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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Ⅰ - 80만원 재킷 원가가 20만원?

Special ReportⅠ - 80만원 재킷 원가가 20만원?

중간 마진 폭 지나쳐 … 마케팅 거품 빼고 품질 기준 마련해야



“두 해 전에 40만원짜리 노스페이스 재킷을 사 주었는데 그새 유행이 지났다며 몇 주 전부터 하도 졸라대서 나왔어요. 이젠 친구들 중 아무도 ‘곰 잠바’를 입지 않는다나요. 옷에는 아무 탈이 없는데 또 비싼 재킷을 사주어야 하나 고민이네요.”

1월 중순 서울 가산패션단지의 아웃도어 아울렛 매장에서 만난 최은영씨는 비싼 옷값에 난감한 표정이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은 종업원에게 “TV CF 모델이 입은 옷을 보여달라”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최씨는 “결국 곰 잠바는 아빠 차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매장에서 만난 박진철씨 부부는 “광고에 나온 제품을 보면 모두 70만~80만원짜리라서 20만~30만원짜리 제품은 싸구려 느낌마저 든다”며 “객관적으로 기능을 비교할 기준이 없으니 그저 비싼 게 좋은 걸로 알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소비자가는 생산원가의 3.5~4.5배올 겨울 아웃도어 시장의 대표주자는 다운재킷이다. 스포츠업체에서 내놓은 다운재킷에 비해 슬림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다. 다운재킷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늘린 코오롱스포츠는 90% 이상의 판매율을 보였다. 코오롱스포츠의 헤스티아 재킷은 백화점은 물론이고 대리점·아울렛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논란거리다. 지난해 2월 서울YMCA가 ‘국내 아웃도어 제품 가격이 해외에 비해 50%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잠시 주춤했던 소비자가는 겨울 한파를 맞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매출액 10위권 브랜드의 스탠더드 재킷 가격은 60만~70만원 선. 기능성이 좀 더 추가된 제품은 130만원을 넘는다. “기능을 더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웃도어 열풍은 점점 비싼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아웃도어 제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로 복잡한 유통구조와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꼽았다. 또 고가의 제품을 명품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고가 마케팅’ 상술도 한몫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밝히는 가격 책정 방식은 통상 생산원가의 3.5~4.5배다. 80만원짜리 재킷이라면 20만원 정도가 생산원가다. 제품 가격의 25% 수준인 생산원가엔 원단비·원부자재비·공임·물류비·급여·광고비 등이 포함된다. 제조업체는 여기에 마진 10%를 붙여 유통매장에 내놓는다.

시장에 나온 제품은 유통 경로에 따라 마진율이 달라진다. 백화점으로 가면 판매가의 35% 정도인 수수료를 백화점에 내고 숍매니저 비용으로 10~20%를 지불한다. 일반 가맹점에선 매장 관리비와 인건비가 이 정도의 비용이다. 가맹점주가 챙겨가는 소매 마진은 10~20% 정도다. 아울렛은 20% 정도의 아울렛 수수료와 인건비 등 각종 경비를 제외하고 20%의 수준의 소매 마진을 남긴다.

가산패션단지에서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010년까지 아웃도어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려면 백화점에 들어가는 게 유리한데 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재고가 발생하면 이익이 줄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가에는 이를 대비한 손익계산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80벌쯤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100벌의 옷을 생산하면 한 벌에 대한 가격책정에는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20벌의 생산비와 마진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과다한 마케팅 비용도 가격 거품의 원인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전문 산악인을 모델로 하던 업계 상식을 깨고 ‘스타 마케팅’을 도입한지 오래다. 최근엔 TV PPL(Product Placement, 방송에 소품으로 노출시켜 간접광고 효과를 얻는 것)에 총력을 기울인다. 프로그램 인기에 따라 회당 2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 역시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비싼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외 브랜드는 관세를 비롯한 각종 통관비용과 물류비·환율 등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격이 20~30% 비쌀 수밖에 없고 백화점 수수료가 해외보다 높기 때문에 판매가격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비싸야 고급’ 인식부터 바꿔야그러나 업체들이 내세우는 기능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최근엔 일부 업체들이 필파워(Fill Power, 털 제품이 구겨졌다가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 수치를 내세워 가격을 부풀렸다. 하지만 필파워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제품이라고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아웃도어 업계가 이를 판매촉진과 가격인상에 지나치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필파워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비슷한 수치의 필파워를 가진 제품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필파워 수치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SPA 브랜드의 남녀 다운 점퍼를 비교한 것처럼 아웃도어에도 정확한 품질 평가 기준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소비자원은 1월 23일 유니클로·자라 등 10개 SPA 브랜드의 남녀 다운점퍼 15종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점퍼 가격에 거품이 있으며, 특히 국내 브랜드 가격의 5배가 넘는 해외 브랜드가 더 무겁고 보온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명 중저가 브랜드 다운점퍼 상당수가 속에 솜털을 덜 넣거나 품질이 KS(한국산업규격) 권장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항변한다. 최근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가 고어텍스 대신 자체 기능성 원단을 개발해 제품 가격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어텍스코리아가 고어텍스 원단을 독점 수입·공급해 아웃도어 가격 거품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각 브랜드마다 공급가격이 다르고, 비공개 원칙에 따라 업계 내에서도 평균가를 알지 못할 정도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디자인과 기능에 합당한 가격을 판단하지 못하고 비싼 게 좋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가산패션단지 아웃도어 매장 김모 사장은 “아웃도어 업체는 소비자의 명품심리를 이용한 무리한 고가 마케팅 전략을 자제하고, 소비자 역시 ‘고가가 고급’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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