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가장 절실할 때 함께 나눈다
Business - 가장 절실할 때 함께 나눈다
저소득층 지원과 인재육성을 목표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몽구 재단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몽구 재단의 전신은 1997년 설립된 ‘해비치재단’이다. 주로 저소득층의 문화·예술 지원과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8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개인 기부로는 국내 최대인 5000억원(개인 소유 글로비스 주식)을 기탁하면서 도약기를 맞았다.
2011년 12월에는 명칭을 해비치재단에서 정몽구 재단으로 변경했다. “스스로 이름을 내 건 만큼 보다 책임감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는 정 회장의 각오를 담았다.
문화·예술에서 사회 전반으로정 회장의 기탁액으로 좀 더 폭 넓은 범위의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 됐던 지원을 ‘사회 전체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늘려 잡았다.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저소득층’과 ‘인재육성’을 큰 틀로 두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시작한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강동식 정몽구 재단 팀장은 “교육, 사회복지, 청년일자리, 인재양성 등을 우선사업 분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회에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서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수개월 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모든 과정에 메시지를 담아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온드림스쿨이다. 이 사업은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방과후 학교나 다양한 체험 활동을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사업 안에 ‘온드림 특활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농어촌 초등학교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각자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책을 만들기도 하고, 바느질을 하며 핸드폰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교육의 기회가 작은 시골 초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재능기부자로 참가하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반응이 좋다. 올 여름 첫 번째 특활교실에 1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지원했고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30명(12팀)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 겨울에는 총 참가팀이 16개 팀으로 늘었다.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각자 팀과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공모전을 거친다. 세부 실천 계획과 예산집행까지 대학생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재단은 우수한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시골학교와 매칭해주는 역할만한다. 물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기도 한다.
모든 프로그램이나 일정, 세부내용을 짜놓고 몸만 참여하는 여타 대학생 봉사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대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 주도 활동의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봉사를 대하는 마음 자세부터가 다르다.
제정모 정몽구 재단 대리는 “처음 기획할 때만해도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대학생들의 참여가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며 “시골 초등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방과후 활동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봉사자로 참가한 대학생들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대학생들이 또 하나의 씨앗이 되어 사회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가 담겨있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활동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단순히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환원하거나,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 자체가 사회공익에 기여하는 기업을 말
한다.
정몽구 재단은 사회적 기업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사회 전반에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 해마다 30개 팀을 선발해 다양한 지원을 한다. 15개 팀은 당장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팀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보다 빠르게 사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경영컨설팅 업무를 지원하다.
나머지 15개 팀은 기본적인 틀을 갖추진 못했지만 가능성이 큰 팀을 골라 팀당 1억~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향후 5년간 150개 팀을 선발해 지원함으로써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료 소외계층과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희망진료센터’ 사업은 기존에 없던 색다른 시스템으로 공공의료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희망진료센터는 적십자 병원 안에 별도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치료를 돕는 센터다.
이 사업의 특징은 대학과 민간 기업, NGO가 공동으로 참여해 의료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적십자는 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의료진을 공급한다. 치료에 필요한 비용과 운영비는 정몽구 재단이 부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의료 협력 모델이다. 센터에서 1차 진료를 하고, 필요하면 서울대학교 병원이나 적십자 병원에서 2, 3차 진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우선사업 분야 외에도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생기면 즉각 도움을 주는 사업도 진행했다. ‘이웃사랑 희망 나누기’ 사업이다. 저소득층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100억원을 투입해 2만 가구에 쌀과 난방에 필요한 기구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하는 물품이 저소득가구의 생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많은 부분 신경을 썼다.
제정모 대리는 “똑같이 추위가 닥쳐도 어떤 가구는 전기장판이 필요하고, 어떤 가구는 연탄이 더 효율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전국 시군구의 희망복지지원단의 사회복지사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필요 물품을 조사한 다음 해당 물품을 배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사랑 나누기 행사가 1회성 이벤트로는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품 배송에 자활센터 이용하기도1만 가구에 지급된 쌀 역시 한 번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20kg을 두 달에 한번씩 공급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이 되도록 배려했다. 많은 기업들이 해마다 하는 단순한 기부 활동이지만 작은 과정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소득 가구에 물품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한국지역자활센터’의 택배 시스템을 운영한 것이다.
한국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단체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고용해 물류를 배송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조직은 갖춰져 있지만 배송 물량이 많지 않다. 한국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일거리를 얻었고 전국에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경험도 함께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배송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강동식 팀장은 앞으로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지속성’과 ‘유연성’을 꼽았다. “어떤 일이든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해야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래야만 도움을 받는 상대방도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는 게 강 팀장의 생각이다. 빠르게 변화는 사회성에서 유연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사회 복지관련 제도가 바뀌면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바뀐다”며 “제도와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그 순간, 가장 절실한’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최대 9.2조원 보조금 확정
2종로학원 “서울대 의예 294점·경영 285점…눈치작전 불가피”
3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
4‘5만 전자’ 탈출할까…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매입
5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
6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7미래에셋증권, ‘아직도 시리즈’ 숏츠 출시…“연금 투자 고정관념 타파”
8대출규제 영향에…10월 전국 집값 상승폭 축소
9“하루 한 팩으로 끝”...농심, 여성 맞춤형 멀티비타민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