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 TECHNOLOGY - 사이버 순교자
디지털 시대의 설계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뛰어난 암호 해독자(a wartime code breaker extraordinaire)였던 앨런 튜링이 1954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튜링은 개인적으로 몹시 불행했지만 또한 성적취향으로 인해 법의 박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저장 메모리 컴퓨터(a stored-memory computer, 연산장치) 개념과 그 구상을 키워나갈 미지의 세월(uncounted years to build on that idea)을 남겨둔 채 42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월 11일에는 애런 스워츠가 브루클린의 아파트에서 자살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의 신동(a prodigy of the Internet age)이자 뛰어난 정보이론가였다. 여러모로 볼 때 우울증을 앓았지만 연방 검사들도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with near-manic vindictiveness) 그를 추격했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2010년 매사추세츠 공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학술논문 수백만 건을 내려 받은 죄 때문이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학술연구가 인류에 혜택을 줄 수 있으며 따라서 저작권이 저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경우 말고는 무료로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목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매사추세츠주 연방 검찰 당국은 왜 스워츠가 마치 ‘정보 무료공개(information shall be free)’ 운동의 체게바라인 양 그를 추적했는가? 그가 정말로 그렇게 지적재산권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였는가? 지역사회 봉사명령(community service) 정도로 처벌하거나,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학생들의 학술논문 불법 다운 로드에 대해 MIT가 통상적으로 보여줬던 관용의 혜택을 받도록(to benefit from the leniency) 할 수는 없었는가?
아르테미스 인터넷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알렉스 스테이머스에 따르면 MIT에선 비슷한 성격의 무단침입(infractions of a similar nature) 사건이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문제의 데이터베이스인 JSTOR측은 이미 불과 2000달러에 스워츠와 합의를 본 뒤 모든 데이터를 회수한 상태였다. 그리고 사법당국의 기소는 원치 않는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게다가 13건의 무거운 죄목으로 최대 35년형에 이르는 구형이 따르는 기소는 분명 원치 않았다.
스테이머스는 스워츠의 전문가 증인(an expert witness)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는 당국의 기소내용이 너무 막연해 배심재판(a jury trial)을 통과하기 어려웠다고 믿는다. “스워츠의 행동은 해킹이 아니었다”고 그가 말했다.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양보다 많은 파일을 공짜로 내려 받았지만 그건 샐러드 뷔페에서 새우를 너무 자주 가져다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that’s like going back to the all-youcan-eat salad bar too many times for shrimp).”
검사들이 과거 자신들의 수사망을 피해갔던 저명한 정보공개 운동가를 잡을 기회를 포착한 뒤 2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잡아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threw everything they could at him) 그는 믿는다. 이 사건으로 스워츠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the case was bleeding Swartz dry). 정신적인 고통도 따랐다. 대배심 공판에서 그의 친구들과 여자친구가 그에게 불리하게 증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불과 26세로 생을 마감한 스워츠의 기술적 업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십대 때 웹사이트의 업데이트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RSS 뉴스피드를 개발하고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Reddit)을 개설했다. 튜링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지만(cannot rank with Turing’s) 그와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개념에서 실용적인 요소를 찾아낼 수 있는 드문 재능을 보유했다.
그리고 선량한 위인(of the great and good)의 애도가 잃어버린 잠재력과 비전을 가늠하는 척도라면 그 비유는 적절하다. “우리는 현자를 잃었다(have lost a wise elder)”고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장인 팀 버너스 리가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He was all about doing right).” 가족의 가까운 친구이자 일류 인터넷 기술 전문가인 론 래크먼이 말했다. “그는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근간까지 흔들어 놓았다. 그는 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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