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지고 루비·에메랄드 뜬다
다이아몬드 지고 루비·에메랄드 뜬다
![](/data/ecn/image/2021/02/25/ecn12141337.jpg)
11월 27일, 홍콩 크리스티 옥션 하우스가 진행한 주얼리 경매의 판매 총액은 약 815억원(7525만6901달러)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최고가 낙찰 물품은 버마산 루비 목걸이로 약 56억원(516만9824달러). 지난해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으로 특별 진행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역대 최고가의 루비가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크리스마스에 리처드 버튼으로부터 선물 받은 푸에르타 루비 반지 가격은 약 46억원(422만 6500달러)에 낙찰됐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해 장기 투자처로 보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컬러보석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1594억 달러 규모의 세계 주얼리 시장(2011년 기준)에서 다이아몬드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90%에 이른다. 그러나 에메랄드·루비·사파이어 같은 색깔 있는 보석이 다이아몬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가격 5분기 연속 하락미국의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11월 22일 보석시장에서 “다이아몬드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다이아몬드가 영원히 여성의 가장 친한 친구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비싼 다이아몬드 판매가 줄어 가격이 5분기 연속 떨어지면서 2008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고 소개했다. 불황 영향으로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5분기 연속 떨어졌다. 0.5캐럿 이하 다이아몬드 원석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20% 가까이 하락했다. 0.5~1캐럿 가격도 같은 기간 10% 정도 떨어졌다. 다이아몬드 전문 회사인 DTC 드비어스사에서는 “불황으로 수요가 줄고 재고가 늘면서 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광산업체들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이아몬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은 최근 캐나다 에카티광산의 다이아몬드 사업권을 미국 해리윈스턴에 넘겼다. 업계 3위인 리오틴토도 올해 초 다이아몬드 사업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리오틴토 다이아몬드 사업부의 수익은 전년 대비 86% 급감했다. 경기 침체로 유럽과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보석 애널리스트인 러셀 쇼어는 “다이아몬드를 사들이던 고객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인도 등의 장식용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몬티 겐즈 국제다이아몬드 제조협회 회장은 “0.9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사려면 평균 7000달러가 들지만 최고 품질의 에메랄드는 그 절반 가격이면 살 수 있다”며 “색깔 있는 보석의 부상이 다이아몬드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루비나 에메랄드 같은 컬러보석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에메랄드 생산업체 젬필드에 따르면 고품질 에메랄드가격은 3년 사이 10배 올랐다. 가공 루비의 값도 2005년 이래 63% 치솟았다. 같은 기간 사파이어 값은 45% 상승했다.
컬러 보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다이아몬드보다 싸다. 0.9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가격은 7000달러지만 같은 크기의 에메랄드는 절반 값에 살 수 있다. 컬러보석 생산업체들이 마케팅 활동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에메랄드 생산량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젬필드는 내년 마케팅 비용을 400만 달러로 늘렸다.
신흥부자가 늘고 있는 중국에서도 컬러보석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인건비가 늘고 고품질 보석이 희귀해지면서 450억 달러(약 48조7394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의 주얼리 시장에서 컬러보석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대중적으로는 비취를, 투자를 위해서는 고품질의 붉은색 보석인 루비나 루벨라이트를 선호한다.
유명 인사들도 컬러보석의 몸값을 올리는 데 한몫 했다. 세‘ 기의 결혼식’으로 관심을 모은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는 약혼 반지로 사파이어를 택했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파이어 반지 열풍이 불었다. 미국에서는 1000달러에서 5만5000달러 가격대의 사파이어 반지 주문이 줄을 이었다. 미국 팝가수 비욘세는 검정 보석이 박힌 약혼반지를 받았다. 할리우드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제시카 심슨의 약혼반지에 다이아몬드 두 개가 박혀 있었다. 하지만 반지 중앙은 루비가 장식했다.
패션시장 성장의 반사이익세계 주얼리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국내 시장에서도 컬러보석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컬러보석은 1989년까지 금수품목이었지만 제한이 풀리면서 수입량이 늘기 시작했다. 1993년 이후에는 다이아몬드를 밀어내고 대중적인 보석으로 인기를 얻었다. 루비와 사파이어는 결혼예물로 선호됐다. 그러나 2006년 가짜 컬러보석 주얼리가 백화점에서 나오자 신뢰가 떨어져 예물 시장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해외 유명 주얼리 브랜드의 컬러보석 사용 증가, 그리고 주얼리 디자이너의 준보석 사용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순금 한 돈의 가격이 20만원을 넘는 등 급등한 금값도 영향을 미쳤다. 대체 상품인 컬러보석을 활용한 액세서리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다이어리와 지갑, 펜 등 작은 소품 시장에서도 컬러보석을 움직임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월별로 다른 컬러보석 탄생석이 유행이다. 본인에 해당하는 탄생석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입사철을 맞아 일부 매장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보석 냉장고로 대표되는 주얼리 가전도 가정용 기기에서 IT, 사무용 기기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소장은 “패션시장 성장이 주얼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젊은 여성들이 값비싼 예물보다 소비형 장신구로 주얼리를 찾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컬러보석 액세서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예물 시장에서도 금 함량이 높은 비싼 예물이나 다이아몬드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이고 개성 있는 컬러보석이 인기다. 웨딩 주얼리업계에서는 사파이어, 루비, 진주와 같은 컬러보석이 내년 혼수예물 시장에서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2년 전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서 구입한 컬러보석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팔아도 되고 훗날 자녀들이 결혼할 때 예물로 물려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택 세계유색보석협회(ICA) 한국지부 부회장은 “천연유색석 시장은 개발하면 할수록 잠재력이 있으며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우리 아티스트 비웃지 마라”...가상 아이돌 시대, ‘플레이브’ 비하 논란
2“코스트코 어쩌나”...韓 창고형 할인점 대박 터졌다
3배우 이하늬, 세무조사 후 60억원 추징금 납부…“고의적 탈루와 무관”
4단돈 만원에 수억원 보장?…소비자 울리는 보험 허위·과장 광고
5“한 사람을 사회서 철저히 배제”...나종호 교수, 김새론 비보에 ‘일침’
6시진핑, 중국 민간기업 대표들과 회동…규제 완화 신호?
7대구 시티투어버스 타고, 팔공산 여행 떠나볼까?
8봉화군, 문수산 산림복지단지 시범운영 "청정자연 속 힐링명소 탄생"
9 해상풍력법, 산자소위 통과…'에너지3법' 모두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