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퇴출 가진 돈부터 계산되더라
갑작스러운 퇴출 가진 돈부터 계산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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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장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 나섰다. 그동안 부었던 적금, 보험, 개인연금, 국민연금을 엑셀로 만들어 90세를 기준으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했다. 그에게는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채와 수억원 상당의 금융자산이 있었다.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월 97만원씩 나오는 개인연금이었다. 40세에 집을 옮기며 생긴 목돈을 개인연금에 들었는데 47세부터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은행 이자와 펀드 수익금이 매달 60~70만원 가량이었다. 나 사장 가족의 한달 생활비는 약 300만원이다. 나머지 150만원은 모아둔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15년만 버티면 됩니다. 저축에서 매월 150만원씩 사용하면 1년에 1800만원, 10년이면 1억8000만원 까먹는 셈이죠. 정 어려우면 작은 집으로 이사가면 되고요. 가족들 밥은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대체로 대기업 임원들이 퇴직할 때 중대형 아파트 한채와 금융자산 3~5억원은 가지고 있다. 보통 보험·연금·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하나 정도씩은 가입해 있다. 그럼에도 상속받은 재산이 있지 않은 이상 퇴직 이후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나 사장은 “그 정도 자산이면 죽을 때까지 사용한 다음 자식들에게 2~3억은 물려줄 수 있다”며 “원금 까먹는 것을 두려워 말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제대로 된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 가운데 사업을 위해 사무실을 차린 이들이 있다. 나 사장은 이것이야 말로 큰 낭비라고 했다. 오피스텔 임대료, 전화 받을 여직원 인건비, 사람 만나며 사용하는 식비와 교통비까지 매달 수 백만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자금을 아껴서 가치 있게 쓰는 게 바람직한 은퇴를 위한 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나 사장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분석해보니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신 가족과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생계형 창업은 성공 비율이 낮은 게 흠이다. 그렇다면 재취업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한 외국계 기업에서 함께 일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1년 간 일한 다음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은퇴 생활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퇴직과 재취업을 경험하며 새로운 인생에 대한 눈을 떴습니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마음먹게 된 겁니다.”
은퇴 이후엔 하고 싶은 일 해야2007년부터 나 사장은 은퇴 설계를 위한 강좌를 열심히 찾아 다녔다. 행복설계아카데미에 등록해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은퇴자들과 함께 LETS(Life Experience Talent Share)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재능기부를 하는 봉사단체였다. 한번은 장애우 캠프에서 사진 촬영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장애우와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가족 사진을 찍을 곳이 없다는 것을 나 사장은 알게 됐다. 그가 장애우 전문 사진관을 차린 배경이다.
“바라봄 사진관은 3명이 힘을 모아 세웠습니다. 설립 비용 3000만원도 나눠서 부담했지요. 나중에 500만원 정도 더 들었는데 이는 지인들을 졸라 마련했습니다.” 나 사장은 좋은 뜻으로 사진관을 설립했지만 유지할 재력은 없었다. 장소 임대료, 전기와 세금, 장비 유지비용이 문제였다.
그래서 팔을 걷어 부치고 영업을 했다. 외국계 기업 영업맨 출신이라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전국 사회복지원을 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팸플릿을 돌렸다. 사진관으로 찾아오기 힘든 장애우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일반 고객도 받았다. 발품을 파는 만큼 입소문이 나며 고객이 늘었다. “돈이 있어야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아내도 인정해 줍니다. 집안 힘든데 사회공헌 하겠다고 나와보세요. 집안 뒤집어집니다. 그러면 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은퇴하면 돈 벌기가 어렵다. 임원은 조직의 지원을 받으며 일한다. 시스템에서 나오는 지원이 얼마나 큰지 당사자들은 모를 때가 많다. 나 사장은 “직장에 다닐 때보다 10배는 더 일해야 당시 수입의 10분의 1 정도 벌 수 있다”며 “은퇴 전 이런 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사장 시절 그의 월급은 1000만원이 넘었다. 당시 100만원과 은퇴 이후 100만원은 큰 차이가 있다. 젊고 잘 나갈 때 한 푼이라도 아껴야 따뜻한 은퇴를 맞이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현재 바라봄 사진관은 적자는 내지 않고 있다. 때로는 50만원 정도 집으로 들고 가는 달도 있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 남을 돕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는 1년에 20번 정도 장애우를 위한 사진 봉사를 다니고 있다. 금융회사 은퇴 담당 임직원을 위한 강연도 다니고 있다. 나 사장은 “강연을 하다보면 말단 직원보다 임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동안 올린 강연 수입은 1000만원 정도인데 모두 기부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에 정신적 트라우마 치유 센터를 건립했습니다. 이곳에 5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남은 돈은 어디에 지원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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