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멘’ 넘을 프리미엄 경쟁 보글보글
일본 ‘라멘’ 넘을 프리미엄 경쟁 보글보글
한국 라면 시장 2조원, 1인당 소비량 세계 1위 … 고급 라면 전체 시장의 10%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민 1인당 소비량은 다르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2개로 세계 1위다. 1963년 국내에 국산 라면이 첫 시판된 후 시장 규모도 커졌다. 올해 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웰빙 바람에다 1인 가구 증가로 라면 종류도 다양해졌다. 2000원짜리 프리미엄 라면도 등장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라면이 인기다. 입맛과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꾸준히 크는 라면 시장을 살펴봤다.
라면뷔페인 ‘누들앤’이다.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누들앤은 6900원만 내면 50여 가지의 라면을 먹고 싶은 대로 골라 직접 끊여 먹을 수 있다. 라면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야채와 새우·게·오징어 등 해산물도 있다. 여기에 양상추·감자 샐러드·과일 등 샐러드 바도 무제한이다.
김씨는 “분식집에 가도 라면 한 그릇에 3000~4000원인데 일반 뷔페처럼 내가 원하는 만큼 먹고 다양한 맛의 라면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누들앤 박주하 본부장은 “이제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 요리로 변했다”며 “평일에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자주 찾지만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평균 면발 지름 2mm, 중량 110g 남짓한 라면은 싼 값에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간이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다양한 재료로 풍성한 맛과 영양을 담은 든든한 주식 역할도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라면이 등장했고, 김치찌개·부대찌개 등에 라면을 접목한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일반 라면보다 두세 배 비싸지만 염분을 줄이고 영양분을 더한 프리미엄 제품도 인기다. 농심의 블‘ 랙 신라면’, 삼양식품의 호‘ 면당’이 대표적이다.
라면 전문점도 성업 중이다. 틈새라면은 130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고춧가루·계란·떡이 들어있는 ‘빨계떡’이다. 청양고추와 마늘을 듬뿍 넣은 양념으로 만드는 라면 전문점 맛좀볼래의 ‘최루탄 라면’도 유명하다. 눈물이 날만큼 맵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이 라면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맛좀볼래의 김병삼 사장은 “최루탄 라면 이외에도 10여 가지의 퓨전 라면이 있다”며 “해물 라면은 깊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매일 아침 소래포구에서 구입한 바지락·굴·생태를 직영점과 체인점으로 직송한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800억원이었다.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 시장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 7%씩 성장했다. 라면 업계에 따르면 현재 200여 개의 봉지라면과 90여 종류의 컵라면이 팔린다.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은 20여 가지다. 종류가 많은 만큼 소비량도 많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연간 약 36억 개의 라면을 먹는다.
국민 1인당 평균 72개다.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다. 한국음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먹는 습관이 간편한 라면을 좋아하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간편한 조리 외에도 면을 튀긴 기름기 있는 국물 맛이 한국인의 기호와 맞아 떨어졌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하나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라면 시장규모 30년 동안 18배로라면은 한자 ‘납면(拉麵)’에서 유래했다. 1870년대 일본의 개항과 함께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밀려든 중국인들이 노점에서 팔던 국수가 라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1872년 일본 요코하마와 삿포로 등지로 전파된 납면은 닭뼈·돼지뼈·멸치·가다랑어를 우려낸 국물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라멘’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1호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출시된 삼양식품의 삼‘ 양라면’이다. 당시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일본 라면 업계 선두주자인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한 봉지(100g) 가격은 10원. 커피와 홍차 가격이 35원이던 때다.
이후 19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의 ‘롯데라면’, 신한제분의 ‘닭라면’, 동방유량의 ‘해표라면’ 등이 나왔다. 당시 7~8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1960년대 말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만이 생존했다. 당시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83.3%, 농심은 16.7%였다.
