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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계급장 떼고 교류할 수 있어 좋아

페이스북은 계급장 떼고 교류할 수 있어 좋아

LS그룹의 오너 경영인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LS그룹의 사촌 간 경영승계, 다음 후계자, 그룹 창업주인 아버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1955년 서울 출생 경기고·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83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입사, 뉴욕법인 금융과장, 도쿄법인 금융부장 1993년 세일산업 대표 2003년 한성 회장 2012년~예스코 회장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나는 문제 없어’란 1990년대 노래입니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믿고 따라와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심전력을 다해 진정성과 진면목을 보여주면 나를 좋아해 주지 않겠습니까?”

구자철(58) 신임 예스코 회장은 굳이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경영을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했다. “구성원들을 끌고 가기보다 되도록 편하게 대해 나를 따르게 하고 싶습니다. 위기 국면에서는 이런 리더십이 더 필요할 수 있어요. 카리스마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성철 스님 같은 분이 카리스마가 있다고 느끼는 건 사람들이 승복하기 때문이에요.”

예스코는 LS그룹 계열사다. 도시가스·액화천연가스(LNG)등을 공급하는 에너지 기업. LS는 재계 13위의 대기업집단(2011년 자산 규모 기준, 공기업 제외)이다. 50개 계열사를 거느렸고 연간 매출액(29조2000억원) 면에서는 재계 8위 한진그룹을 앞선다. 매출액 기준으로 분가 10년 만에 4배 가량으로 성장했다.

해외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글로벌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로벌 경영의 관건은 현지화입니다. 특히 프랑스·독일·러시아 같은 나라나 오지의 경우 100% 현지화해야합니다. 본국에서 주재원을 파견한다면 길게 근무하게하고 현지인을 쓴다면 본사에 관리를 잘할 사람을 두는 겁니다. 현지법인 책임자로는 현지인을 쓰고요.

저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이돌 가수 키우듯 기업이 해외 오지 지사에 근무할 사람을 고교생 때 스카우트해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인을 양성하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사업이죠. 연예계에서 논란이 된 노예계약 같은 걸 요구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렇게 양성된 인력은 일정 기간 의무 근무를 시켜야겠죠.”

‘구자철 표’ 경영의 키워드는 뭔가요.

“구성원들에게 향상심(向上心)을 발휘하자고 말합니다. 일종의 상향 의지죠. 높은 곳을 바라보고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겁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직적인 방향의 향상심뿐 아니라 수평적 향상심도 필요합니다. 구성원 간 소통 노력, 조직 내 유대관계를 긴밀히하고 조직문화를 가꾸려는 시도 같은 것들이죠.”

구 회장은 오너 경영인이다. 노중석 예스코 대표와 갑장이다. 구 회장이 K1(경기고) 출신이고 노 대표는 K2(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미 시라큐스대 화공학 박사로 LG정유(현 GS칼텍스)를 거쳐 2011년부터 예스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자신이 노 사장보다 생일이 조금 이르다고 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 하나요.

“오너 경영인이 정말 경영인답다면 저는 오너 체제가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러나 오너가 인성이 잘못됐다든지 문제가 있다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훨씬 낫습니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CEO라면 경영에 전심전력하고 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죠. 저는 오너 경영인이지만 전문경영인을 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저의 철학이라기보다 LS그룹의 기본 입장이에요. 청춘을 바쳐 일했고 임원을 거쳐 CEO 자리에 올랐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너의 역할은 전문경영인이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는 거죠. 전문경영인이 상당한 성과를 냈을 땐 충분히 보상을 해주는 한편 책임을 나눠 져야 합니다. 그럴 때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요.

전문경영인은 주주 배당에 신경을 써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반면 오너는 장기적인 목표,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견지할 수 있죠. 말하자면 오너는 깃발을 들고 나아가야 합니다. LS그룹은 전문경영인과 오너가 서로 합의해 시스템적으로 경영을 하게 돼 있습니다.”



상류층 자녀 군에 갔다 와야구 회장은 페이스북에 빠진 SNS 매니어다.

페이스북은 왜 하나요. ‘SNS 경영’을 어떻게 봅니까.

“포지셔닝을 떠나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서 합니다. 마치 군대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처럼 다종다양한 사람들과 소위 계급장을 떼고서 교류할 수 있어 좋아요. 이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접하고, 정치나 문화 현상을 이 사람들이 올리는 글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죠. 때로는 자괴감이 들 만큼 SNS 세상엔 박학다식한 사람이 참 많아요. 경영에 접목시켜 볼 생각은 안 해봤고 SNS 경영이라는 게 잘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 직원들과는 친구관계도 맺지 않고요.”

