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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EO 박근혜 중산층 살릴 책임 떠안다

대한민국 CEO 박근혜 중산층 살릴 책임 떠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GH(근혜) 노믹스와 새 정부 경제팀 안팎에서 박 당선인을 보좌할 경제 브레인을 알아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부산 자갈치 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과반 득표로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뒤를 이은 2세 대통령이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처음 나왔을 당시 출마선언문에서 그는 “가난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고 목이 메어 밥을 넘기시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고 회고했다. 이번엔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그는 서울 광화문에 나와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생 대통령’은 그가 공언한 ‘약속 대통령’으로 가는 노정이고 ‘대통합 대통령’은 그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박근혜 당선인 측의 요구를 수용해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화답했다. 부양책 규모는 10조~20조원 수준이다.

경제 문제 해결은 박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한 동기이다. 1997년 12월 15대 대선 직전 정치에 뛰어든 그는 정계입문이 외환위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IMF 체제로 들어가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가. 다시 나라가 반석 위에 올라서는 데 일조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굉장히 스스로를 자책할 것 같았습니다.”

박 당선인의 경제 정책 방향은 성장과 경제민주화(분배)의 조화 내지는 균형으로 요약된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하며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우기)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와 비교해 경제 정책 노선이 뚜렷하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시장 보수’에서 국가의 시장 개입을 인정하는 ‘개혁 보수’로 진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경제 브레인으로 당내 정책가 그룹의 일원인 안종범 의원은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지 않고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해 그는 ‘절제된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앞서 200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서 이 용어를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라는 뜻으로 사용한 일이 있다.



성장과 복지 조화에 중점박 당선인을 도와 성장과 분배의 두 축을 구축한 인물은 김광두 힘찬경제추진위원장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 위원장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 멘토로 통하는 김광두 위원장은 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조화를 추동한 인물이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2007년 박 당선인의 경제공약이었던 줄·푸·세의 입안자이기도 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도록 이끌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키 포인트는 대기업 개혁이다. 박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대기업이 잘못한 것은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특히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가 저지르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엄격하게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그러나 지배구조 개혁이다.

공약에 따라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는 유지될 전망이다. 기존 순환 출자의 고리를 끊었을 때 대기업 우량 계열사의 경영권이 외국 펀드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느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쓸 돈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전횡하는 문제는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토록 해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산분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5%까지 축소하고 은행 지분의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는 대기업들의 반발이 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 당선인은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주주총회에서의 집중투표·전자투표제 도입, 다중대표소송제의 단계적 도입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 개혁의 다른 한 범주는 공정거래 강화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기된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담합 등 법을 어긴 기업에 대해 검찰 고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게 한 제도다. 앞으로 공정위는 자의적으로 고발을 면제해 줄 수 없다.

박 당선인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하면서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등에게도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한 대기업이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앞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기업의 보상 책임도 크게 강화된다.

정부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는 대기업·수출·제조업 우선에서 중소기업·내수·서비스업 지원 병행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중시하지만 고용률을 경제 정책의 중심 지표로 삼는 정책 변화도 예고돼 있다. 박 당선인은 임기 중 고용률을 EU(유럽연합) 목표 수준인 70%로 높여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일자리 창출의 구체적인 방안은 ‘일자리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 3대 약속’에 담았다. 청년들의 해외취업 기회 확대, 60세로의 정년 연장 등이 그 예이다.

기본적으로 복지는 우선순위가 높고 재원 조달에 무리가 없는 방안부터 선별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4대 중증 환자에 대한 미 적용 의료비 지원 확대, 소득계층별 차등화된 등록금 지원, 0~5세 무상보육 등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FTA는 큰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전면 재협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아직 발효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요하면 미국과 재협상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국가 소송(ISD) 조항과 관련해 소송제기 요건 강화, 항소절차 추가 등의 보완책을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FTA 큰 틀 유지박 당선인이 공약한 일단의 민생 프로그램을 집행하려면 임기 중 132조원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 저성장이 구조화하고 있어 이만한 재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경제철학이 아직은 농익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상충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일이 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그러나 상반된 시각도 있다. 두 가지가 현실적으로 양립이 쉽지 않은 정책 목표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이다. 성장률이 낮아진 반면 복지 수요는 급증했다. 3분기 성장률은 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새 정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정책 추진의 동력은 강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박근혜 리더십의 키워드는 공평무사, 원칙, 신뢰, 절제 등이다. 국회의원에 다섯 번 당선돼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끄는 동안 그는 일관되게 공익을 우선시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박 당선인의 첫 시험대는 인사다. 그는 이미 시민세력과 야당 추천인사도 참여하는 국정쇄신정책회의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여야 지도자 회의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통합 대통령’의 출발점은 반대·소외 세력도 끌어안는 탕평 인사다. 국민들의 시선은 벌써 인수위원회 구성에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내년 2월 25일 청와대에 입성한다. 롤 모델이기도 한 아버지를 총탄에 잃은 지 33년 만의 귀환이다. 아버지의 유산은 그에게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지만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성장으로 표상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 어떻게 성장과 나눔을 조화시킬 것인가. 첫 여성 대통령인 그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 이 책무를 완수한다면 그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굵직은 한 획을 긋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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