국내 라면 시장은 1980년대 들어 오뚜기·한국야쿠르트·빙그레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1989년 삼양식품이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했다는 ‘우지파동’으로 타격을 입은 사이 농심이 신‘ 라면’을 앞세워 삼양식품을 앞질렀다. 1980년대 1100억원대 규모던 라면 시장은 30년 만에 18배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라면 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1965년 10원이었던 삼양라면은 올 2월 말 현재 760원으로 올랐다. 50년간 76배로 오른 것이다. 1986년 200원에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은 현재 780원으로 4배 가까이로 올랐다. 라면은 다른 식료품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은 낮은 편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장면 가격은 1965년 35원에서 4390원으로 124.4배로, 다방 커피값은 같은 기간 30원에서 3364원으로 112.1배로 상승했다.
한국물가정보 김명수 생활물가팀장은 “라면은 국민 식생활과 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폭 인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이 평균 8.5%가 인상되더라도 라면은 6.4%, 식빵은 28%, 자장면은 23.3%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국제전략팀 황재원 상무는 “라면은 서민생활 밀접 품목인 만큼 값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40년 동안 식료품 중에 가장 오르지 않은 종목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값 부담이 늘어나는데 최근에는 정부가 특별물가관리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가격인상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식료품 중 가장 덜 오른 품목라면의 형태는 변화를 거듭했다. 봉지라면을 시작으로 컵라면·생면(밀가루로 면을 반죽한 뒤 바로 잘라 냉장 유통) 등이 선보였다. 컵라면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대중화됐다. ‘끓이지 않고 3분이면 OK!’라는 당시 광고문구는 컵라면의 장점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PC방이 대거 등장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삼양식품 최남석 홍보실장은 “PC방에서 젊은이들이 편하게 컵라면을 찾으면서 시장이 확대됐다”며 “이때를 기점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춰 컵라면의 종류도 자장면·비빔면·짬뽕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편의점 수가 2만여 개를 넘어서고 1인 가구가 10년 새 2배로 증가한 것도 큰 요인이다.
현재 컵라면 시장은 6300억원으로 전체 라면 시장에서 32%를 차지한다. 2000년대 중반 급격히 퍼진 웰빙문화도 라면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칼로리가 적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라면과 쌀국수 등이 출시됐다.
이런 다양한 맛으로 무장한 한국 라면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억 달러를 넘었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인 농심의 해외 사업 전체 매출(수출과 해외 법인 판매량 포함)은 2011년 말 현재 4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5% 늘었다.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2275만 달러로 31% 증가했다.
농심 황재원 상무는 “신라면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 등 80여 나라에 수출한다”며 “특히 올해부터 유럽의 대표 유통업체인 모리슨·테스코·아즈다 등에 납품하는 만큼 유럽 시장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 업체들은 앞다퉈 해외 생산·판매 체제를 갖췄다. 일찌감치 러시아에 진출한 팔도 ‘도시락’은 2008년 이후 러시아 물량을 전량 현지 공장에서 공급한다. 농심도 미국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어 신‘ (辛)’ 브랜드 라면을 생산한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최근 라면 판매 증가세는 주춤하다. 업계에서 “라면 소비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인 인구가 늘고 라면을 먹는 젊은층이 줄어서다. 라면을 대체하는 패스트푸드 시장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라면 업계는 제품 리뉴얼이나 프리미엄 제품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프리미엄 제품은 포화 상태인 중저가 시장에서 벗어나 전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남석 실장은 “이윤 폭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고급화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라면은 대부분 1000원 안팎이지만 일본은 프리미엄 라면이 보편화됐다. 이츠키 사의 키츠네 컵우동은 3000원대, 마루타이 사의 구마모토 마유 돈코츠 라멘(2인분)은 5000원이 넘는다. 최남석 실장은 “일본은 라면이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만큼 (가격에)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사 먹는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업체들이 프리미엄 라면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말 재출시 된 ‘신라면 블랙’은 2월 말 현재 290억원 어치가 팔렸다. 농심 장재구 차장은 “판매가 재개된 ‘신라면 블랙’은 기존 제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을 140㎎ 줄이고 240℃ 가마솥 고온공법으로 사골 맛을 보강해 얼큰한 맛을 살렸다”고 말했다.
