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도 탄탄한 일자리 만든다
제조업에서도 탄탄한 일자리 만든다
스웨덴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글로벌 기업이 많다. 인구밀도가 낮아 일찍부터 통신수단이 발달했는데, 세계적인 모바일 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에릭손이 그렇게 탄생했다. 춥고, 어두운 겨울 동안 대부분 실내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졌고,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가 나왔다.
한반도 4.5배 크기의 화강암 지반의 특성 때문에 아트라스콥코라는 건설·광산기계 등을 생산하는 기업도 탄생했다.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일렉트로룩스와 전 세계 2500여 개 매장을 갖춘 패션브랜드 H&M도 스웨덴 대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100개국 넘게 진출하는 게 예삿일이지만 정작 자국 내 매출 비중은 5%도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구가 950만명에 불과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신업체 에릭손의 해외 진출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876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18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미켈 할렌 세일즈 마케팅 책임자는 “100년도 더 전부터 우리 매출의 95%가 해외 시장에 집중돼 있었다”며 “지금도 그 수치에는 변함이 없고 이는 스웨덴에선 아주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기업은 기업 창업부터 협소한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기술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그래서 스웨덴 글로벌 기업은 스웨덴 내 매출보다는 외국에서의 매출 비중이 수십 배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 채용 꾸준해해외 시장 규모에 비하면 내수 시장 매출이 작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의 기여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아트라스콥코는 내년에 설립 140주년을 맞는다. 이 회사 임직원은 총 4만 여명으로, 그중 5000명이 스웨덴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연 매출액 약 700억 크로나(약 10조원) 가운데 스웨덴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지만 이 회사는 10년 간 채용을 계속해왔다.
몇 년 전부터는 취업 전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채용 기회를 늘리고 있다. 아니카 베리룬드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비록 내수시장이 차지 하는 매출액은 5%에 불과하지만 스웨덴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홈그라운드”라며 “스웨덴은 임금 수준이 높은 나라이지만 그만큼 숙련된 노동자가 많아 인재를 채용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는 26% 수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별 차이가 없지만 사회공헌 활동도 대기업의 역할이 크다. 북유럽 최대의 재벌그룹인 발렌베리 그룹은 직간접적으로 스웨덴 GDP 및 스웨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1856년 그룹창업주인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1856년 SEB 은행 창업을 시작으로 현재 5대에 걸쳐 150년 이상 지속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지 않고 원만하게 지속경영이 가능한 요인으로는 여러 개의 발렌베리 재단을 설립하여 학계의 연구개발 지원, 과학기술교육 등에 대한 지속적 투자 등의 사회적 공헌을 꾸준히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재벌가문의 가훈이 “있되, 보이지 마라(To be, not to be seen)”라고 하는데 겸손을 미덕으로 삼으면서 사회공헌과 근로자 권익에 앞장선다.
1900년대 초반부터 입지를 다진 스웨덴 기업의 성장 방식은 기업 인수·합병(M&A)이다. 해외 시장 진출 전후로 국내외 기업간 M&A를 통해 먼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몸집을 키운 사례가 많다. H&M도 1947년 ‘헤네스’라는 상호로 여성복 판매를 시작한 이후 남성복 의류 기업이었던 ‘마우리츠’를 1968년 인수해 H&M이라는 상호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됐다. 도어개폐장치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아사 아블로이’는 1994년 스웨덴의 ‘아사’와 핀란드의 ‘아블로이’라는 기업이 합병한 회사다. 설립 이후 세계적으로 150건의 기업인수를 통해 짧은 기간에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또한 스웨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 때 동일 사업 분야의 해당 국가 유망 중소기업을 인수해 기존 합병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현지 시장진출 효과를 빠르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확대를 꾀하는 셈이다. 가전제품업체 일렉트로룩스 역시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회사들을 합병해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마틴 아로넷 미디어홍보 부사장은 일렉트로룩스의 성장 전략에 대해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조직 전체가 성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장 안에서 투자를 열심히 해서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전략이다. 이집트의 ‘올림픽’이라는 회사와는 30년 넘게 관계를 지속해왔는데 올림픽이 우리의 제품을 팔면서 북아프리카 쪽에서도 일렉트로룩스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합병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인적자원’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각 로컬마켓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웨덴 전국에 약 50여 개의 산업별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있어서 창업 지원부터 입주기업간 공동연구 및 제품개발, 해외시장 개척에서 상호 정보공유와 협력 네트워크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예로 스톡홀름 인근에 위치한 시스타 과학도시는 스웨덴 ICT 산업의 본산지이자, 유럽 최대 규모의 ICT 클러스터로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군 사격장 부지였으나 스톡홀름시와 협력하에 에릭손이 시스타로 이전하면서 개발이 본격화 됐다.
현재는 IBM과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사, 인텔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입주해있다. 스톡홀름대학교와 왕립공과대학교의 클러스터내 단과대학 이전으로 동일 클러스터 내에서 활발한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가능한 유럽 최대 규모의 ICT 클러스터로 성장하게 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과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클러스터는 스웨덴 경제의 근간이다.
해외 진출에서 뿐만 아니라 임금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거의 없다. 1938년 살트셰바텐 협약에서 노동조합총연맹(LO)과 사용자연합(SAF)간 협약이 이뤄진 덕분이다. 이 협약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장 분쟁을 해결하는 중앙집권적 틀을 만들었다. 살트셰바텐 협약으로 기업별 노사임금협상이 아닌 업종별 노사대표가 임금교섭을 하게 됐고, 이때 정해진 업종별 임금을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없이 전 업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잦은 임금협상을 통한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노사분쟁은 매우 드문 편으로 인구 1000명당 파업에 따른 근무손해일수는 2008~2010년 평균 4.4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제조업 부문의 파업 및 공장폐쇄건수도 2008년 기준 1건으로 이탈리아 273건, 덴마크 138건, 핀란드 80건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최고 수준으로 종업원 1인당 11만5974 달러를 창출했고, 2010년도에는 전년 대비 시간당 생산성이 4.2% 증가해 다른 유럽국가를 앞지르고 있다.
‘제2의 이케아’ 막아라대기업-중소기업 간 구조가 탄탄하고, 노사분쟁도 드문 나라지만 ‘복지 천국’이라고 해서 기업에게도 천국인 것은 아니다. 몇몇 기업들은 스웨덴의 높은 법인세를 피해 해외로 본사를 옮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가구기업 이케아다. 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설립자는 1943년 스웨덴 남부의 한 지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평소 검소한 기업인으로 스웨덴 국민들에게 존경 받던 그는 1973년 스웨덴을 떠나 스위스 로잔으로 갔다. 높은 세율 탓이다. 같은 이유로 본사도 네덜란드로 옮겼다. 전 세계 280여 개 매장이 있는 스웨덴 대표 기업의 본사는 여전히 네덜란드에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제 2의 이케아’를 만들지 않기 위해 1990년대까지 최고 30%에 이르던 법인세율을 차츰 내리기 시작했다. 1993년에 2%포인트, 2009년에 1.7%포인트를 각각 낮춰 3년 간 26.3%를 유지해왔다. 내년부터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스웨덴 최대일간지 DN은 최근 정부가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현행 26.3%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세율은 EU 회원국 전체 평균 법인세율인 23.4%보다 낮은 수준이다. 라인펠트 총리는 “이번 세율 인하는 스웨덴의 신규 고용과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낮춤으로써 투자 환경이 강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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