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활짝 핀 눈꽃세상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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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의 매력 만끽…저체온증·낙상은 주의해야
한라산, 돈내코~백록담 남벽돈내코는 2009년 겨울에 개방된 길이다. 보통 제주 한라산 정상 백록담(1950m) 산행은 성판악이나 관음사에서 시작하지만, 돈내코 길은 백록담 아래 남벽 아래를 가로지른다.
비록 정상에 발을 딛지는 못하지만, 눈 쌓인 남벽의 위용은 산꼭대기의 풍경 못지 않다. 또 겨울철 백록담 정상까지 가려면 이른 아침 출발해야 하고,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반면 돈내코에서 백록담 남벽을 거쳐 하산하는 산행은 이보다 수월하다. 또 사철 난대림이 왕성해 한겨울에도 푸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제주말로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 ‘코’는 내의 들머리를 뜻한다. ‘야생 멧돼지가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계곡’에서 유래했다. 돈내코에서 올라가는 길은 이 물길을 따라 간다.
산꼭대기에서 발원한 물은 산 중턱에서 땅 밑으로 기어들어 흐른다. 사람 다니는 길 또한 그 위로 났다. 1994년부터 이 길을 막은 이유다. 한라산의 야생 동물과 다양한 식생, 하천으로 흘러 드는 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산행 들머리인 돈내코는 설원과 잡목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동계 장비로 몸뚱이를 꽁꽁 동여 맨 산행객의 뒷모습이 들짐승 무리처럼 보인다. 주차장에서 5분 거리, 탐방안내소(해발 500m)에는 복장을 점검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미리 착용하라.” 눈이 많이 쌓인 날에 꼭 하는 말이다.
이곳에서 평궤대피소(해발 1450m)에 이르는 길은 난대림이다. 굴거리나무·동백나무·사스레피나무의 잎사귀만이 푸르다. 오직 2가지의 색만 존재하는 세상이다. 널찍한 잎사귀를 가진 이것들은 겨울이면 눈 무게를 못이겨 가지를 축 늘어뜨린다. 1시간쯤 오르면, 살채기도에 이른다. 제주말로 살채기는 사립문, 사립의 초입이라는 뜻이다. 예전 한라산 일원에서 소와 말을 방목했다는데, 아마 목책이 있던 자리일 것이다.
울창한 난대림은 해발 1500m까지 이어진다. 30분쯤 더 오르면 시커먼 남벽이다. 벽 길이만 수백m가 될 것같은 백록담 남벽은 마치 히말라야에 자리잡은 거벽처럼 우뚝 솟아 있다. 벽 곳곳에 눈 무더기가 테라스를 이뤄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백록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성판악·관음사 코스에서는 이런 풍광을 볼 수 없다. 정상을 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다.
덕유산, 무주리조트~향적봉 눈꽃 산행남벽 분기점에서 하산은 윗세오름 방향이다. 내려가는 길에서 보는 북서벽 화구의 모습 또한 백미다. 시커먼 벽 표면에 눈·얼음이 달라붙어 마치 흑마의 이마에 흰 눈썹이 돋아난 것만 같다. 윗세오름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너른 평원에 펼쳐진 눈 세상은 그야말로 이국적이다. 남벽 아래보다 훨씬 많은 구상나무들이 ‘스노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지 많은 구상나무는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어 저마다 신비의 조각상이다.
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 남벽분기점(7.1km)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분기점에서 윗세오름 통제소까지는 2.1km, 1시간 거리다. 윗세오름에서 하산 길은 두 가닥이다. 영실탐방안내소(1280m)는 빠른 걸음으로 1시간, 해발 980m 어리목탐방안내소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입산 통제 시간이 있으니 사전에 꼭 체크해야 한다.
겨울 덕유산은 주말 서울 북한산만큼이나 붐빈다.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턱밑 설천봉(1520m)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분 만에 해발 1500m까지 실어다 주는 곤돌라가 있어 겨울 덕유산은 만인의 산이 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불과 600m. 20분이면 갈 수 있다. 해발 1614m 산을 오르는데, 곤돌라 타고 20분 산행 20분이면 끝이라니. 이보다 더 쉬운 겨울산이 있을까. 그러나 만만하게 봐선 곤란하다.
특히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올 겨울은 더욱 그렇다. 특히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하다. 운동화 신고, 청바지 입고 정상을 탐하다가는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산행이 익숙지 않은 초보자는 낙상도 유념해야한다. 워낙 발길이 잦아 눈길이 반질반질하기 때문이다. 등산화가 아니면 애당초 갈 생각을 말아야 하며,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설천봉을 벗어나 능선에 서면 칼바람을 피할 수 있다. 간혹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날이 있지만, 겨울 날씨는 언제 뒤바뀔 지 모른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은 겨울철 상고대로 유명한다. 상고대는 기온이 영하일 때 대기 중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하얀 눈꽃을 만드는 현상이다.
