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직접 나서 ‘VVIP’ 모신다
CEO가 직접 나서 ‘VVIP’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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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1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김자영(43)씨는 최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에 방문했다. 김씨는 “연 7%대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소비재 관련 주식을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W)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의 요구를 들은 은행 PB는 곧바로 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신한금융투자 PB팀장에게 바로 연락했다.
신한금융투자 PB팀장은 그 자리에서 제안한 상품을 만들어줬다. PWM센터는 은행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 PB센터를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묶어 공동 운영하고 있는 지점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PB센터에서 증권사 직원을 일부 배치하는 ‘브랜치 인 브랜치(BIB)’ 시스템을 시도했지만, 1~2명을 배치하는 것으로는 김씨와 같이 ‘맞춤형 상품’을 원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전환했다.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이관석 팀장은 “그동안 은행 PB센터에서는 채권이나 예금 등의 상품 가입을 주로 했지만 PWM센터로 전환한 이후 증권사 상품도 함께 투자할 수 있어서 고객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PB센터가 변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한 곳의 금융회사 PB센터만 방문해도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이관석 팀장은 “한 명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가 집단에 컨설팅을 받고 싶어한다는 고객의 심리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10억원 이상 부자 8.9% 늘어과거에는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는 고객은 증권사 PB센터를, 10~20년 이상의 장기상품을 가입을 원할 경우 보험사, 자산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자산가들은 은행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회사가 갖고 있던 특징이 제각각 이었던 만큼 PB들의 개인 능력만이 중요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부자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PB서비스는 확대되고 있다. 자녀에 재산 증여문제나 세금, 법률 등에 대한 자문까지 해준다. PB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해당 금융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정도다.
고급화와 대형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역삼동에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다. 이 곳에는 은행과 증권 등 8곳의 PB센터가 입주해있다. 일반 PB센터는 보통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가 주 고객이지만 이 곳은 3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주 고객이다.
이에 당연히 내부 장식에도 신경을 썼다. 개당 500만원 하는 의자와 5억짜리 그림, 300만원짜리 골프채가 흔하게 전시돼있다.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유직열 지점장은 “업계에서 우수하다는 인력만 스카우트 해왔다”며 “최고가 아니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저성장이 장기불황 속에서 ‘수퍼리치(Super rich·거액자산가)’ 유치는 금융회사의 새로운 돌파구다. 시중은행의 금리 하락으로 예대마진이 줄어 순익이 급감했고, 보험사도 저금리로 역 마진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거래수수료 수입에 기반을 둔 증권사는 주식 거래가 줄면서 거래수수료가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중인 62개 증권사들의 2012년 상반기 주식거래대금은 800조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우리투자증권 조재영 프리미엄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10억원 이상의 자산가 한 명을 유치하면 ELS에 1000만원에 가입하는 100명의 고객을 받는 것과 같다”며 “자산 규모는 같지만 고액자산가의 자산운용으로 나오는 수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국내에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는 14만2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8.9% 증가했다.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은 약 318조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증권사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증시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일제히 PB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성증권 7개 SNI센터와 우리투자증권 블루프리미엄센터,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미래에셋증권 WM센터 등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 고객은 3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조재영 센터장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자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 증권사 이외에 증권사들도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20억원 이상 고객들을 주대상으로 개인별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법인의 자산관리까지 제공하는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를 강화하기로 하고 최근 52명의 전문가를 사내 공모해 영업점에 배치했다. VIP PB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임창섭 사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30억원의 이상을 자산가를 전담하는 SNI(Special Noble Intelligent) 점포를 본부로 신설했다. 삼성증권 투자은행(IB)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방영민 부사장이 SNI본부를 이끈다.
증권사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신한은행은 ‘트로이카 PB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PB전담팀은 솔루션 파트너과 은행 PB, 증권 PB 3인으로 구성됐다. 고객 1명에게 3명의 전문가가 1대1 상담을 가능토록 한 것이다. 국민은행도 고객 1명에 세무사와 부동산 컨설턴트, 기업 컨설턴트, PB 등 4명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주문 제작형’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7곳의 FA센터를 운영 중인 한화생명은 토지보상금을 운용하거나 상속과 증여절세 상품, 중소기업 가업승계 분야 등의 상담을 해준다. 한화생명 김기홍 강남 FA센터장은 “고객들이 궁금한 사안에 대해 컨설팅을 의뢰하면 본점 지원부서에 소속된 세무사나 변호사 등이 찾아간다”고 말했다.
10억원 이상의 부자뿐 아니라 부자의 기준도 낮췄다. 이른바 ‘매스티지(masstige·대중화된 럭셔리) PB’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자산 1억∼3억원 규모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어 창구’를 개설해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PB고객이 되기에는 자산이 적어도 전문적인 금융투자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신한은행 김영웅 자산관리솔루션팀장은 “신흥 부유층이 거물급 부자는 아니지만 젊기 때문에 앞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며 “이들을 선점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도 2012년 3월 금융자산 2000만∼1억원 규모의 고객군을 ‘신흥 부유층’으로 명명하고 이들에게는 은행영업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금융 상담을 해준다.
대신증권의 금융주치의 강남지점은 30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현웅 금융주치의 강남지점 PB팀장은 “최근 젊은 미혼 샐러리맨을 위한 금융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결혼자금 마련 단기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센터의 경우 예탁자산 규모 제한 없이 편하게 고객들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그동안 자산가들은 애널리스트와 만나 직접 일대일상담을 했지만 최근에는 리서치센터장이 개인 상담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수퍼리치 자녀를 겨냥한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경제 전망 강연이나 콘서트에 초청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수퍼리치의 대학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증권사 사장이나 은행 임원이 강사로 나서는 금융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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