구 회장은 경기고를 나와 당시 2차였던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재수를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지 않고 언어에 관심이 많으니 외대를 가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랐다. 반면 경기고 2년 선배였던 셋째 형은 재수를 허락받아 서울대에 들어갔다. 그는 방황했다. ‘고교시절 나름대로 착실했는데 내가 왜 이럴까?’ 그는 육군에 입대했고 강원도에 배치 받았다. 동료 가운데 소작농 아들에 시골에서 머슴을 살다 온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그 나이가 되도록 불평을 한 건 사치 중의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2학년 마치고 입대했는데 교련 시간에 제대로 안 들어가 복무 단축 혜택도 못 받았어요. 학점 딴 게 거의 없어 복학 후 1학년부터 다시 다녔죠. 7년 만에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우리나라 상류층 자녀들은 군에 갔다 와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 잘 만나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잘나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는 외아들인 구본권 ㈜LS 과장에게도 현역으로 군에 가라고 권했다. 구 과장은 정보사에서 통역병으로 복무했다. 구 회장은 “아들이 북핵 사건 때 하도 고생을 해소총수가 차라리 낫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분가했다. 이듬해 허씨 계열 회사들이 LG에서 분리됐다. 계열 분리 후 지난 10년간 그룹을 이끈 구자홍 회장(LS미래원)은 올 초 사촌동생인 구자열(60) LS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줬다. 사촌 형제 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이다. 구자홍 회장은 계열분리에 앞서 10년 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자홍 회장은 어떤 분인가요.

“공평하고 자신의 지위를 어떤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분입니다. 존경 받겠다고 인위적으로 무슨 시도를 하는 분이 아니에요. 소탈하고 직언도 잘 수용합니다.”

구자홍 회장은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LS만의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인으로서 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LS 급성장은 그린 비즈니스 덕구자홍 회장이 LS그룹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나요.

“파트너십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 화두가 되기 전 LS그룹엔 이미 그런 풍토가 있었습니다. 협력업체와는 물론 임직원들 간에 파트너십을 형성해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문화를 만들어냈죠. LG에서 분리돼 LS라는 작은 집단에 귀속될 당시 구성원들은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원자재 등 B2B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업종이 거의 없었죠.”

구자홍 회장은 30대 중반 맏아들로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맏아들 증후군. 반도상사(현 LG상사) 홍콩지사장으로 나가 있던 그는 어느 날 꿈을 꿨다. 마리아가 나타나 “지금 하는 고민은 하늘의 뜻”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교회를 찾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해서 기독교 신자가 됐지만 지난해 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천주교로 개종했다. 어머니 제사를 지내기위해서다.

“홍콩을 거쳐 반도상사 싱가포르 지사장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그 옛날의 형님이 아니었습니다. 동생들에게 ‘내가 잘나서 장남으로 태어난 게 아니니 나를 따르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고 아버님께도 ‘동생들과 평등하게 대우해 달라’고 하더군요. 동생 셋이 아버지가 직접 보유한 재산은 나중에 형님에게 드리자고 하고 공증까지 해뒀습니다.”

LS그룹이 급성장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전선, 해저 케이블, 광통신 등 그린 비즈니스에 포커스를 맞춘 점입니다. 전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거란 공감대가 있었죠. 전력 낭비를 줄이면 화력발전소의 기름을 절약하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요행히 타이밍이 잘 맞았습니다. 매출·이익 실적도 좋았고 자산가치도 많이 올랐죠.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비즈니스 기회가 자꾸 생겼어요.”

앞으로도 사촌 간에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건가요.

“아버지 형제 세 분이 정한 룰입니다. 아버지 형제들 간의 약속이고 우리 사촌형제들 간의 약속이기도 하죠. 한 달에 한 번 사촌형제 8명끼리 하는 간담회가 있어요. 저희 집안은 장자가 최우선입니다. 장남은 나이와 관계없이 큰집의 차남보다 (승계)서열이 빠르죠. 구자열 회장은 원래 그룹 회장을 맡기로 돼 있었고, 이변이 없는 한 다음에도 사촌 간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러기를 바라고요. 약속대로 승계가 될 때 사촌들 간의 화합도 더 잘 이루어지겠죠.”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49) LS전선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이 넘어갈 거라는 암시다. 구 회장은 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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