풀무원식품도 지난해부터 라면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칼로리를 일반 라면에 비해 100kcal 이상 낮추고 포화지방은 0%다. 삼양식품은 2010년 인수한 프리미엄 누들 레스토랑인 호면당의 인기 메뉴를 제품화한 ‘호해면’ 등 5종을 판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시장 초기인 만큼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농심이 2011년 4월 신‘ 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가격 역풍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KDB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원은 “라면 가격에 대한 저항선(1000원)이 무너졌지만 라면 업체들은 아직 뚜렷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만큼 앞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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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뷔페인 ‘누들앤’이다.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누들앤은 6900원만 내면 50여 가지의 라면을 먹고 싶은 대로 골라 직접 끊여 먹을 수 있다. 라면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야채와 새우·게·오징어 등 해산물도 있다. 여기에 양상추·감자 샐러드·과일 등 샐러드 바도 무제한이다.
김씨는 “분식집에 가도 라면 한 그릇에 3000~4000원인데 일반 뷔페처럼 내가 원하는 만큼 먹고 다양한 맛의 라면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누들앤 박주하 본부장은 “이제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 요리로 변했다”며 “평일에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자주 찾지만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평균 면발 지름 2mm, 중량 110g 남짓한 라면은 싼 값에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간이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다양한 재료로 풍성한 맛과 영양을 담은 든든한 주식 역할도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라면이 등장했고, 김치찌개·부대찌개 등에 라면을 접목한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일반 라면보다 두세 배 비싸지만 염분을 줄이고 영양분을 더한 프리미엄 제품도 인기다. 농심의 블‘ 랙 신라면’, 삼양식품의 호‘ 면당’이 대표적이다.
라면 전문점도 성업 중이다. 틈새라면은 130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고춧가루·계란·떡이 들어있는 ‘빨계떡’이다. 청양고추와 마늘을 듬뿍 넣은 양념으로 만드는 라면 전문점 맛좀볼래의 ‘최루탄 라면’도 유명하다. 눈물이 날만큼 맵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이 라면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맛좀볼래의 김병삼 사장은 “최루탄 라면 이외에도 10여 가지의 퓨전 라면이 있다”며 “해물 라면은 깊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매일 아침 소래포구에서 구입한 바지락·굴·생태를 직영점과 체인점으로 직송한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800억원이었다.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 시장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 7%씩 성장했다. 라면 업계에 따르면 현재 200여 개의 봉지라면과 90여 종류의 컵라면이 팔린다.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은 20여 가지다. 종류가 많은 만큼 소비량도 많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연간 약 36억 개의 라면을 먹는다.
국민 1인당 평균 72개다.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다. 한국음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먹는 습관이 간편한 라면을 좋아하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간편한 조리 외에도 면을 튀긴 기름기 있는 국물 맛이 한국인의 기호와 맞아 떨어졌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하나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라면 시장규모 30년 동안 18배로라면은 한자 ‘납면(拉麵)’에서 유래했다. 1870년대 일본의 개항과 함께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밀려든 중국인들이 노점에서 팔던 국수가 라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1872년 일본 요코하마와 삿포로 등지로 전파된 납면은 닭뼈·돼지뼈·멸치·가다랑어를 우려낸 국물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라멘’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1호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출시된 삼양식품의 삼‘ 양라면’이다. 당시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일본 라면 업계 선두주자인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한 봉지(100g) 가격은 10원. 커피와 홍차 가격이 35원이던 때다.
이후 19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의 ‘롯데라면’, 신한제분의 ‘닭라면’, 동방유량의 ‘해표라면’ 등이 나왔다. 당시 7~8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1960년대 말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만이 생존했다. 당시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83.3%, 농심은 16.7%였다.
국내 라면 시장은 1980년대 들어 오뚜기·한국야쿠르트·빙그레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1989년 삼양식품이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했다는 ‘우지파동’으로 타격을 입은 사이 농심이 신‘ 라면’을 앞세워 삼양식품을 앞질렀다. 1980년대 1100억원대 규모던 라면 시장은 30년 만에 18배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라면 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1965년 10원이었던 삼양라면은 올 2월 말 현재 760원으로 올랐다. 50년간 76배로 오른 것이다. 1986년 200원에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은 현재 780원으로 4배 가까이로 올랐다. 라면은 다른 식료품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은 낮은 편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장면 가격은 1965년 35원에서 4390원으로 124.4배로, 다방 커피값은 같은 기간 30원에서 3364원으로 112.1배로 상승했다.
