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통신업계, 데이터 수익 늘리기 고심

“스마트폰 시대에는 유저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로 시야를 넓히는 라인과 손잡는 의미는 크다”. 일본의 통신사업자 KDDI의 다카하시 마코토 전무가 2012년 7월 ‘라인(LINE)’과의 업무 제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얘기다.
KDDI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월 정액 390엔의 애플리케이션 무제한 서비스 ‘au 스마트패스’ 라인업에 라인을 추가했다. 음성통화 수입의 감소 등으로 일본 내 통신사업자들의 계약 1건당 수입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무료 통화 서비스와 라인과 같은 무료 문자 애플리케이션은 통신사업자에게 골치 아픈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KDDI는 라인과 손을 잡은 것일까?
KDDI, 라인과 손잡고 상승세라인은 NHN의 일본법인 NHN재팬이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무료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다. 한국 1위인 ‘카카오톡’과 비슷한 개념인데 회원끼리 국내외에서 각종 문자 메시지와 메일 등을 무료로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아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데 일본어와 영어·중국어 등 10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NHN재팬에 따르면 라인은 서비스 개시 13개월 만인 2012년 7월에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 중 1억명에 도달할 전망이다. 일본 이용자만 4000만명에 달한다. 트위터 등이 5년 만에 1억명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홍보 수단으로 라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KDDI에 먼저 제휴 의사를 밝혀온 것은 라인을 운영하는 NHN 재팬이었다. NHN 입장에서는 KDDI의 스마트폰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사용자들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KDDI 신규 비즈니스 추진본부 치바 요시노부 과장은 “KDDI 역시 유저의 이용빈도가 높은 라인을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KDDI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확대와 함께 스마트패스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단지 회선을 파는 수준에 머무는 ‘토관화(土管化)’를 가장 경계한다.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눈앞의 경영 과제다. KDDI에게 스마트패스는 토관화 회피를 위한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라인과 손을 잡음으로써 스마트패스의 회원 수 확대를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다.
2012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라인 덕에 스마트패스에 가입하는 이용자도 증가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는 게 KDDI측의 설명이다. 스마트패스의 회원은 2012년 11월 말 기준으로 3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3월에는 5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KDDI가 무료 통화 애플리케이션과 손을 잡은 것은 라인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부터 스카이프와 제휴한 서비스 ‘Skype au’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KDDI는 스마트폰의 발매가 늦어져 NTT도코모나 소프트뱅크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서비스를 모색하던 중 눈을 돌린 것이 스카이프다. 스즈키 사네히로 고객사업본부 부장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가 있어, 선진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데 최적이었다”고 말했다.
서비스 도입 후에는 국제전화나 법인 수요를 중심으로 사용자 수를 늘렸다. 다나카 타카시 사장은 애초 스카이프를 ‘금단의 어플’이라고 표현했지만 우려했던 음성통화 수입 감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라인과 같은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과 제휴하려는 경향은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라인 등이 등장하기 전부터 음성통화 수입은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소프트뱅크의 영향이 컸다. 2007년 소프트뱅크는 가입자끼리라면 월 정액 기본사용료 980엔으로 오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화이트플랜’을 출시했다.

NTT도코모 경영기획부 모리 켄이치 담당부장은 “줄어든 음성 수입은 데이터 수입의 증가로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NTT도코모의 경우 한 고객이 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면 월 평균 1700엔 가량 데이터 요금 수입이 증가한다고 한다.
라인 등의 인기가 스마트폰으로의 이행을 부추겨 데이터 수입을 신장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NTT도모코는 토관화를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다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수익원도 개발하고 있다.
음악이나 동영상, 게임, 통신 판매를 전담하는 사이트 ‘d마켓’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NTT도코모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게임은 모든 통신사 가능). 모리 부장은 “타사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란 생각”이라며 사용자 확대에 대한 의욕을 내비친다. 소프트뱅크도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폰과의 친화성이 상당히 높다. 소프트뱅크 산하의 야후 재팬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일본법인에 출자했다. 소프트뱅크도 제휴를 검토할 방침이다.
통신사업자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도 있다. 데이터 통신 비용의 증가다. NTT도코모에 따르면 2012년 1월 발생한 통신장애 요인 중 하나가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 무료 통화와 문자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조작하고 있지 않아도 제어 신호를 빈번하게 발신하는데 통신사업자들이 급증하는 신호를 전부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후 네트워크 설비를 늘려 이와 같은 장애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일본서도 제2의 조인 나올 수 있다”하지만 정보통신종합연구소 오가와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제어신호에 대한 대처가 문제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SK텔레콤은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카오톡 대책으로 ‘스마트푸시’라 불리는 기술을 도입했다. 삼성 등과 함께 개발한 기술이다. 애플리케이션의 제어 신호를 강제적으로 억제해 네트워크에 걸리는 부하를 경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통신사업자가 연합해 비슷한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을 투입하고 전면 승부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 통신 3사가 출시한 ‘조인’이 대표적이다. 음성통화 기능은 없으나, 기종에 상관없이 문자 송수신이나 파일 공유가 가능하다. 이미 스페인이나 한국 등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용자가 수천만 명을 넘어서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 통신사업자로서는 어떤 애프리케이션과 손을 잡을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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