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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 5% …패자 부활 시스템 절실

성공률 5% …패자 부활 시스템 절실

벤처 생태계 가꿔야 창업 열기 지속 … 박근혜 정부 벤처 활성화 정책 기대 ‘벤처 생태계가 파괴됐다.’ 벤처 업계에 10년째 떠도는 말이다. 돈이 돌지 않고,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낙오하는 벤처 환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도 매출 1000억원을 넘는 벤처가 400개 생겼고, 신생 벤처도 급증한다. 환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제2 벤처 붐’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많은 벤처인은 벤처 생태계 조성 없이는 창업 열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이코노미스트는 제2 벤처 붐을 위한 10대 조건을 꼽아봤다.





1 벤처캐피털(VC) 활성화 - VC 투자 받은 벤처 2.3% 불과“요즘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벤처캐피털 매물만 20~30개에요. 아직 공식적으로 매각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매각 절차를 밟고 있거나 소문이 도는 매물도 많습니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의 말이다. 매물은 넘치는데 선뜻 나서는 인수자는 없다. 요즘 벤처캐피털업계 실상이다.

지난 1~2년 간의 벤처 창업 열기는 벤처캐피털 업계와는 딴 세상얘기다. 최근 3년 간 1만개 가까운 기업이 벤처 인증을 받았지만 88% 이상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평가보증을 받은 기업이다.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벤처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들의 내실화를 위해선 벤처캐피털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투자금 회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전 단계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벤처 창업에서 증시 상장까지 13~14년 정도 걸리는데, 대부분 벤처 펀드는 만기가 7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 차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관련 업계에서 주목받는 게 ‘세컨더리 펀드’다. 세컨더리펀드란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의 지분 중 매각하기 어려운 주식만 골라 싼값에 인수한 뒤 시간이 지나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 팔아서 차익을 얻는 펀드를 말한다. 기존의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은 IPO를 기다리지 않고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가 더 쉽다. 세컨더리펀드 운용사 역시 검증된 기업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IPO나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엔 세컨더리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세컨더리펀드 규모로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올해 벤처캐피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모태펀드(정부가 벤처나 창투사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펀드)의 주요 투자처로 세컨더리펀드를 잠정 확정했다”고 밝혔다.



2 투자 회수 시장 다양화 - 벤처 인수합병 때 세제 지원 필요지난해 4월, 모바일 소셜서비스 ‘틱톡’ 개발사인 매드스마트가 SK그룹 자회사인 SK플래닛에 인수됐다. 지분 100%를 넘기되, 회사는 독립 자회사 형태로 운영한다는 조건이었다. 벤처정신을 발전적으로 이어간다는 취지였다. 매각 금액은 약 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11년 3월 설립된 신생 벤처다. 매드스마트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본엔젤스파트너스는 대박을 쳤다. 본엔젤스가 매드스마트에 투자한 금액은 3억5000만원. 초기 벤처에 집중 투자하는 본엔젤스는 투자 8개월 만에 15배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매드스마트 M&A 사례는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벤처투자 회수(Exit) 시장이 꽉 막힌 한국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벤처 투자의 70% 정도를 M&A 방식으로 회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턱없이 낮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투자 회수 유형을 보면 기업공개(IPO)는 17.8%, M&A는 1%에 그쳤다. 2011년에도 M&A 비율은 1.5%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장외 매각이나 만기 상환 방식으로 회수한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조사한 ‘2012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M&A 경험이 있는 벤처는 4.9%였다.

중간 회수 시장이 없다 보니, 투자자는 돈을 회수하기 위해 IPO만 기다리고, 여의치 않으면 벤처 펀드가 만기 되는 시점에 자금을 회수한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벤처펀드는 1조374억원, 내년에 9976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M&A 거래가 거의 없다 보니 적극적인 중계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며 “M&A 활성화를 위해 세제 지원, M&A 거래소 설립 등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입장에서도 벤처 M&A 활성화는 시급하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연구위원은 “정부가 벤처창업도 챙겨야 하지만 창업 후 자금 회수시장인 M&A도 키워야 한다”며 “창업 벤처의 퇴출 통로가 막히면 (벤처에 대출·보증을 한) 정부가 막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이병권 벤처투자과장은 “외국에 비해 제일 안 되는 부분인 M&A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본시장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실증 분석을 한 결과, 중소형 규모의 벤처기업이 M&A를 할 경우 성장 효과가 높아 세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M&A 세제 혜택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3 엔젤 투자 육성 - 엔젤 투자 없이 벤처 붐 기대 난망서울 서초구 한국엔젤투자협회에서 2월 20일 ‘엔젤 양성교육’이 열렸다. 강의실 안은 엔젤 투자에 관심 있는 100여 명으로 북적였다. “엔젤보다 엔젤을 만나려는 창업자들이 많이 와요.” 이날 강의를 맡은 성승용 브라더스 엔젤클럽 총무가 귀띔했다. 현재 한국엔젤투자협회에는 57개 클럽에 1500명 정도 회원이 있다.