한국물가정보 김명수 생활물가팀장은 “라면은 국민 식생활과 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폭 인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이 평균 8.5%가 인상되더라도 라면은 6.4%, 식빵은 28%, 자장면은 23.3%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국제전략팀 황재원 상무는 “라면은 서민생활 밀접 품목인 만큼 값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40년 동안 식료품 중에 가장 오르지 않은 종목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값 부담이 늘어나는데 최근에는 정부가 특별물가관리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가격인상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식료품 중 가장 덜 오른 품목라면의 형태는 변화를 거듭했다. 봉지라면을 시작으로 컵라면·생면(밀가루로 면을 반죽한 뒤 바로 잘라 냉장 유통) 등이 선보였다. 컵라면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대중화됐다. ‘끓이지 않고 3분이면 OK!’라는 당시 광고문구는 컵라면의 장점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PC방이 대거 등장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삼양식품 최남석 홍보실장은 “PC방에서 젊은이들이 편하게 컵라면을 찾으면서 시장이 확대됐다”며 “이때를 기점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춰 컵라면의 종류도 자장면·비빔면·짬뽕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편의점 수가 2만여 개를 넘어서고 1인 가구가 10년 새 2배로 증가한 것도 큰 요인이다.
현재 컵라면 시장은 6300억원으로 전체 라면 시장에서 32%를 차지한다. 2000년대 중반 급격히 퍼진 웰빙문화도 라면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칼로리가 적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라면과 쌀국수 등이 출시됐다.
이런 다양한 맛으로 무장한 한국 라면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억 달러를 넘었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인 농심의 해외 사업 전체 매출(수출과 해외 법인 판매량 포함)은 2011년 말 현재 4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5% 늘었다.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2275만 달러로 31% 증가했다.
농심 황재원 상무는 “신라면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 등 80여 나라에 수출한다”며 “특히 올해부터 유럽의 대표 유통업체인 모리슨·테스코·아즈다 등에 납품하는 만큼 유럽 시장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 업체들은 앞다퉈 해외 생산·판매 체제를 갖췄다. 일찌감치 러시아에 진출한 팔도 ‘도시락’은 2008년 이후 러시아 물량을 전량 현지 공장에서 공급한다. 농심도 미국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어 신‘ (辛)’ 브랜드 라면을 생산한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최근 라면 판매 증가세는 주춤하다. 업계에서 “라면 소비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인 인구가 늘고 라면을 먹는 젊은층이 줄어서다. 라면을 대체하는 패스트푸드 시장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라면 업계는 제품 리뉴얼이나 프리미엄 제품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프리미엄 제품은 포화 상태인 중저가 시장에서 벗어나 전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남석 실장은 “이윤 폭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고급화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라면은 대부분 1000원 안팎이지만 일본은 프리미엄 라면이 보편화됐다. 이츠키 사의 키츠네 컵우동은 3000원대, 마루타이 사의 구마모토 마유 돈코츠 라멘(2인분)은 5000원이 넘는다. 최남석 실장은 “일본은 라면이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만큼 (가격에)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사 먹는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업체들이 프리미엄 라면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말 재출시 된 ‘신라면 블랙’은 2월 말 현재 290억원 어치가 팔렸다. 농심 장재구 차장은 “판매가 재개된 ‘신라면 블랙’은 기존 제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을 140㎎ 줄이고 240℃ 가마솥 고온공법으로 사골 맛을 보강해 얼큰한 맛을 살렸다”고 말했다.
풀무원식품도 지난해부터 라면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칼로리를 일반 라면에 비해 100kcal 이상 낮추고 포화지방은 0%다. 삼양식품은 2010년 인수한 프리미엄 누들 레스토랑인 호면당의 인기 메뉴를 제품화한 ‘호해면’ 등 5종을 판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시장 초기인 만큼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농심이 2011년 4월 신‘ 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가격 역풍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KDB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원은 “라면 가격에 대한 저항선(1000원)이 무너졌지만 라면 업체들은 아직 뚜렷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만큼 앞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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