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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408%…속도 조절론 꿈틀

부채비율 408%…속도 조절론 꿈틀

3년간 월 1회꼴 M&A 투자…경기 침체로 패션·유통·레저 성장성 가늠 어려워



이랜드의 기업 인수·합병(M&A)기세는 올 들어서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이번에는 해외 신발 브랜드가 그 대상이다. 이랜드그룹은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자회사 이랜드풋웨어가 미국의 글로벌 스포츠신발 브랜드인 케이스위스(K-SWISS)의 주식 3560만 7495주(지분 100%)를 1815억원에 인수한다고 1월 23일 공시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해외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유럽·중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패션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스위스 인수로 신발사업 강화관련 업계에선 이랜드가 비교적 싼 값에 케이스위스를 인수했다고 평가한다. 경기 침체로 유명 패션브랜드마저 고전하는 가운데 케이스위스도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

애초 케이스위스 인수 금액은 3000억~4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월 24일(현지 시간) 이 회사 지분을 가진 한 개인 투자자가 케이스위스를 제소했다. 매각 단가인 주당 4.75달러는 기업가치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케이스위스는 러닝화와 테니스화 같은 스포츠용 신발을 주로 생산하는 나스닥 등록 업체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패션업체를 인수한 건 처음이다. 케이스위스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연 매출이 2억 3178만 달러에 이르고 세계적 인지도도 있지만 최근 몇 년 새 적자를 기록했다. 1966년 설립 후 미국을 비롯한 12개 나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화승이 독점 수입 판권을 갖고 있다.

이랜드가 수 년 동안 적자를 기록한 케이스위스를 인수한 배경은 뭘까. 우선 기존에 갖고 있던 뉴발란스와 함께 신발 브랜드 ‘투톱’을 형성해 이 분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랜드는 같은 미국의 스포츠신발 브랜드인 뉴발란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2008년부터 신발브랜드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발란스는 이랜드가 인수하기 전인 2007년 매출이 240억원이었지만 2011년 매출은 3000억원을 넘을 만큼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랜드는 그간 신발 분야에서 뉴발란스로 쌓은 경험과 자신감을 케이스위스 인수로 이어간다는 목표다.

신발 사업에 대한 이랜드의 도전은 최근 수 년 간 계속되고 있다. 2010년에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인 라리오를, 2011년에 국산 구두 브랜드인 엘칸토를 인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ABC마트와 유사한 개념의 슈즈 멀티숍 ‘폴더’를 선보였다. 여기에 미국의 또 다른 신발 브랜드인 CBI(콜렉티브브랜즈) 인수를 시도했다. CBI는 전 세계에 5000여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브랜드다. 이랜드는 한때 CBI 인수를 위해 2조원 규모의 공개 입찰 계획을 세울 만큼 의욕을 보였다.

이랜드는 그동안 중저가 의류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기존 남성복·여성복·아동복 외에 신발 브랜드를 더해 종합 패션기업으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목표다. 이랜드 관계자는 “케이스위스와 뉴발란스로 2015년까지 신발 분야에서 국내 1조원, 해외 5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015년 그룹 전체 매출 목표인 20조원의 30%에 이르는 숫자다. 이랜드가 신발 사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랜드의 ‘신발 사랑’은 이처럼 궁극적으로는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다. 무엇보다 최근 탄력을 받은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분석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와 나이크 골프의 중국 판권으로 지난해 중국에서 2조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중국에 백화점 유통망 1200여개와 판매사원 3만4000여명으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한 이랜드가 케이스위스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이랜드는 미국 본토 공략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주력인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시장에서도 사업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자체 SPA 브랜드인 ‘후아유’를 론칭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아직 기대만큼의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러나 미국 브랜드로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케이스위스를 라인업에 추가한 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랜드그룹의 왕성한 M&A 식욕에 대해 시장 평가가 엇갈린다. 패션 경기가 둔화된 때에 다각도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긍정론이 나오지만 무리한 인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랜드는 2010년부터 패션 외에도 유통과 레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월 평균 1회에 이를 만큼 M&A 투자 속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재무 부담이 가중된게 사실이다.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3조1718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08.81%에 이른다.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이랜드그룹이 M&A에 본격 나서기 전인 2009년에는 기업회계기준(K-GAAP) 연결 기준 224.09%였고 총차입금은 1조3782억원이었다.



이랜드 “유동성 문제 없다”유통 부문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도 2011년 IFRS 연결기준 245.34%로 높은 편이다. 롯데나 신세계의 부채비율이 10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랜드는 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지 않으며 경영상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M&A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는 한국까르푸를 홈플러스에 매각하면서 5500억원을 받는 등 M&A에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꽤 확보했다. 황우일 이랜드 과장은 “M&A에선 부채비율보다는 현금 유동이 더 중요한 요소”라며 “이랜드는 매년 양호한 성과로 보유자금을 늘려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달라진 회계기준상 부채비율 변화를 단순히 수치로 설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M&A 전문가들은 이랜드가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에 무게를 두고 인수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나는 사업 중심으로 신중하게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이경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랜드는 중국에서 성공 경험이 있고 자체 유통망을 갖춰 전망이 괜찮지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는게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인건비와 백화점 수수료가 오르고 있어 시장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랜드의 주력 사업인) 패션·유통·레저 분야의 성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만큼 사업 확장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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