성 총무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엔젤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회원이 많았다”며 “2000년 초 코스닥 붐이 불던 시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이 워낙 많았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엔젤 투자 매칭펀드 확대 등 각종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회원 수가 늘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전세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엔젤 투자가 양질의 종자돈 역할을 해야 제2의 벤처 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2000명이 넘는 엔젤 투자자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투자에 나선 이들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기존 엔젤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엔젤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0년 5500억원 규모던 엔젤 투자 금액은 2011년 2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엔젤을 찾는 창업자는 많지만 정작 엔젤의 투자를 받긴 어렵다. 한 엔젤 투자자는 “100개 업체가 요청하면 그중 투자 받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리스크다. 한 개인투자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워낙 커 주저하다가 투자 시기를 놓친 업체도 많다”며 “말이 좋아 엔젤이지 기부가 아닌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엔젤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투자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엔젤 투자로 소위 ‘대박 모델’이 국내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성승용 총무는 “투자자들의 기본 전략은 M&A가 돼 투자 회수를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말 그대로 쌈짓돈에서 투자를 하는 게 엔젤 투자기 때문에 투자 후 회수를 해야 재투자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칭펀드와 멘토링 R&D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책들로 투자 회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엔젤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엔젤클럽 운영비 등 세심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 코스닥·코넥스 시장 활성화 - 벤처업계, 새 정부 코스닥 정책에 기대“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일단 코넥스에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최근 만난 한 벤처기업 대표는 7월 개장을 추진 중인 코넥스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코넥스는 기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시장’으로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전용시장이다. 코넥스는 코스닥 시장과 프리보드 시장 중간 단계에 속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코넥스 시장 상장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총 380개 정도로 본다. 기존 프리보드가 시장규모가 작고 활성화되지 않아 자금조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코스닥시장이 점차 중견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넥스 시장의 개설은 벤처 부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한다.

하지만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들에게 코넥스시장은 여전히 낯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2012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70%가 코넥스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제조업체 중 1%만이 ‘잘 알고 있으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알고는 있지만 관심이 없다’는 중소기업은 29%에 달했고, 나머지는 코넥스시장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더욱이 응답한 중소제조업체들의 81.3%가 코넥스 상장 계획이 없다고 응답해 개설 시 참여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년 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벤처업체 대표는 “아직 코넥스시장 진입에 필요한 상장규정이나 각종 법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참여할지 미지수”라면서도 “제대로 운영돼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침체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스닥 상장 자체가 어렵고, 코스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면서 벤처 업계 전체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새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삼았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기준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연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해 이익과 매출, 시가총액 등 규모 요건 적용을 면제할 계획”이라며 “이





6 벤처 퍼주기 지원 지양 - 정부 지원에 ‘피터팬 증후군’ 팽배벤처업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중견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990년 초반 이후 지금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벤처기업은 팬택, NHN 단 두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휴맥스 등 3개 기업이 ‘매출 1조원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연말에는 서울반도체 등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업체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1조원 벤처의 잇단 등장은 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커 가는 일종의 ‘성장공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그래왔듯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은 아직까지는 ‘신화’로 불린다. 벤처창업 붐이 일었던 10년 전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5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에 창업한 중소·벤처기업 가운데 10년 뒤인 2003년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은 0.13%에 불과했다.

또 1994~2003년 10년간 창업한 회사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0.01%에 그쳤다. 1만개의 기업이 창업하면 그중 1개만 중견기업이 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크지 못했던 것은 지나치게 정부 정책자금 지원에 의존하거나 대기업 하청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팽배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벤처로 인증된 기업 4만4831곳(누적) 가운데 기술평가보증·대출 기업이 전체의 90.6%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벤처기업 급증이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기업에 보증, 대출을 해주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과 연관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는 ‘피터팬 벤처’ 확산을 막기 위해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 돼도 금융·세제 지원을 일시에 줄어들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 벤처인증제 개선 - 초기 벤처도 벤처인증 많이 받을 수 있어야벤처인증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 벤처인증제도는 기술보증기금 인증을 받은 기술평가보증 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은 기업, 또는 연구개발(R&D) 비중이 매출의 5~10%를 넘는 연구개발 기업을 벤처로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벤처는 대부분 기술평가보증 기업이다.

벤처인에 따르면, 2월 20일 현재 벤처 인증 기업 중 86%가 기술평가보증기업이다. 벤처투자기업은 2.4%, 연구개발기업은 5%다. 문제는 정부 보증이 스타트업 벤처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중기 벤처에 몰린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정부 보증 벤처 기업 중 업력이 1년차 미만인 곳은 1.6%에 불과하다.

1~3년은 9.6%다. 반면 업력이 5~10년된 벤처가 29%, 10~20년된 곳이 38%를 차지한다. 정작 투자가 절실한 초기 벤처가 벤처로 인증받지 못하는 것이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는 “2006년 이후 기존 벤처의 55%가 벤처인증을 받지 못했다”며 “기술력 등 벤처자격이 부족한 일반

중소기업이 벤처인증을 받는 등 제도 운영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한 “기보 인증기업의 경우 신기술에 대한 평가가 미흡해 진짜 벤처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증 중심이 아닌) 신기술과 신생기업 유형의 벤처인증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DI에 따르면 국내 벤처들은 평균 4년간 벤처 인증을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이상 벤처 지위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1300여 개에 달한다.

