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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연장 짓고, 부진 땐 경영진단도

직접 공연장 짓고, 부진 땐 경영진단도

인큐베이팅·네이밍 스폰서 활동 활발 … 수익 창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



광학 제품 전문 기업과 실내앙상블의 만남? 어딘지 어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카메라와 의료 내시경, 현미경 등 광학 전문 제품을 만드는 일본계 중견기업 올림푸스한국의 이야기다. 실내앙상블이 연습과 공연을 하는 곳은 2010년 사옥을 건축하며 함께 만든 올림푸스홀이다.

올림푸스홀은 관객과의 소통에 집중한 27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신사옥 설립 때 대부분의 비용을 올림푸스홀에 투자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고화진 올림푸스한국 문화사업팀장은 “소리의 울림과 반사, 잔향을 최적화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천장은 높여 연주자의 어쿠스틱한 소리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야금 황병기 명인,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올림푸스홀에서 앨범을 녹음했다”고 전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 ‘올림푸스 앙상블’을 창단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7명의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재능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들은 소외계층을 위해 재능기부를 한다. 고 팀장은 “올림푸스홀 건축 이전부터 젊은 아티스트들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며 “중견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문화사업·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앙상블은 정통 클래식부터 현대음악·팝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루는 독창적인 무대로 평가 받고 있다. 이들의 이런 노력과 활동은 다큐멘터리 영화 ‘앙상블’로 제작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고, 5월에 개봉한다. 7월에는 일본의 도쿄·오사카·나고야 등지에서 대형 무대에 오른다. 기업 브랜드가 자연스레 노출되는 것이다.

올림푸스홀 개관은 중견기업, 특히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드문 경우다. 이 때문에 공연장 건립과 운영 과정을 벤치마킹하려는 중견기업 임직원들이 많이 찾는다. 고 팀장은 “신진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공연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문화 나눔이 이어져 결국 기업 이미지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견기업은 자기 기업에 맞는 콘텐트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 콘서트홀 지어최근엔 네이밍 스폰서(Naming Sponsor, 명칭 후원)가 기업의 공연장 운영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1월 1000석의 중대형 극장으로 거듭났다.

좌석 수만 늘인게 아니라 무대 전환, 음향 성능, 오케스트라 피트 등도 첨단 시설로 바꿨다. 리모델링 비용은 270여억원. 100억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20억원은 예술의전당 자체 경비로 충당했고 나머지 150억원은 CJ그룹의 후원을 받았다.

스폰의 조건으로 CJ는 토월극장 앞에 회사이름 CJ를 달아 ‘CJ토월극장’으로 쓴다. 게다가 1년 중 3개월(비수기)간의 극장 운영권도 확보했다. CJ 측에서 기획한 뮤지컬·연극 등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네이밍 스폰서의 또 다른 진화다.

국내에 네이밍 스폰서 개념이 본격 등장한 건 2008년이다. 국립극장 야외공연장인 하늘극장 리모델링 비용 35억원을 국민은행이 부담하고 대신 ‘KB청소년 하늘극장’으로 간판을 걸었다. 이후 2009년 우리금융지주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을 복합문화공간 ‘우리금융아트홀’으로 바꾸면서 30억원을 댔다. 이후 빠르게 확산돼 새로 건립된 공연장은 대부분 명칭 후원을 받고 있다.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IBK챔버홀 등이다.

특히 2011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블루스퀘어는 1700여 석의 뮤지컬 극장(삼성전자홀)과 1400여 석의 콘서트장(삼성카드홀)의 명칭 사용권(5년)을 내주면서 삼성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연된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삼성으로서는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등 큰 효과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공연장 입장에서는 대규모 후원 자금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약정 기간 동안 자사 이름의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연장 운영을 수익 창출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서울 한남동의 뮤지컬전용극장 블루스퀘어는 지난 2011년 11월 개관한 이래 1년 만에 65만명의 입장객을 이끌며 뮤지컬 제작사는 물론 뮤지컬 매니어 사이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뮤지컬 ‘조로’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수많은 흥행작들이 이 극장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티켓판매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공연에 대한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기업에 속한 공연장답게 실적이 좋지 않으면 경영진단도 받아야한다. 최근 LG아트센터는 LG경제연구원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공연 업계에서는 경영진단 이유로 LG아트센터의 객석 점유율이 하락을 꼽았다. 개관 당시 56%의 객석 점유율로 출발한 LG아트센터는 2005~2008년 80~90%로 오르며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하락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전체 기획 공연의 평균 점유율도 62%로 개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LG아트센터는 최근 새로운 출연진이나 기획이 줄어들면서 정체 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공연장 운영의 방향이나 경쟁력을 제대로 진단받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롯데 공연시장 키워최근 공연장 업계에서는 CJ와 롯데를 주목한다.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CJ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 해 국내서 무대에 오르는 웬만한 중·대형 뮤지컬 중 ‘CJ 투자 마크’를 달지 않은 공연이 별로 없을 정도다. 지난해 시장 규모 중 30%선인 1000억원이 CJ E&M 매출이었다.

공연계 소프트웨어를 장악해온 CJ E&M은 하드웨어인 극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CJ토월극장 후원 이전에도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예술마당과 컬처스페이스 엔유, 영등포 CGV 팝아트홀 등을 운영한다. 이번 CJ토월극장 개관과 맞물려 공연계 큰 손 CJ E&M의 공연장 공략 발걸음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도 주목된다. 롯데가 최근 발표한 클래식 전용홀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초기 설계도에는 없었다.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대규모 상업시설 건립 때 의무조항으로 둔 ‘공공 기여’ 부문을 두고 고심한 롯데는 결국 공연장을 선택했다.

롯데 측은 “서울시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국내 오케스트라와 전략적 관계를 맺어 이들 단체의 전용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며 “국내 클래식 단체들의 1년 시즌 레퍼토리가 이곳에서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롯데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대관뿐 아니라 최근 직접 뮤지컬 제작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연시장 전체를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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