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 column - 양당 모두의 잘못이라고?
NB column - 양당 모두의 잘못이라고?
존 베이너(오른쪽) 등 미 공화당 의원들은 지출 삭감이 오바마 탓이라고 비판한다. |
시퀘스터(sequester, 정부지출 자동삭감)가 코앞에 닥쳤다.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 예산이 원래 설정된 목표에 따라 자동으로 삭감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정치권은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이 한꺼번에 겹칠 경우, 재정 절벽에 빠져 미국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고 우려해 세금은 일부 인상하면서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두 달 뒤로 미뤘다. 그러나 이제 3월 1일 이전에 예산 삭감안에 합의하거나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다시 연기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연방정부 지출이 삭감된다(편집자 주).
예산 문제를 다루는 칼럼에서 워싱턴 정가 엘리트와 신뢰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런 교착 상태는 양당 모두의 잘못이라고 주장해야 마땅하다. 공화당은 세금 인상을 원치 않고, 민주당은 지출 삭감을 원치 않는다는 게 통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하원 민주당은 몇 가지 합리적인 지출 삭감안을 제시했다. 석유회사 보조금으로 나가는 수십억 달러를 줄이는 것이 포함된다. 휘발유 값이 1갤런(3.78ℓ)에 4달러 선인 상황에서 누가 그 부자들에게 납세자의 돈을 주고 싶어하겠는가? 하원 민주당은 부유세도 입안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자신의 비서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희한한 세제를 없애겠다는 생각이다.
상원 민주당도 1100억 달러에 이르는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안을 제안했다. 여기서도 석유회사 보조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해외에 이전시키면서 기업들이 받는 세액 공제를 없애며, 국방예산과 농가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게다가 백악관은 정부 프로그램 77개 를 폐지했다. 교육부에서 16개, 보건복지부에서 10개, 노동부에서 4개가 포함된다. 대통령의 예산안은 농가 프로그램에서 300억 달러 삭감과 체신부에서 250억 달러 절감을 촉구한다.
한편 공화당도 연간 소득 45만 달러 이상에 대한 감세정책의 만료를 허용했다. 그러나 부유세와 석유회사 보조금 문제에서는 완강히 반대한다. 그들은 ‘시퀘스터’가 오바마 대통령의 “실패한 리더십” 때문이며 백악관이 먼저 그런 강압적인 접근법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지출 삭감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갔다. 공화당이 응답해 일부 세금 인상을 지지할 것인가? 그럴 것 같지 않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은 바로 지난달에 부유세를 관철시키고는 곧바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그러나 세입 측면에서 쉽게 이룰 수 있는 사안이 아직 있다.
한편 일부 공화당 의원은 연방정부 지출이 많다고 불평하는 대신 연방정부 지출의 부족을 불평한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저 위커 상원의원(미시시피주)은 미공병단 지출 삭감을 걱정하고,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메인주)은 포츠머스 해군조선소의 잠재적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며,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은 예산자동삭감을 오래전부터 반대해왔다. 매케인은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아파치 헬기가 생산된다. 예산이 삭감되면 그곳이 바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좀 더 나아가 보자. 티파티 출신 초선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주)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고삐 풀린 지출을 제어하는 진지한 정책이 없다면 정부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다. 먼저 텍사스주에서부터 연방 지출을 삭감해 보자. 텍사스 주예산의 32%가 연방정부 자금으로 충당된다.
게다가 포트 후드는 어떻게 하나? 880㎢로 자유세계에서 가장 큰 육군기지이며 텍사스주에서 단일 고용주로 최대 규모다. 그곳을 폐쇄하고 네바다주로 기지를 옮기자. 그곳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연방정부 투자의 중요성을 굳게 믿으며 그곳 지형 역시 탱크에 더 적합할지 모른다.
오클라호마주는 오바마의 대규모 지출을 너무도 혐오한 나머지 지난 선거에서 모든 카운티가 미트 롬니에게 투표했다. 오클라호마는 연방정부 고용 인력 비율이 미국 평균의 두 배다. 주민은 납부하는 세금 1달러 당 연방정부로부터 1.35달러를 받는다.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거대한 연방항공청(FAA) 센터를 폐쇄하고 거대 정부를 좋아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의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보자.
2년 전 나는 켄터키주에 관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과 랜드 폴 상원의원에게 켄터키주를 선심성 특혜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 원칙이 시퀘스터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선출된 의원이 연방정부의 지출은 원하면서 그에 필요한 세수 조달에는 동의하지 않는 주에서 자동삭감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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