산업연구원 주현 실장은 “벤처기업 확인제도와 기술보증제도가 사실상 일원화돼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며 “벤처 인증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기술보증을 받아야 한다면 이는 규제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기술력 있는 초기 벤처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벤처 인증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8 하인엔드 벤처 선별 육성 - 기술력 부족한 생계형 벤처 난립“투자할만한 벤처를 못 찾겠다.” 벤처캐티털 업계 관계자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벤처가 급증하고, 투자 문의도 늘었는데 막상 투자할 가치가 있는 벤처를 찾기힘들다는 얘기다. 한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거취대로 벤처를 하겠다며 투자해 달라는 사람도 있더라”며 “탁월한 기술이나 아이템을 갖춘 벤처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많은 벤처 업계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야기다. 1세대 벤처기업가는 “최근 벤처 열풍이 스마트폰과 SNS 혁명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요즘 벤처 인증을 받는 기업들은 커피전문점, PC방, 단순 제조·소매·유통업 등이 적지 않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단순히 일자리 창출 정책 차원에서 질 낮은 창업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말 전국 남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업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창업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은 씁쓸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창업 분야는 ‘커피숍과 식당(36%)’이었다. 다음은 문화·예술·스포츠·레저 분야(12.6%)였다. 창업 희망 분야로 정보 기술(IT) 분야를 꼽은 응답자는 10.4%에 불과했다.

벤처를 늘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진 벤처를 선별해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성공 모델이 많이 나온다. KDI에 따르면 정부 보증·대출을 받은 벤처 인증기업에 비해 깐깐함 심사를 통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벤처가 증시에 상장할 확률은 27% 높았다.

R&D 비중이 높은 연구개발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벤처는 10.4% 더 높다.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데도 첨단 기술을 확보한 벤처를 키우는 게 유리하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4월 인텔에 인수된 얼굴인식 기술 개발 벤처인 올라웍스는 고졸 출신 사원을 포함해 임직원 60명 전원이 M&A와 동시에 인텔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9 글로벌 벤처 육성 - 벤처기업 수출 비중 갈수록 줄어지난해 말 중기청과 벤처기업협회는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381개 벤처기업 중 73%가 해외 지사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평균 수출액은 1028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잘나가는 소수 벤처 얘기다. 국내 벤처기업의 매출 구조는 대부분 내수 위주다.

물론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2002년 60억 달러이던 벤처기업 수출액은 2011년 177억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3.67%에서 2011년 3.2%로 줄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63%는 수출이나 해외진출을 하지 않은 완전 내수기업이다.

또한 해외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수출만 하는 단순 수출형 기업도 22%다. ‘2012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매출은 주로 내수와 대기업·정부 거래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전체 매출에서 기업대 기업(B2B) 거래와 기업대 정부(B2G) 비중은 각각 72%, 14%였다.

기업대 해외(B2W) 거래는 7.1%에 그쳤다. 벤처기업이 수출보다는 내수와 하청에 기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권기환 상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 중 글로벌 혁신 벤처를 선정해 글로벌 시장조사와 글로벌 브랜드 육성 사업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

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운 DSC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벤처의 글로벌 진출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벤처전문상사 설립을 제안했다. 하 상무는 “코트라(KOTRA) 산하에 국영으로 벤처전문 상사를 설립해 벤처기업 제품과 기술 이전을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며 “코트라의 우수한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현실적으로 (벤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 기업가정신 교육 체계화 - 정 규 교육과정 때 창업 마인드 심어야‘실리콘밸리의 산파’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는 21년째 이어져 오는 유명 강의가 있다. ‘기업가정신과 벤처캐피털’이다. 유튜브 공동창업자인 채드 헐리,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 등이 이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이 강의는 미국 벤처캐피털인 시에라벤처스의 창업자 피터 웬델 교수가 맡는다.

스탠퍼드 대학뿐 아니라, 미국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강의는 일반적이다. 약 100여개 대학에 기업가정신센터가 운영된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기업가 정신 교육이 정규교육 과정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어릴 때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나갈 수 있는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한정화 교수팀이 지난해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전국 이공대 대학생 8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3%만이 창업·기업가정신 관련 강좌를 수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우수한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해 창업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 모니터(GSM)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조사 대상 22개국 중 7위다. 하지만 18~24세 청년이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6%로 전진국 평균(3.5%)를 한참 밑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벤처기업에서 20~30대 창업가 비중은 19.5%. 반면 50~60대 비중은 2007년 25%에서 지난해 33%로 증가했다. 2012 코스닥상장법인 경영인명록에 등록된 CEO 중 20대는 한 명도 없다. 또한 2002년 12.6%를 차지하던 30대 이하 CEO 비율도 지난해 3.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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