다. 그래서 국회에 계류 중인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알앤엘바이오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는 세포치료제로 분류돼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때문에 단순분리, 세척 등 최소한의 조작 이외에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으로 조작해 치료용으로 쓰려면 임상시험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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