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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50대 8:2(연금보험:연금펀드) 황금비율 지켜라

은퇴 앞둔 50대 8:2(연금보험:연금펀드) 황금비율 지켜라

가입자 10명 중 8명 연금저축보험 선택…국민·퇴직연금 탄탄하면 공격형 펀드 가입할 만



인천의 철강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형남(49) 부장은 1월 8일 회사 근처의 한 은행을 찾았다. 개인 연금저축을 들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을 납입하고 있고, 사내 퇴직금 제도도 있지만 57세 정년 이후 연금이 부족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김 부장은 은행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 측은 “정부가 곧 신연금저축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며 “나중에 고객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르면 2월 중에 가입기준과 세제혜택 등이 전면 개편된 신‘ 연금저축’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저축의 골격이 바뀌는 것은 연금소득세가 도입된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현재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적금처럼 돈을 넣고 55세 이후부터 매달 연금 형태로 투자금을 돌려 받는 금융상품이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정부는 노후 자금 마련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납입한 금액 중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신연금저축의 핵심은 ‘100세 시대’ 대비에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 개편안을 보면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400만원인 점은 똑같지만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의무납입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는 게 특징이다. 동시에 연간 납입 한도가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확대된다. 분기당 300만원인 납입 한도 역시 사라진다. 퇴직을 몇 년 앞둔 50대 등이 막판에 집중 불입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뒤 연금을 바로 수령할 수 있다.



5년 넣고 15년 받는 신연금저축다만 신연금저축에서는 연금을 수령할 때는 최소 15년 이상으로 나눠 받아야 한다. 종전엔 5년 이상으로만 나누면 됐다.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연금 수령액에 일괄적으로 5.5%씩 부과하던 연금소득세를 나이에 따라 3.3~5.5%로 차등 적용키로 한 것도 같은 취지다.

만 70세가 되기 전에는 종전처럼 5.5%의 소득세를 떼이지만 70세부터는 4.4%, 80세부터는 3.3%만 내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세금 부담을 줄여 연금의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전문가들은 신연금저축이 도입되면 관련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센터장은 “가입조건·세제혜택 면에서 기존 연금펀드에 비해 유리한 데다 저성장·저금리·고령화 현상으로 연금 수요가 갈수록 늘 것”이라며 “연금저축과 별개였던 퇴직연금이 전체 가입 한도 1800만원에 합산됨에 따라 이 계좌도 신연금저축 계좌에 합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존 가입자의 선택 폭은 다소 넓어졌다. 새 제도에 맞춰 5년간 연금을 납입하고, 받을 땐 기득권을 인정받아 옛 방식대로 5년간 나눠 받을 수 있다. 사정에 따라 ‘5년 계약 유지-5년 수령’의 유리한 조합도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무 계약 유지 기간이 단축돼도 여전히 모두 55세를 넘어야 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에 20∼40대 가입자들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50대 초반의 기존 상품 가입자라면 5년 이후 연금 수령이 가능해 제도 변경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입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혜택인 소득공제 한도는 지금(연 400만원)과 달라지지 않는다. 금융업계에서는 그동안 소득공제 한도를 연 600만원 정도로 높이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소득공제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이 401K 연금에 대해 1만 6000달러(약 1700만원)까지 소득공제 해주는 것과 비교할 때도 절대 금액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김동엽 센터장은 “굳이 신연금저축이 아니더라도 소득공제 한도 상향은 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공제 한도인 연 400만원을 월로 나누면 33만원으로, 은퇴월급통장을 활성화에는 모자란 액수”라며 “소득공제 한도가 높아지면 개인연금 가입에 대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연금저축의 연금수령 기간이 15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단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기간이 늘면 월 수령액이 현재보다 최대 3분의 1로 줄어든다. 실제 기재부는 신연금저축의 연간 연금수령한도를 연금총액의 15분의 1로 제한하고 이 기준의 130%를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과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연금을 활용한 노후 대비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은퇴 직후 몇 년간 필요한 목돈을 연금으로 장만하려던 사람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적립액을 조정하거나 다른 상품에 가입해 공백을 메워야 한다.

김동엽 센터장은 “연금 수령 기간이 5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애초 생각했던 수령액과 간극이 존재한다”며 “연금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든든한 월급봉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은 물론이고 주택연금까지 다 합산하여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령액 줄어 주택연금 가입도 고민해야김 센터장에 따르면 은퇴 후 기간을 ▷퇴직 이후 연금수령 시기까지 ▷수령 개시에서 사망 시점까지 ▷본인 사망 후 배우자의 사망 시기까지 등으로 나누어 각 시기별 필요한 자금을 설계해야 한다.

이에 맞추어 본인과 배우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1차 설계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2차로 주택연금을 고려해야 하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3차로 새로운 연금 추가가입을 고려해야 한다.

김진웅 연구위원 역시 “연금을 어떻게 나눠서 수령하는 것이 좋은가 기준을 잡아야 한다. 시기별로 필요한 자금을 계산한 후 여기에 맞게 수령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며 “기존의 연금상품은 유지하면서 신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 30년 정도 하고, 3층 연금 모두 가입한 사람이라면 중산층 정도의 연금이 나와야 한다”며 “그러나 퇴직금 중간 정산 등 누수가 있어 목표로 한 자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금저축 추가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우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중심으로 ‘은퇴 월급 통장’을 구성해 보라고 조언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사이트에서 수령액 조회가 가능하며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또한 운용사에 문의하면 예상 수령액을 알 수 있다.

