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방식 이견으로 다시 물거품 위기
사업방식 이견으로 다시 물거품 위기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사업을 시행하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이하 드림허브)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 간의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실타래처럼 꼬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갈등은 한쪽이 물러나야 끝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드림허브의 최대 주주는 코레일이지만 드림허브로부터 사업 추진을 위탁 받아 설계, 발주, 보상, 분양 등 드림허브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는 따로 있다. 그런데 AMC 지분율은 롯데관광개발이 70.1%로 코레일(29.9%)보다 훨씬 많다. 사업 초기 AMC의 최대 주주였던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하며 롯데관광개발에 자신들의 지분(45.1%)을 넘긴 때문이다.
11월 20일 예정됐던 드림허브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도 못했다. 10월 19일 이사회에 이어 두 번째 파행이다. 두 번의 이사회는 코레일이 소집했던 것으로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보유 중인 AMC 지분 45.1%를 코레일에 잠정 양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코레일은 개발 사업의 실무를 진행하는 AMC 경영권을 인수해 일괄준공 방식으로 계획돼 있는 사업구조를 단계적 준공방식으로 바꾸고, 1조원 규모의 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래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분 인수를 둘러싼 핵심 변수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2010년 10월 체결한 합의서다.
이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은 롯데관광개발이 잠정 보유하되 드림허브가 ‘제3의 외부투자자’를 선정해 양도를 요청하면 ‘외부투자자 등’에게 즉시 넘겨주도록 돼 있다. 코레일 측은 ‘외부투자자 등’에게 양도한다는 조항을 들어 자신들도 인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보 없는 ‘치킨게임’ 양상그러나 코레일의 주식 인수가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드림허브 사업협약 및 주주간 협약에 코레일의 용산 AMC 지분은 29.9%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AMC가 코레일의 자회사(공공기관)로 편입돼 각종 정부규제를 받게 되는 걸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결국 코레일이 AMC의 주식 75%를 보유하려면 사업협약을 변경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원칙적으로 30개 출자사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롯데관광개발이 지금처럼 AMC 최대 주주 자격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원활히 이끌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일단 시공권 매각을 통한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시공권 선매각 때 경쟁입찰이 곤란해 시공원가가 상승하게되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건물매수자가 개별시공사 선정을 요청할 경우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한 사업비 조달계획은 높은 분양성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방안인데 부동산 경기침체로 PF조달이 곤란한 현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실성 없는 AMC의 사업계획 때문에 추가 투자 유치가 막혔다”며 사업계획 변경 없이는 향후에도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AMC와 코레일간 갈등은 2010년 초에도 첨예하게 빚어졌다. 당시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은 토지매매 중도금 7010억원을 출자사인 드림허브가 납부하지 못하자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 주주들에게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당시엔 삼성물산이 AMC의 최대 주주이자 주간사였다.
코레일은 수차례 자금조달 방안을 만들라고 삼성물산에 요구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요즘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출자사들에 요구하는 방안과 비슷한 요구를 코레일 측에 했다. “사업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자금을 출자사 지분별로 2조원대로 증자하자고 주장했다. 최근 코레일이 내놓은 증자안과 비슷하다.
토지대금 중도금 4조7000억원 지급을 준공 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하는 방안도 코레일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삼성물산이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대안 마련과 구체적인 방안을 조기에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미납된 토지매매 중도금 등 7010억원에 대해 납부이행청구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최고장까지 보냈다.
코레일은 AMC 경영권 인수가 무산될 경우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그렇게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코레일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코레일의 손실 금액은 1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코레일은 우선 토지대금 반환확약으로 발행된 채권 2조4363억원을 6개월 안에 대주단에 반납해야 한다. 이미 납부한 토지대금에서 발생한 이자 1531억원을 드림허브에 돌려줘야 한다. 사업정상화를 위해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4161억원은 손실처리 해야 한다. 드림허브 납입자본금 2500억원을 날리는 것은 물론 귀책 여부에 따라 최악의 경우 다른 주주들의 자본금 총 7500억원에 대한 반환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코레일로서는 땅값 8조원이 문제다. 용산개발은 10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막대한 부채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시작됐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땅값 8조원과 분할납부에 대한 이자 1조8000억원으로 부채를 탕감하려 했던 코레일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땅값 8조원은 ‘서부이촌동 통합개발과 용적률 608%’를 전제로 한 것으로 서부이촌동 분리를 전제로 사업자를 다시 뽑을 경우 땅값은 4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2006년 처음 사업자 공모 당시(분리개발 전제) 최초 입찰 기준가는 3조8000억원이었다. 사업중단으로 5조원 안팎의 간접적인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사업 중단 땐 코레일 10조원 날릴 수도사업이 중단될 경우 민간 투자자들도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롯데관광개발은 납입자본금 1500억원과 1차 전환사채(CB) 매입액을 포함해 17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삼성물산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된다. 우선 직접 손실액만 자본금 납입액 640억원과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따기 위해 매입한 1차 CB 784억원을 합쳐 142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랜드마크 빌딩 시공비로 들어올 1조2000억원을 감안하면 직·간접적인 손실액은 더 크다. 삼성SDS도 300억원의 납입자본금과 빌딩정보시스템(BIS) 수주 금액 5000억원을 합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용산개발사업이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본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결국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의 AMC 지분을 인수한 후 사업 주도권을 잡고 제3의 투자자를 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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