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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예약하고 해외 사이트서 직접 산다

일찍 예약하고 해외 사이트서 직접 산다

같은 제품·서비스 저렴한 값에 즐겨…해외 직구매 피해 사례도 늘어



회사원 이혜연(29)씨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석 달 전, 저가 항공사가 프로모션으로 내놓은 ‘얼리버드’ 항공권을 구입했다. 당시 이씨는 왕복 티켓 값으로 2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을 냈지만 현재 그가 예매한 일본 오사카행 티켓 가격은 37만원대에 이른다. 예매를 서두른 덕분에 정상 운임의 절반가격으로 티켓을 마련한 것이다.

호텔 역시 한달 전에 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을 마쳤다. 이씨는 “일찍부터 여행을 계획한 덕분에 싼 값으로 나왔을 때 바로 예약할 수 있었다”며 “항공권, 숙소의 경우 매일 같이 관련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가격 정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계획한 여행 경비에서 3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T 기술 발달로 시간·공간 제약 사라져이씨처럼 미리 계획한 후 싸게 즐기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명 ‘스마트 컨슈머’로 불리는 이들은 동일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다른 소비자들에 비해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인다. 과거에도 많은 소비자가 가격 정보를 비교하며 알뜰한 소비를 했지만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SNS 등 스마트 기술의 발전과 물류 시스템 효율화 등을 계기로 제약 조건들이 사라지면서 한층 더 똑똑한 소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G경제연구원은 ‘스마트 컨슈머가 이끄는 특별한 소비트렌드’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가 똑똑한 소비를 하는 현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컨슈머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비결은 시간·공간·수단적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소비를 하는 것이다. 가장 기초 단계는 저렴한 시점에 구매를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파악한다는 점에서 무작정 싸다고 구매하는 충동 구매와는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 컨슈머가 짧은 기간만 할인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나 두 세달 일찍 예매하는 승객에게만 적용되는 얼리버드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는 비결이다.

실제 탑승일보다 3~12개월 전에 판매되는 얼리버드 항공권의 경우 일반 항공권보다 통상 20~50%가량 싸다. 동남아 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한 저가 항공사의 경우에는 환불 불가 조건으로 동남아행 항공권을 90%까지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격의 변동성은 스마트화, 모바일화, 소셜화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가격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바로 스마트 컨슈머”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정인(23)씨는 얼마 전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국 T브랜드 핸드백을 구입했다. 이 가방의 백화점 정상가는 60만원대지만 김씨가 구입한 가격은 24만원. 김씨는 여름 방학 해외 배낭여행 길에 들른 면세점에서 같은 모델을 466 달러(한화 약 50만원)에 봤지만 백화점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구매를 망설였다.

이후 매일같이 해당 브랜드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중 10월에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에 한해 3일 동안 30% 세일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문해 결국 원하던 핸드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김씨는 “백화점에서 그냥 정상가로 구매할까도 생각했지만 참고 기다린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면서 “이번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에도 세일한다는 공지사항이 떠서 그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전형적인 스마트 컨슈머다.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인터넷 쇼핑몰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은 주문 과정이 불편하고,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는 단점에도 국내 유통 채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별 세일 기간 동안 5만4000원에 판매했던 V사의 그릇도 V사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국제 배송비를 포함해 2만2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배송비를 내더라도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최저가보다 반값 이상 저렴한 셈이다. 정품 여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운 일부 인터넷 쇼핑몰, 소셜 커머스 등과는 달리 이 같이 직접 구매하면 안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결제하는 일이 어렵다면 구매를 대신해주고, 배송까지 해주는 해외 구매 대행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해외 여행을 가서 직접 제품을 사오거나 현지 지인에게 부탁해 국내로 배송 받는 방법 외에는 개인적인 구매가 어려웠다. 그러나 2009년부터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몰테일(2009), 아무(2010), 맘스(2010), 유니옥션(2011)과 같은 배송 대행 업체가 등장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직접 주문하고 구입하기가 수월해졌다.

이를 이용하는 스마트 컨슈머들이 늘어나면서 국제 특송화물 수입은 2010년 722만건(약 68억 달러)에서 2011년 1151만건(약 115억 달러)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국내는 물론 선진국을 중심으로 IT 수준이 향상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몰도 이용하기 편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구매 대행 관련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서구에 거주하는 염모씨는 올해 5월, 인터넷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17만원 상당의 의류를 구입했다. 약속한 기일이 지나도록 배송이 되지 않자 환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계좌로 환불해주겠다던 업체는 약속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에는 연락이 두절됐다.

이같은 피해 신고 사례는 한 달에 50여 건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고가의 해외유명 브랜드 상품을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의 허위·과장 광고에 현혹돼선 안 된다”며 “현금 위주로 대금 결제를 유도하는 통신판매 업체는 ‘먹튀’ 사업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전자상거래(통신판매)로 구입한 상품은 관련 법률에 따라 7일 이내에는 언제든지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따라서 상품대금은 가급적 신용카드로 3개월 이상 할부로 결제하고, 에스크로제도 등 구매안전서비스가 확보된 전자상거래업체를 이용해야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포인트, 마일리지, 쿠폰도 적극 활용이 같은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스마트 컨슈머들의 똑똑한 쇼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나 마일리지, 쿠폰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들어 호텔 체인이나 항공사 등을 중심으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스마트 컨슈머들은 최적의 경로를 찾아 다양한 가상 화폐, 프로모션 등을 활용한다.

최적의 경로를 찾아 구매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로 가격을 깎거나 흥정하고, 할인 관련 정보를 여럿이 공유하는 트렌드인 ‘딜러쉬크(Dealer-chic)’의 영향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스마트 컨슈머의 등장을 이끈 스마트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따라 스마트한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각자의 소비 방식이 과거보다는 다소 스마트하게 변화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 전반의 스마트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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