지난 11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과거 10년치(2002년 7월~2012년 6월) 수익률은 주식에 투자하는 연금저축펀드가 123%로 가장 높았다. 가장 수익률이 낮은 건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32%)이었다. 그러나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도 크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보험은 10년치 수익률이 30~40% 정도였지만 대신 원금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수익률이 다른 경쟁상품에 비해 3~4배 높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노후 연금액이 내가 낸 원금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3가지 연금저축 유형 중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10명 중 8명꼴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는 가입건수 비중이 4%에 그쳐 가입자 수가 가장 적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 4% 불과전문가들이 권하는 연금저축 투자 포인트는 ‘투 트랙(two-track)’이다. 변동성이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연금펀드와 수익성은 낮으나 안정성이 좋은 연금보험·연금신탁에 적절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연금펀드 중 펀드형은 수익률은 높으나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가 존재하고, 신탁이나 보험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물가 상승 리스크가 있다”며 “자신이 받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의 베이스가 강하면 펀드형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공격적 전략을 짜야 하고, 베이스가 약하면 연금펀드와 연금보험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연금저축은 1년 소득공제 한도가 400만원이니 이 중 200만원은 안정적인 연금저축보험이나 연금저축신탁에, 나머지 200만원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에 넣으라는 것이다.

연금저축펀드 투자 때 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갈아타기’ 전략도 필요하다. 연금저축펀드는 운용사나 투자기간이 같아도 주식·채권 등 어느 자산에 투자했느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처음 가입할 때부터 될성부른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지만, 만약 도중에 잘못 가입했다는 생각이 들면 갈아타면 된다.

연금저축은 장기 상품이어서 중도에 해지하면 세금 벌금이 크지만, 갈아타기는 중도해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금을 낼 필요가 없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지점에 서너 번 오가야 하는 등 갈아타기 과정이 다소 번거로울 수는 있다.

신입사원이라면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손해를 봐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한 만큼 공격적인 연금저축펀드 비중을 70~80%까지 높여도 무방하다. 반면 예비 은퇴자는 공격적인 연금저축펀드 비중은 최소한(10~20%)으로 낮춰야 마음 편히 노후 생활을 맞이할 수 있다.

안정형 투자 중에서도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 특히 종신형연금보험을 선택할 때 메리트가 있다. 평균수명이 80세라 하지만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장수 리스크는 보험으로 커버하는 것이 좋다. 펀드나 신탁은 정해진 기간 동안 지급하면 끝이지만 종신형연금의 경우 사망시까지 연금이 지급된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연금펀드 자체가 ‘엠브렐라펀드’이기 때문에 주식형·채권형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 우산 밑에다 여러 하위펀드를 두고 조정하고 있어 유연성이 뛰어나다”며 “펀드를 운용하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이면 채권형으로 갈아타고, 주식시장 저점이라 판단되는 시점엔 주식형 펀드로 갈아탈 수 있다. 이런 융통성을 감안하면 연금펀드의 활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엽 센터장은 “연금저축 투자에는 ‘노후상품이니까 변동성이 있으면 안 돼’와 ‘안전하게 가다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하는 문제가 상충한다. 변동성 리스크와 무전장수 리스크가 겹치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원칙을 가지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자산가들 사이에서 즉시연금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상속형 즉시연금의 비과세 한도를 놓고 정부와 업계의 물밑 갈등이 치열한 가운데 시행령이 마련되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고 곧바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지금까지 즉시연금은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정부는 세법 개정안 시행령을 고쳐 가입금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자들이 이자를 연금으로 받다가 본인이 사망하면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용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의 김영림 세무사는 “100억원을 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3000만∼4000만 원씩 받으면서 이자소득세 15.4%를 물지 않는다”며 “여기에다 본인이 사망하고 가족이 원금을 받으면 상속·증여세를 일부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즉시연금은 고액자산가들이 절세상품으로 선호해 왔다.



비과세 혜택 사라지기 전 즉시연금 가입할 만보험업계는 최소한 3억∼5억 원까지는 비과세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입금액 1억 원이면 매달 받는 연금이 30만 원대에 불과해 실질적인 연금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최소한의 노후생활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되면 중산층과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가입자가 연금으로 받는 즉시연금 종신형은 그대로 비과세가 유지된다.

올해 신설되는 재산형성저축 및 장기적립식펀드도 새로운 노후연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 또는 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 한해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주는 계좌다. 자녀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자금 등의 목적 자금 성격이 강하다.

10년 이상 15년까지 납입할 수 있고 납입한도는 분기별 300만원, 연간 120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2015년까지 3년 가입분에 한해 이자와 배당소득이 최장 10년간 비과세 된다. 단, 중도 해지하면 이자와 배당소득의 감면세액을 추징당한다.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되었던 소득공제 장기적립식펀드도 다시 등장한다. 장기적립식펀드는 연간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고 한도(납입액의 40%, 최대 240만원)를 소득공제 받는다면 일반 직장인의 경우 약 15만~40만원 정도의 절세효과가 발생한다. 가입 대상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한정된다.

다만 가입 이후 급여나 소득이 늘더라도 근로자는 총급여 8000만원 이하까지, 사업자는 종합소득 금액 60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지속적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이 역시 가입일로부터 의무보유기간(5년) 이내에 해지하면 납입액의 5%를 추징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연말부터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한편, 신연금저축 도입과 함께 금융권의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연금저축 계좌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과열되어 은퇴상품 디자이너, 컨설턴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아지는 셈이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각 상품의 장점과 연금 수령 시기를 배분하는 등의 자문 역할이 등장할 것이다. 금융권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국민연금·퇴직연금 포괄 컨설팅에 개인연금까지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퇴 월급 디자인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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