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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경영권 강화 전리품 얻다

대주주 경영권 강화 전리품 얻다

적대적 M&A 위험 완화 vs 편법 상속 기틀 마련, 평가 엇갈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간판 상품인 박카스 사업부문을 분리한다. 동아제약은 1월 28일 서울 용신동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3월부터 회사를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ETC) 자회사인 동아ST로 인적 분할하고, 지주사 밑에 비상장사인 동아제약을 신설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가결했다. 1035만주의 주총 참석 지분 가운데 73%인 759만주가 찬성했고, 177만주(17%)는 반대, 97만주(9%)는 기권했다.

애초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은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회사 전체 매출의 5분의 1, 영업이익의 2분의 1을 차지하는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박카스 사업이 분리돼서다. 동아제약은 인적 분할돼 4월 12일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ST로 재상장 된다. 박카스를 비롯한 일반의약품(OTC) 사업은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비상장사인 동아제약이 맡게 된다.

이번 인적 분할안은 동아ST가 전문의약품과 해외 사업, 메디컬 분야 사업을 맡고 새로운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의 비상장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아제약이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분야를 맡는 게 골자다. 종전에는 동아제약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부문을 총괄하는 구조였다.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지주사 전환은 글로벌 제약사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약품 분야 사업을 분리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박카스 분리 찬성표 많아동아제약은 새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로 의료서비스 분야 사업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치료 중심의 제약업에서 한걸음 나아가 의료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하고 바이오 신약 개발로 신성장 활로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강화가 수월해지고, 일반의약품 부문에선 별도 전략 수립이 쉬워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카스를 비롯한 현금 창출원이 지주사가 지배하는 비상장사로 넘어가는 건 사실상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경영권이 강화되는 걸 뜻한다. 지주사 아래의 비상장사가 돈을 잘 벌어들이면 그만큼 짭짤한 배당수익을 노릴 수 있다. 여기에 강 회장 일가가 앞으로 지분을 확대하기도 쉬워진다. 회사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대주주는 자회사의 주식을 내놓는 대신 지주사 주식을 받는 주식교환으로 지주사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강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동아제약 지분율은 11.1%다. 다음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9.9%)·국민연금(9.5%)·한미사이언스(8.7%) 순이다. 이 가운데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오츠카제약(7.9%)·우리사주조합(7.2%)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거나 동아제약 직원들이 지분을 보유한 강 회장의 우호 세력이다.

실제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들 회사는 모두 회사 분할안에 찬성했다. 한미약품의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동아제약 노조가 “한미약품이 M&A를 위해(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하자 기권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분할안에 반대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총수 일가의 이익은 늘어나지만 다른 주주의 이익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권종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은 “(결정된) 지주사와 자회사의 분할비율이 0.37 대 0.63인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주주는 1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주, 동아ST 주식 0.63주를 받는다.

신설되는 비상장사 동아제약은 자산과 부채는 적게 가져가지만 이익률이 높다.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지주사와 자회사 분할비율이 지주사 주주에게만 유리하고 자회사 주주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위원장은 “회사 분할안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에 기여할 지 분명치 않다”며 “핵심사업의 비상장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투자 회수도 점치고 있지만 국민연금 측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투자 결정은 별개”라고 못박은 만큼 가능성은 작다. 소액주주들은 또 강 회장이 비상장사인 동아제약을 제3자에게 헐값 처분한 다음 후계자인 강정석 부사장에게 상속해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속내에서 회사를 분할했다고 반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동아제약 총수 일가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박카스 사업을 떼어낸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은 지주사 전환이 사업 부문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전문화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편법 상속에 대한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사실무근”이라며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정관 개정을 하면서 동아 ST의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는 식으로 시장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1회 신주발행물량(20% 이내)을 없애 우호지분에 신주를 대규모로 배정하려던 정관 개정안을 부결한 것도 이런 반발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또 박카스 사업부를 임의로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임시주총 표 대결에선 이겼지만 반대한 주주의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과제다. 동아제약은 2007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고 최근에도 불법 리베이트 사건 탓에 주주들의 불신이 커졌다. 한 소액주주는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는 다른 주주의 감시에서 벗어나 이익을 유출하기 쉬워졌다”며 “재무구조의 투명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발에도 이번 회사 분할에 대한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간 동아제약은 강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약업계는 회사 분할 이후 강 회장 일가가 우호지분을 흡수해 실질적으로 지분율을 35~40% 가까이로 늘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 경우 M&A 위협에서 벗어나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으로 최대주주 경영권 강화가 기대된다”며 “우량 자회사 상장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재원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약품 사업 연구 개발비 부담 덜어여기에 기존 현금 창출원인 박카스와 일반 의약품은 일괄약가인하와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전문의약품 부문과 분리돼 타격을 덜 받는 이점이 있다. 전문의약품 부문의 이익률 개선도 기대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 분할 이후 전체 매출 비율의 10%선인 연구개발비를 동아 ST 외에도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제약에서 분할해 부담하면서 전문의약품 사업부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동아 ST가 제약사 대비 높은 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 전망도 있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동아ST는 박카스 도움 없이 홀로서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박카스라는 캐시 카우 없이 대규모 임상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실현에 부담이 따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초기 물질탐색 단계의 R&D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면서 “이 비용을 더하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분할이 당장에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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