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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이케아, 규모 비교 안 되지만 한판 붙어볼 만하다

CEO - 이케아, 규모 비교 안 되지만 한판 붙어볼 만하다

다국적 ‘가구 공룡’ 이케아의 진출로 국내 가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1위 한샘의 최양하 회장은 이케아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73년 대우중공업 입사, 1979년 한샘 입사, 1983년 한샘 공장장, 1994년 한샘 대표이사, 전무·사장·부회장, 2009년~ 한샘 대표이사 회장



“이케아를 넘어서는 겁니다. 우리가 노리는 중국·일본·미국 시장에서 이케아를 넘어 성공하는 게 한샘의 비전이죠.” 최양하(64) 한샘 회장은 “이케아는 세계 최고의 가구회사지만 한샘이 이케아보다 앞선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내년 개장을 목표로 경기 광명역에 초대형 매장 부지를 확보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와 일전을 벼르는 최 회장을 1월16일 오후 만났다. 26㎡(8평) 가량 되는 아담한 회장실은 소탈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오너인 조창걸 명예회장부터 의전을 싫어한다고 했다.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에 얼마나 위협적입니까.

“한샘은 국내 가구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입니다. 그런데 이케아가 외형은 우리의 50배, 원가 경쟁력은 덤핑 제품의 경우 우리보다 최대 30% 우위에 있습니다. 국내 중소업체가 만드는 가구보다 싸게 팔아요. 매장 크기, 마케팅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회사죠. 일차적인 타격은 중소 가구업체들이 입을 겁니다.”

한샘은 어떻게 대응할 건가요.

최양하 회장(오른쪽)은 지난해 초 일본 최대 부엌가구업체인 클린업과 중국 아파트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it-yourself) 가구 중심입니다. 한샘은 코디네이터(space coordinator)와 상담을 거쳐 택배는 물론 시공 서비스까지 해줍니다. 이런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바로 우리의 차별성입니다. 우리는 나름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저가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면 DIY를 옵션으로 선택하게 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마이너스 옵션 방식으로 시공을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가구를 전량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방식으로 만든다.

이케아가 국내 중소업체와 OEM을 고리로 공존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국내에서도 OEM을 할 거로 봅니다. 이에 대비해 중소업체들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산보다 원가·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OEM 물량을 수주할 수 있겠죠. 이케아는 대량 구매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량을 중국에서 저가에 조달할 수 있습니다.”

한샘의 강점은 뭔가요.

“우리는 고객이 매장을 찾으면 전문 코디네이터가 눈높이에 맞춰 상담을 합니다. 한샘은 전통적으로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회사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침대가 아니라 침대, 사이드 테이블, 장롱, 화장대, 커튼 등으로 이루어진 침실을 팝니다. 우리 매장이 도심의 백화점이라면 이케아는 도시 외곽의 할인점에 비유할 수 있죠. 이케아는 할인점처럼 직원도 계산대 근무자와 매장 곳곳에 배치된 사람들이 다입니다.”

‘공간을 파는 회사’ 정책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지 않나요? 경쟁사도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거죠.

“정책 자체를 따라 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디자인과 코디네이션 경쟁력을 과연 갖췄느냐는 별개의 문제죠. 침실용 단품 가구를 잘 만든다는 회사들을 골라 주문을 했는데 돈은 돈대로 들이고도 배치와 코디네이션이 마음에 안들 때가 있거든요. 미국 같은 나라도 부엌가구는 팔지만 부엌을 설계해 파는 회사는 없습니다.”

한샘이 착안한 ‘공간 전체를 세트로 파는 회사’는 실제로 많은 가구 회사들이 따라왔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부품을 팔던 회사들이 완성차 쪽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최 회장은 이 정책을 이케아도 한샘에서 한 수 배웠다고 주장했다.

“이케아의 전 임원에게 들었는데 공간 판매의 개념을 익히려 한샘에 꽤 여러 번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학습한 후 이케아가 해외 시장에서 쇼룸을 그런 방향으로 많이 바꿨다고 하더군요.”

전통적으로 가구 선진국은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국가다. 한샘은 이들 나라의 가구 제작 기술과 디자인을 벤치마킹 하지만 이들 나라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 이미 진출한 중국·미국·일본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이들 나라에서 성공을 거두면 세계적인 가구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CEO 장수비결, 사람과 비전장수 CEO이신데 ‘최양하 표’ 경영의 키워드는 뭡니까.

