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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D램으로 승부수

모바일 D램으로 승부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커져 수요 늘어… D램 산업 구조조정도 호재



‘주인 없이 방황하던 하이닉스는 가고 비상(飛上)하는 하이닉스가 올 것이다’. 올해 2월에 SK그룹의 일원이 된 SK하이닉스를 두고 시장과 업계는 기대감을 보였다. 지난해 말 하이닉스 인수 과정부터 깊숙이 관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에 작년보다 20% 증가한 4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2분기엔 작년 3분기부터 이어진 이 회사 영업손실을 230억원 흑자로 바꿔놨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 후에 강력한 리더십, 강력한 성장전략, 강력한 스킨십 등 이른바 ‘3강 경영’으로 회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이 2조4000억원으로 2분기 때보다 2000억원이 줄었고 영업손실은 150억원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PC용 D램 가격이 3분기 들어 16%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적자→흑자→적자여기에 올 한해 진행됐던 최태원 회장의 재판 문제도 변수였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11월 26일 서울 광장동 아카디아연수원에서 주요 관계사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CEO세미나를 열고 “내년 1월부터 그룹의 새 운영방식인 ‘따로 또 같이 3.0’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따로 또 같이 3.0’은 총수(최태원 회장)를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수직적 경영체제에서 위원회 중심의 수평적 체제로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계열사 자율책임경영을 전제로 6개 위원회가 주축이 돼 그룹 차원의 글로벌 공동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 계열사 CEO와 이사회는 SK와의 협의보다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신사업 진출 등의 주요 경영판단을 내리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부재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최 회장 스스로 경영 쇄신안을 제시해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따로 또 같이 3.0’은 최 회장이 직접 천명한 개념이다. 최 회장은 11월 8일과 22일 각각 진행된 공판의 최후진술에서 “SK계열사들은 그룹 내에서 모든 것을 독립적 위치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사회의 시각은 SK가 마치 하나인 듯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하는 것 같은 오해가 있어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 회장이 12월 28일 최종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처럼 SK하이닉스 경영 전반에 대해 강한 추진력을 보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러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SK하이닉스의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모바일 메모리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이 청신호다. D램 부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 트렌드포스는 최근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분기에 21.2%로 2분기(17.9%)보다 늘어 성장세가 뚜렷한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모바일 D램 부문 세계 2위다. 경쟁업체인 일본의 엘피다(3분기 20.8%)를 제쳤다. 특히 애플이 3분기에 아이폰 5를 출시하면서 중저용량 모바일 D램 매출이 증가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는 SK하이닉스가 PC용 D램 대신 모바일 D램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SK하이닉스는 PC용 D램 부문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모바일 D램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원래는 모바일 분야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투자를 늘리고 소비 전력량을 줄인 미세공정을 적용해 약점 극복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전체 D램 매출에서 모바일 D램 비중이 2분기 22%에서 3분기 33%로 늘었다.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메모리 부문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모바일 D램의 매출 비중을 3분기에 50% 이상 확대하며 원가 경쟁력을 갖췄으며 4분기에는 이 비중이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상도 SK하이닉스엔 호재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의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 8500만대로 2분기보다 18.7% 증가한 반면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383달러로 오히려 6.9% 내렸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반도체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저가로 삼성·애플이라는 업계 양대 산맥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ZTE, 유롱, 화웨이, 하이센스 등과 협력관계에 있다. 모바일 D램과 임베디드 낸드 패키지 공급이 느는 만큼 수익성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최근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국이던 일본은 엘피다가 사실상 도산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됐고 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 반도체 부문 대기업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연내에 최종 국유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르네사스는 5000명 규모 인력도 추가로 감원할 예정이다.



취약했던 컨트롤러 기술 확보대만도 어렵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3X나노미터급 D램 가격이 공정 현금 원가를 밑도는 등 어려워진 업황에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만 업체들이 현금 유출을 막고자 공장가동률과 인원을 줄이고 있지만 모바일 D램 부문에서 핵심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변 연구원은“D램에서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와 함께 기술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 산업에서 공급업체 수가 4곳으로 줄어들고 D램이 20나노미터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해졌기 때문에 후발업체는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D램 산업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을 곳은 SK하이닉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낸드 부문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월에 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컨트롤러 전문업체인 LAMD를 인수했다. 모바일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 라이브)용 낸드는 컨트롤러 칩을 붙여 최적화해 고객업체에 제공돼야 하는데 그간 SK하이닉스는 해당 기술이 없어 외부에서 조달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취약했던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해 솔루션 제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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