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기록한 첫 정부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기록한 첫 정부

7대 수출대국 됐지만 낙수 효과 별로 … 잠재성장률 3%대로 떨어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부문 성과에 대해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2월 14일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열린 국회의 마지막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다. 같은 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현 정부 경제 실정을 지적한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객관적 통계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 성과를 살펴봤다. 이명박 경제팀의 공과를 넘겨받은 박근혜 정부의 과제도 짚어 봤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2월 20일 발간한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는 총 12권, 6620쪽 분량이다. 대통령실은 “500여명의 집필·감수진이 참여해 자료의 객관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 성과는 2권(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3권(세계를 경제영토로)에 집중돼 있다. 요지는 이렇다. ‘국내외 경제 여건은 어려웠지만 정부가 잘해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좀 더 자세히 보자.

2월 25일 임기를 끝낸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경제 부문 공적 1순위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이다. 과거 5년간은 세계경제(4.8%)보다 0.5%포인트 낮은 성장률(4.3%)을 보였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도 세계경제(2.9%)와 유사한 성장률(3%)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수치를 인용했다.

세계 7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는 자랑도 담겼다. 2011~2012년 2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과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도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치적이다. 이밖에 자유무역협정(FTA) 허브 구축, 국가신용도 상향, 양호한 재정건전성, 기업환경 개선, 왕성한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 개선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경제 지표 대부분 기대 이하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떤 나라보다 잘 극복했다. 전 정부가 넘겨준 재정건전성을 크게 헤치지 않으면서 빠른 판단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2012년 현재, 세계 주요 국가 중 일자리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뿐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고환율 정책을 펴면서 수출에도 힘을 실어줬다.

2008~2011년 세계 교역이 3% 증가할 때 우리나라는 26% 늘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43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흑자 4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했다. 국가 신용도 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 A2였던 무디스 신용등급은 Aa3로 상향됐다. 피치는 A+에서 AA-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A에서 A+로 한국 신용등급을 올렸다. 2011년 이후 A레벨 이상 국가 중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등급을 올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이런 치적을 체감하지 못한다. 한 언론사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국민의 67%가 “잘못했다”고 답했다. 가장 잘못한 국정운영 분야로는 ‘경제’가 꼽혔다. 이명박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위기에 대응하느라 방어적이 경제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5년간의 경제 지표는 정부와 기업은 살찌고 서민 삶은 팍팍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황식 총리가 말한 ‘객관적 통계’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 세계 11위였던 수출규모는 2012년 8위(5480억 달러)로 올라섰다.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2003~2007년 1024억 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는 2008~2012년 1347억 달러로 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세계 정부재정수지 순위는 2007년 34위에서 지난해 13위로 올랐다. 세계은행이 매기는 기업환경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5년 전 30위에서 지난해 8위로 껑충 뛰었다.

수출 대기업은 선전했지만, 중소기업은 어려웠다. 소득과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물가는 올랐고, 소득 불평등은 심화됐다. 한국 경제의 체력도 떨어졌다. 일단 경제 성장률이 저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7% 성장을 자신하며 출범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컸지만, 출범 첫 해인 2008년 경제성장률은 2.2%였다.

2009년에는 0.2%로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이듬해에는 수출 호조와 기저 효과로 6.1% 성장했지만 이듬해 다시 주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0%로 추정된다. 이 추정이 맞다면 이명박 정부 5년 간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은 2.9%다. 노무현 정부 5년간은 4.3%였다.



수출 대기업만 호황, 내수는 빈곤기초 체력도 나빠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잠재성장률은 4.7% 안팎이다. 하지만 2008~2012년에는 3.8%로 하락했다(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12년 잠재성장률을 3.45%로 분석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잠재성장률이 3.8% 수준이라고 밝혔다.

300만개창출을 약속한 일자리도 기대에 못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8년 취업자 수는 14만5000명 늘었고, 이듬해는 7만2000명 줄었다. 2010년부터는 취업자 수가 증가해 지난해에는 43만7000명 늘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간 늘어난 취업자 수는 124만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무능한 정부’로 규정한 참여정부 때는 126만명이 늘었다. 실업률은 출범 첫 해 3.2%에서 올 1월 3.4%로 늘었고,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7.2%에서 7.5%로 증가했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사실상 실업자는 390만명이다. 5년 전에는 350만명 수준이었다. 구직단념자도 5년 전에 비해 1.7배 늘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졌다. 지난 5년간 비정규직은 45만명 늘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근로형태와 무관하게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 미만)는 2008년 123만명에서 지난해 183만명으로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전 7.6%에서 지난해 10.3%로 높아졌다. 지난해 43만 7000명이 늘어난 취업자 수도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들어진 일자리 중 절반은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였다.

물가는 많이 오르고, 소득은 찔끔 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5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34%다. 노무현 정부 5년 평균은 2.92%였다. 이명박 정부는 5공화국 이후 역대 정부 중 임기 내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첫 정부로 기록되게 됐다. 집권기간 중 평균 경제성장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는 전두환 정부가 3.9%포인트, 노태우 1.3%포인트, 김영삼 2.4%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각각 1.5%포인트, 1.4%포인트였다. 이명박 정부는 -0.5%포인트다.

가계의 지갑은 얇아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년 2.3%였던 실질 임금 상승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 0.2%에 불과했다. 이듬해는 -1.1%였다. 또한 2010~201년 3년간 평균 실질 임금 상승률은 1.5%에 그쳤다. 당연히 서민 고통은 심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2007년 5.7에서 2008년 7.9로 치솟았다. 역대 둘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후에도 경제고통지수는 6.4(2009년)~7.4(2011년)로 높았다가, 지난해 물가가 안정되면서 5.4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과 중 하나로 내세우는 소득분배 개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5년 0.298, 2007년 0.306에서 2009년 0.314로 높아졌다. 2011년 지니계수는 0.311이다.



저성장·저소득·고물가에 서민 고통지니계수는 0~1 사이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벌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을 100원으로 봤을 때 기간제 근로자의 상대 임금은 2008년 70원에서 2009년 59.6원으로 주저앉았다. 2011년과 2012년은 각각 61.3원, 62.8원으로 2003년 수준에 못 미쳤다. 기업과 가계 양극화도 심화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2011년 동안 기업 소득은 51.4% 증가했지만 가계 소득은 21.2% 늘었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민총소득 증가율보다도 5.8%포인트 낮았다. 또한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은 같은 기간 61.1%에서 59%로 낮았다. 특히 수출 제조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기업 이익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2006년 65%에서, 2008년 53%, 2011년에는 44%로 떨어졌다. 다만 소득 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누는 소득5분위배율은 다소 개선됐다.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2007년 665조원이었던 가계신용 잔액은 2012년 3분기 현재 938조원으로 늘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22%에서 140%로 증가했다. 나라 빚도 늘었다. 2007년 299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2012년 445조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0.7%에서 34.3%로 증가했다.

MB노믹스 5년. 무역 1조 달러, 세계 7대 수출 대국의 그늘은 그만큼 짙게 드리웠다. 연거푸 닥친 세계 경제 위기를 무난히 넘긴 것은 평가 받을 일이지만, 그 와중에 정부와 수출 대기업은 살찌고, 가계와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 경제팀이 정책의 방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지난 5년간의 경제 지표가 말해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2‘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

3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4‘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5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6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7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

8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9"좀비버스, 영화야 예능이야?"...K-좀비 예능2, 또 세계 주목받을까

실시간 뉴스

1"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2‘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

3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4‘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5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