녹아 내리는 눈꽃이 영하의 찬바람을 맞아 얼어붙으면서 얼음꽃이 된다. 눈꽃과 얼음꽃은 겨울 덕유산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꽃은 눈이 한창 내릴 때나 밤새 눈 내린 이튿날 아침, 그리고 상고대는 기온차가 많고 습할 때 나타난다. 앙상한 가지에 휘어질 듯 눈이 쌓이는 타이밍은 아무도 예측하지 모른다. 그런 날에 덕유산에 오른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나무 데크 탐방로를 올라서면 바로 향적봉 정상이다. 한겨울 향적봉에서 초속 10~15m의 바람은 예사다. 너무 추운 날은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것도 귀찮고 성가실 정도다. 날 좋은 날, 시선을 남동쪽으로 두면 지리산 주능선을 볼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유장하게 뻗은 지리산 능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25km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불과 1km, 15분 거리다. 중봉에 서면 동업령을 거쳐 남덕유로 뻗어 나가는 장쾌한 덕유산 능선을 볼 수 있다. 겨울 덕유산의 일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주로 자리를 잡는 곳이다. 하얀 설원 위에 삐죽삐죽 돋아난 나무 데크 트레일이 마치 용의 등처럼 솟아 있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쉬엄쉬엄 갈 수 있다. 물론 능선에 부는 칼바람은 각오해야 한다. 향적봉으로 되돌아와 하산은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은 덕유산 산행에서 가장 일반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한겨울이 지나고 날이 푹한 날은 내리막은 미끄러운 길이 된다. 곤돌라 타는 시간까지 합쳐 약 4시간 걸린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한나절이면 족하다. 그러나 너무 늦게 출발하면 곤란하다. 가벼운 산행이지만, 장비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절대 운동화 차림으로 나서면 안 된다.
태백산, 화방재~천제단 눈꽃 산행겨울 눈꽃 산행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태백산일 것이다. 겨울 태백산은 늘 눈이 쌓여 있다. 접근도 좋다. 차를 타고 가면 3시간,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다. 낭만을 찾는 이라면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후 11시경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도 한다. 오전 3시 이전에 강원도 태백 시내에 당도하는데, 국밥 한 그릇 먹고 올라가도 겨울 해돋이 시간인 7시경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무엇보다 태백산은 영적인 힘이 있다. 정상부에 자리한 장군봉(1567m) 부소봉 천제단은 단군신화를 배경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이 산이 특히 사랑 받는 이유다. 보통 유일사매표소나 당골을 들머리를 잡는다. 주차장에서 가깝고, 오르막이 험하지않기 때문이다.
유일사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이나 백단사로 하산하는 길에 사람이 가장 많다. 사실 이 길은 주말에는 너무 복잡하다. 산행 들머리 주차장은 전세버스가 차고 넘친다. 매표소까지 길은 눈이 다져서 반질반질할 정도다.
들머리를 유일사가 아니라 화방재로 잡는다면 번잡함을 조금 덜 수 있다. 화방재는 유일사매표소에서 영월 방향으로 조금 위쪽에 있다. 꽃방석이라는 뜻의 화방재는 태백산과 함백산(1573m)을 가르는 고갯마루다. 또한 백두대간이 흐르는 마루금이기도 하다. 대간 능선은 이곳에서 남쪽으로 봉화산, 북쪽으로 함백산을 향한다. 화방재로 들어서 옛 사길치매표소를 지나면 비로소 산행의 시작이다. 화방재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다.
예전, 영동의 보부상들이 동해의 해산물을 싣고 봉화춘양 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사길치매표소를 지나면 산령각이다. 신령각이 아닌 산령각. 이 또한 보부상들이 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산령각은 새로 만든 것이다. 매년 음력 4월15일 되면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
사길치 산령각에서 40∼50분 더 올라가면, 유일사 매표소에서 오는 길과 합류한다. 겨울철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천제단 가는 길이다. 여기서 정상 부근인 주목 군락지까지는 금방 갈 수 있다. 주목 군락지 부근에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연 전망대가 있다.
북쪽으로 눈 쌓인 함백산의 남면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남쪽으로는 매봉산,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어 있다. 금대봉에서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산줄기를 잇대 낙동정맥의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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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매니어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계절마다 산의 정취가 달라져서다. 겨울 산행도 특유의 매력이 있다. 추위에 움츠리고 있다가 산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기 시작하면 어느새 몸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답답했던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겨울 산행 중에서도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눈꽃을 즐기는 트레킹의 묘미는 남다르다.