“사람과 비전입니다. 우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 최고를 지향하게 하면 그 목표에 근접하게 마련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직원들이 성공해야 합니다.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실력을 갖추는 게 회사가 성장하는 지름길입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에게 다른 데 가려면 한두 직급 상향 이동하라고 합니다.

실제로 웅진코웨이개발이 부엌가구 사업에 진출할 때 우리 회사 차장을 이사로 데려간 일이 있습니다. 대리점 사장, 협력업체 사람들도 중요합니다. 이들이 잘 돼야 우리 회사가 클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상생이고 동반성장이죠. 저도 협력업체가 밤잠을 설쳐가며 원가 절감을 위해 고민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앞뒤 안 재고 무조건 깎으려 드는 건 문제가 있죠.”

가구 회사의 경우 디자인 개발이 연구·개발(R&D)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까. 한샘은 디자인에 매출액의 몇 %를 투자하나요?

“디자인이 곧 R&D라고 할 수 있죠. 물론 가구 소재라든가 기능도 R&D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하이테크 산업이 아닌 만큼 핵심적인 R&D는 디자인 개발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매출액의 4~5%를 디자인에 투자합니다.”

한샘의 디자인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요.

“국내에선 가장 뛰어나고 가구 선진국 업체와 비교해도 경쟁할 만합니다. 1990년 국내 최초로 디자인연구소를 만들어 ‘DBEW(Design beyond East and West)’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서구화한 생활양식과 동양의 정신을 디자인에 구현한다는 철학을 담았죠.”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현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은 2009년 봄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에 입사할 당시 이 회사는 중소기업이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젊은 세대에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 거기서 회사도 키우고 스스로도 성장하라”고 권했다.

최 회장은 1990년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찾았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TV 공장 조립라인에서 벽 쪽을 바라보니 삼성 모니터와 소니 모니터를 교대로 여러 대 전시해 놓았습니다. 삼성, 소니, 삼성, 소니…. 소니와 품질에 차이가 있으니 모니터의 화질도 다르겠죠. 그 광경을 보고 ‘아, 삼성전자가 언젠가 소니를 꺾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당시 윤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최 회장도 대우중공업을 떠나 한샘이라는 중소기업에 몸담았는데, 회사와 함께 성장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까.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죠(웃음).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입사했을 때 한샘의 연간 매출액이 15억원이었습니다. 목공소 수준으로 중소기업 축에도 못 끼었죠. 회사도 키우고 빨리 사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창 젊었을 때니까요. 율산·제세 같은 신흥 재벌이 일어날 때였죠. 이들이 그때 이미 조 단위 매출을 냈는데 한샘도 올해나 내년이면 1조원 할겁니다. 저의 로드맵보다는 한 십년 정도 늦어진 셈이죠”

그는 1979년 서른에 한샘으로 옮겼다. 공자가 ‘자립한다’는 뜻으로 이립(而立)이라고 한 나이다.

젊은 세대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권하나요.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비즈니스 전반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시야가 넓어야 안목이 생기죠. 반면에 대기업 구성원은 다 짜인 구조의 부품 같은 존재로 일부를 볼 수 밖에 없어요. 물론 대기업은 경쟁력이 있으니까 배울 것도 많죠. 그래서 우수한 사람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가는데 그 중에 성공하는 사람 몇 안 됩니다.

더욱이 CEO는 한 명밖에 될 수 없죠. 공로주를 받을 수도 없고요.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야 돼요.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CEO도 되는 겁니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그 중에서 대기업도 나오죠. 똑똑한 젊은이가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건 나라를 돕는 길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대기업이 돼야죠. 그런데 대기업으로 크겠다는 그런 꿈을 품은 중견기업 경영자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경쟁력을 키워 세계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비전이에요. 이런 꿈을 꾸는 중소·중견기업 사장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너인 조 명예회장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대학 10년 선배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없습니다. 한샘에서 근무하던 선배에게 끌려와 여기까지 왔죠.”

경영 멘토가 있습니까.

“명예회장님에게 많이 배웠죠. 특히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목표의식과 사람에 대한 욕심입니다. 매출 15억 하는 부엌가구 회사의 캐치 프레이즈가 ‘세계 최고의 부엌가구 한샘’이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죠. 당시 부엌가구 1위 회사는 외형이 우리의 대여섯 배였고, 가구회사 1위 보르네오는 우리보다 열 배 이상 컸습니다.

의욕적인 목표를 세워야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우리가 성장이 빨랐던 건 우수한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에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게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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