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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내실경영·사회적 책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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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총수 신년사 키워드 분석…인재 확보와 투자 증대도 역설



‘올해도 여전히 어렵다. 경영환경은 불확실하고 상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인재를 늘리고, 투자도 아끼지 말라.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 나서라.’ 2013년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의 신년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본지가 상호출자제한기업 중 자산총액 상위 10개 그룹 총수의 신년사 전문을 입수해 어떤 단어가 많이 쓰였는지 분석한 결과다.

올해 10대 그룹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위기(리스크)·침체·불황’이었다. 41회 등장했다. 그룹 총수들이 세계 경제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위기와 연관된 단어도 많이 등장했다. ‘어려운·힘겨운’ ‘부진·둔화’ ‘대응·대비’ ‘돌파·돌파구’‘변동성·불확실’ 등이다. 위기 진단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했다.

이건희 섬성전자 회장은 “세계경제는 올해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으며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로 더욱 어렵고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 앞에 다가온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고 전했다. 다른 그룹 총수들 역시 강한 어조와 표현을 섞어가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그룹 총수들의 단골 화두인 ‘글로벌·세계·해외’는 37회 등장해 둘째로 많이 쓰였다. 다음은 ‘시장·신시장(24회)’, ‘고객·고객가치(21회)’, ‘경쟁·경쟁력(17회)’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올해 신년사의 주요키워드는 2012년과 유사했다(표 참조). 지난해에 이어 2013년 세계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의 예측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부터 그룹 총수들이 부쩍 강조하기 시작한 ‘사회’ ‘사회적 책임’ 사‘ 회 공헌’ 등도 새해 신년사에 많이 등장한 단어였다. ‘협력업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한 총수들도 많았다. 아울러 총수들은 ‘소통’ ‘조직문화’를 강조했고, '혁신‘ ‘기술개발’ ‘변화, 변모’ ‘선제, 선도’ ‘성장, 성장동력’ ‘내실경영, 수익성’ ‘실행력’, ‘역량 강화’ 등을 당부했다.



삼성 ‘특허분쟁’ 현대차 ‘ABC 공략’이 관전 포인트10대 그룹 대부분이 올해 경영·투자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각 그룹의 올해 관전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지 주목된다. 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201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2조8000억원, 37조2000억원으로 증가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대 변수는 특허 분쟁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견제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 새너제이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특허소송 최종 판결과 양측이 상호 제소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금지 최종 판정이 올해 삼성전자 경영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두 판결·판정은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동시에 지난해 삼성전자에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뺏긴 노키아의 반격도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활동도 주목된다.

현대·기아차의 관전 포인트는 ‘ABC(America·Brazil·China) 시장’ 공략 여부가 될 것 같다. 최대 자동차 격전지인 미국과 지난해 새 공장을 가동한 브라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승부처인 중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올해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현대·기아차 판매 목표를 741만대로 제시했다.

국내에선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수입차와의 경쟁 전략도 지켜볼 대목이다. 내부적으로는, 정치권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그룹 지배권승계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동안) 경쟁사보다 나은 상품으로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시장을 선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주력인 LG전자, 특히 휴대전화 사업의 재건이 올해 최대 화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가 스마트폰 글로벌 3위, 국내 시장 확고한 2위 업체로 자리잡느냐를 최대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SK 독립경영 체제도 주목SK그룹은 지난해 말 선포한 독‘ 립경영’ 체제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강조하는 '따로 또 같이 3.0'을 새로운 경영기조로 채택하고 올해부터 적용키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지주회사 SK는 사업 회사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고 냉철한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며 "그룹단위 의사결정은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각 위원회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탄력을 받은 해외사업에 얼마나 더 투자할 지가 관심사다. 롯데그룹은 2009년 발표한 ‘비전 2018(2018년 매출 200조원 달성,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진입)’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확대해 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 투자를 더 늘린다는 게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조2000억원 대부분을 차입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게 관건이다.

포스코는 올해 내내 상시위기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회장은 신년사에서 “포스코 그룹의 중심축인 철강사업에서는 국내외에서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가속화할 전망이고 인프라, 무역, E&C, 에너지 등 전 사업부문에서 극한의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한 해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포스코가 올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중공업도 침체된 업황이 얼마나 개선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의 60%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올해 수주목표는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297억 달러로 잡았지만, 조선·엔진 등 주력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대형 해양 프로젝트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정유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한국우주항공(KAI) 인수전에 다시 참여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준비 중인 순환출자 구조 변경과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부채비율을 600^로 낮출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GS그룹은 지난해 1월 설립한 에너지 지주회사인 GS에너지 역할이 주목된다. 그룹 관계자는 “GS칼텍스와 GS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신재생에너지, 대체네너지 분야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기나긴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태양광 시장이 올해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김승연 회장 구속으로 발생한 경영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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