해마다 겨울이면 전국 곳곳에서 설국의 정취를 즐기려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추위가 유독 기승을 부린 올 겨울이 어느덧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한 두 달만 더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얀 발자국 대신 푸른 싹이 온 산을 가득 채울 것이다. 겨울 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 3곳을 다녀왔다.
한라산, 돈내코~백록담 남벽돈내코는 2009년 겨울에 개방된 길이다. 보통 제주 한라산 정상 백록담(1950m) 산행은 성판악이나 관음사에서 시작하지만, 돈내코 길은 백록담 아래 남벽 아래를 가로지른다.
비록 정상에 발을 딛지는 못하지만, 눈 쌓인 남벽의 위용은 산꼭대기의 풍경 못지 않다. 또 겨울철 백록담 정상까지 가려면 이른 아침 출발해야 하고,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반면 돈내코에서 백록담 남벽을 거쳐 하산하는 산행은 이보다 수월하다. 또 사철 난대림이 왕성해 한겨울에도 푸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제주말로 ‘돗’은 돼지, ‘드르’는 들판, ‘코’는 내의 들머리를 뜻한다. ‘야생 멧돼지가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계곡’에서 유래했다. 돈내코에서 올라가는 길은 이 물길을 따라 간다.
산꼭대기에서 발원한 물은 산 중턱에서 땅 밑으로 기어들어 흐른다. 사람 다니는 길 또한 그 위로 났다. 1994년부터 이 길을 막은 이유다. 한라산의 야생 동물과 다양한 식생, 하천으로 흘러 드는 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산행 들머리인 돈내코는 설원과 잡목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동계 장비로 몸뚱이를 꽁꽁 동여 맨 산행객의 뒷모습이 들짐승 무리처럼 보인다. 주차장에서 5분 거리, 탐방안내소(해발 500m)에는 복장을 점검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미리 착용하라.” 눈이 많이 쌓인 날에 꼭 하는 말이다.
이곳에서 평궤대피소(해발 1450m)에 이르는 길은 난대림이다. 굴거리나무·동백나무·사스레피나무의 잎사귀만이 푸르다. 오직 2가지의 색만 존재하는 세상이다. 널찍한 잎사귀를 가진 이것들은 겨울이면 눈 무게를 못이겨 가지를 축 늘어뜨린다. 1시간쯤 오르면, 살채기도에 이른다. 제주말로 살채기는 사립문, 사립의 초입이라는 뜻이다. 예전 한라산 일원에서 소와 말을 방목했다는데, 아마 목책이 있던 자리일 것이다.
울창한 난대림은 해발 1500m까지 이어진다. 30분쯤 더 오르면 시커먼 남벽이다. 벽 길이만 수백m가 될 것같은 백록담 남벽은 마치 히말라야에 자리잡은 거벽처럼 우뚝 솟아 있다. 벽 곳곳에 눈 무더기가 테라스를 이뤄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백록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성판악·관음사 코스에서는 이런 풍광을 볼 수 없다. 정상을 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다.
덕유산, 무주리조트~향적봉 눈꽃 산행남벽 분기점에서 하산은 윗세오름 방향이다. 내려가는 길에서 보는 북서벽 화구의 모습 또한 백미다. 시커먼 벽 표면에 눈·얼음이 달라붙어 마치 흑마의 이마에 흰 눈썹이 돋아난 것만 같다. 윗세오름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너른 평원에 펼쳐진 눈 세상은 그야말로 이국적이다. 남벽 아래보다 훨씬 많은 구상나무들이 ‘스노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지 많은 구상나무는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어 저마다 신비의 조각상이다.
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 남벽분기점(7.1km)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분기점에서 윗세오름 통제소까지는 2.1km, 1시간 거리다. 윗세오름에서 하산 길은 두 가닥이다. 영실탐방안내소(1280m)는 빠른 걸음으로 1시간, 해발 980m 어리목탐방안내소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입산 통제 시간이 있으니 사전에 꼭 체크해야 한다.
겨울 덕유산은 주말 서울 북한산만큼이나 붐빈다.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턱밑 설천봉(1520m)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분 만에 해발 1500m까지 실어다 주는 곤돌라가 있어 겨울 덕유산은 만인의 산이 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불과 600m. 20분이면 갈 수 있다. 해발 1614m 산을 오르는데, 곤돌라 타고 20분 산행 20분이면 끝이라니. 이보다 더 쉬운 겨울산이 있을까. 그러나 만만하게 봐선 곤란하다.
