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lf - “나도 내가 기대된다”

“올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윙코치 숀 폴리의 레슨과 이미 내가 구축한 기술은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타이거 우즈(38·미국)가 모처럼 여유를 되찾았다. 요즘 그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면서도 흥분돼 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위한 질주도 시작됐다.
우즈는 1월 29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에서 9.285점을 받아 2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1위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12.429점)와 격차를 3.144점으로 좁혔다. 2주전 격차는 4.208점이었다.
우즈는 지난해 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고 올 시즌 초반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골프무대의 중심에 섰다. 우즈의 세계랭킹 1위 탈환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일정을 보면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우즈는 피닉스 오픈(2월 1~4일)과 AT&T페블비치(2월 8~11일), 그리고 노던트러스트 오픈(2월 15~18일)까지 3개 대회 연속 불참한다.
1위 매킬로이와 점수 격차 줄여3주 동안 휴식을 취하는 우즈는 2월 20일 개막하는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부터 혼다 클래식, 캐딜락 챔피언십까지 3주 연속 대회에 나선다. 이 기간에 열리는 대회에는 매킬로이도 출전할 것으로 보여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처럼 우즈의 ‘넘버 1’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의 우승이 기폭제가 됐다.
우즈는 자신의 텃밭인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올 시즌 첫 우승(합계 14언더파)을 차지했다. 우즈는 1999년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을 포함해 이번 대회까지 무려 7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0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US오픈까지 포함하면 8승을 기록해 토리파인스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단일 대회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샘 스니드(미국·8승·그레이터 그린스보로 오픈)에 1승차로 따라붙었다. 또 PGA 투어 통산 75승을 올려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스니드(82승)와의 격차를 7승으로 좁혔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야수같은 우즈 본연의 파워와 집중력이 떨어지면 천하의 우즈라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그것이다. 먼저 안개와 일몰로 대회 일정이 순연돼 11개 홀을 남기고 4라운드를 재개한 우즈는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사실상 우승을 확인했다.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우즈는 가볍게 2퍼트로 마무리, 2위 그룹과 무려 8타 차로 벌렸다.
지난해 우승자 브랜트 스니데커(33·미국)가 10언더파 278타로 먼저 경기를 끝내 추격할 선수도 없었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조시 티터(34·미국)가 스니데커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을 뿐이다. 5타 차로 추격했던 닉 와트니(32·미국)는 “이번주 그를 꺾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그는 완전히 자신의 게임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우즈는 아버지 얼 우즈(2006년 작고)의 추억이 서린 곳에서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75승째를 올렸다. 미국 ESPN과 AP통신 등은 “우즈가 토리파인스 골프장을 자신의 개인전용 코스처럼 만들어버렸다”고 찬사를 보냈다.
토리파인스는 우즈가 아버지 얼 우즈를 따라 여덟 살 무렵부터 드나들기 시작한 곳이다. 아마추어 시절 이 코스에서 그는 6승을 거뒀다. 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진 것일까. 그는 “마지막엔 집중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해낼 수 있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믿는 대로 해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우즈의 아버지를 의식한 듯 “태평양을 따라 흐르는 이 코스에서 그가 이룩한 모든 우승 가운데 이번 우승이 가장 특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즈는 방심한 탓인지 14∼17번 홀에서 무려 4타를 잃어버리는 난조에 빠졌다. 14번홀(파4)에서 1타를 잃은 우즈는 15번홀(파4)에서는 페어웨이에서 훨씬 벗어나는 티샷을 날려 1벌타를 받고 더블보기를 적어내기도 했다. 17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이 짧아 1타를 잃은 우즈는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한 뒤 2퍼트로 파를 잡아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았다.
우즈는 “경기 진행이 느려 인내심과 집중력을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경기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우즈가 11개 홀을 마무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45분이나 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4시간 30분이 걸린 메디에이트의 플레이가 완료되길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성과가 더 많은 대회였다. 우즈는 2009년 말 터진 성 추문과 이후 찾아온 부상으로 2년 여간 슬럼프를 겪으며 기록 경신에 주춤하는 듯했다. 이후 지난해 PGA 투어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완벽한 컴백’으로 평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PGA 투어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기록 경신 레이스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티샷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지만 그때마다 홀을 파로 막으며 전성기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마지막 날 붉은 셔츠의 마술과 포효하는 눈빛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한 주 내내 나의 플레이 방식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공이 아주 잘 맞았고, 모든 것이 아주 잘 풀렸으며, 내 스스로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에 어느 정도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 전의 플레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러한 실수에도 여유가 있었다.”
아부다비의 예선 탈락이 쓴약오랫동안 참아온 우승에 대한 갈증을 폭발시키듯이 우즈의 샷은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1월 18일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의 고배를 마신 우즈에게 이번 대회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대회는 우즈가 컷 탈락 후의 다음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두 번째 대회이지만 바로 다음 주에 우승을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아부다비는 잊혀 진 기억이 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앞으로 어떤 시즌이 우즈 앞에 펼쳐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우승은 항상 특별하며, 특히 우승할 때는 나의 플레이 방식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회에서 내가 보여준 대부분의 플레이 방식은 마지막 순간, 즉 마지막 5개 홀까지 이번 대회에서 내가 우승할 것이라는 느낌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내 플레이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우승)가 될 것이란 느낌이 있었다.”
우즈는 “나는 해낼 수 있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생각처럼 우승을 해내서 매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우즈는 자신이 지향한 방향, 특히 쇼트게임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그가 큰 격차로 우승을 이룩할 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각축이 벌어진 것은 우승이 아니라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즈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올해를 다시 시작해보기에 아주 좋은 대회다. 나도 내 자신에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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