특히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올 겨울은 더욱 그렇다. 특히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하다. 운동화 신고, 청바지 입고 정상을 탐하다가는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산행이 익숙지 않은 초보자는 낙상도 유념해야한다. 워낙 발길이 잦아 눈길이 반질반질하기 때문이다. 등산화가 아니면 애당초 갈 생각을 말아야 하며,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설천봉을 벗어나 능선에 서면 칼바람을 피할 수 있다. 간혹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날이 있지만, 겨울 날씨는 언제 뒤바뀔 지 모른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은 겨울철 상고대로 유명한다. 상고대는 기온이 영하일 때 대기 중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하얀 눈꽃을 만드는 현상이다.
녹아 내리는 눈꽃이 영하의 찬바람을 맞아 얼어붙으면서 얼음꽃이 된다. 눈꽃과 얼음꽃은 겨울 덕유산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꽃은 눈이 한창 내릴 때나 밤새 눈 내린 이튿날 아침, 그리고 상고대는 기온차가 많고 습할 때 나타난다. 앙상한 가지에 휘어질 듯 눈이 쌓이는 타이밍은 아무도 예측하지 모른다. 그런 날에 덕유산에 오른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나무 데크 탐방로를 올라서면 바로 향적봉 정상이다. 한겨울 향적봉에서 초속 10~15m의 바람은 예사다. 너무 추운 날은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것도 귀찮고 성가실 정도다. 날 좋은 날, 시선을 남동쪽으로 두면 지리산 주능선을 볼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유장하게 뻗은 지리산 능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25km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불과 1km, 15분 거리다. 중봉에 서면 동업령을 거쳐 남덕유로 뻗어 나가는 장쾌한 덕유산 능선을 볼 수 있다. 겨울 덕유산의 일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주로 자리를 잡는 곳이다. 하얀 설원 위에 삐죽삐죽 돋아난 나무 데크 트레일이 마치 용의 등처럼 솟아 있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쉬엄쉬엄 갈 수 있다. 물론 능선에 부는 칼바람은 각오해야 한다. 향적봉으로 되돌아와 하산은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은 덕유산 산행에서 가장 일반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한겨울이 지나고 날이 푹한 날은 내리막은 미끄러운 길이 된다. 곤돌라 타는 시간까지 합쳐 약 4시간 걸린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한나절이면 족하다. 그러나 너무 늦게 출발하면 곤란하다. 가벼운 산행이지만, 장비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절대 운동화 차림으로 나서면 안 된다.
태백산, 화방재~천제단 눈꽃 산행겨울 눈꽃 산행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태백산일 것이다. 겨울 태백산은 늘 눈이 쌓여 있다. 접근도 좋다. 차를 타고 가면 3시간,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다. 낭만을 찾는 이라면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후 11시경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도 한다. 오전 3시 이전에 강원도 태백 시내에 당도하는데, 국밥 한 그릇 먹고 올라가도 겨울 해돋이 시간인 7시경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무엇보다 태백산은 영적인 힘이 있다. 정상부에 자리한 장군봉(1567m) 부소봉 천제단은 단군신화를 배경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이 산이 특히 사랑 받는 이유다. 보통 유일사매표소나 당골을 들머리를 잡는다. 주차장에서 가깝고, 오르막이 험하지않기 때문이다.
유일사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이나 백단사로 하산하는 길에 사람이 가장 많다. 사실 이 길은 주말에는 너무 복잡하다. 산행 들머리 주차장은 전세버스가 차고 넘친다. 매표소까지 길은 눈이 다져서 반질반질할 정도다.
들머리를 유일사가 아니라 화방재로 잡는다면 번잡함을 조금 덜 수 있다. 화방재는 유일사매표소에서 영월 방향으로 조금 위쪽에 있다. 꽃방석이라는 뜻의 화방재는 태백산과 함백산(1573m)을 가르는 고갯마루다. 또한 백두대간이 흐르는 마루금이기도 하다. 대간 능선은 이곳에서 남쪽으로 봉화산, 북쪽으로 함백산을 향한다. 화방재로 들어서 옛 사길치매표소를 지나면 비로소 산행의 시작이다. 화방재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다.
예전, 영동의 보부상들이 동해의 해산물을 싣고 봉화춘양 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사길치매표소를 지나면 산령각이다. 신령각이 아닌 산령각. 이 또한 보부상들이 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산령각은 새로 만든 것이다. 매년 음력 4월15일 되면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
사길치 산령각에서 40∼50분 더 올라가면, 유일사 매표소에서 오는 길과 합류한다. 겨울철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천제단 가는 길이다. 여기서 정상 부근인 주목 군락지까지는 금방 갈 수 있다. 주목 군락지 부근에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연 전망대가 있다.
북쪽으로 눈 쌓인 함백산의 남면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남쪽으로는 매봉산,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어 있다. 금대봉에서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산줄기를 잇대 낙동정맥의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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