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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 클래식 틀어놓은 매장서 와인 잘 팔리는 거 아세요?

STRATEGY - 클래식 틀어놓은 매장서 와인 잘 팔리는 거 아세요?

고흐·모네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등장시킨 LG전자의 CF, 앵그르의 ‘샘’을 활용한 샤넬 광고 등 예술작품을 브랜드에 접목하는 ‘아트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아트마케팅이란 유명한 예술가나 작품을 활용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일종의 감성마케팅 전략이다.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예술 전이효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스스로를 ‘예술심리학자’라고 소개한 신병철 스핑클 그룹 총괄대표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유를 ‘예술 전이효과’(art infusion)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예술작품을 주변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생깁니다. ‘명작’으로 상품을 포장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품격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구매 의향도 높아진다는 거죠.”

예술전이효과라는 말은 2008년 헨릭 해그베트(Henrik Hagtvedt) 미국 조지아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세계 3대 마케팅 저널의 하나인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게재한 논문 제목에서 유래했다.

달리의 그림을 활용해 낮은 연비를 강조한 폴크스바겐 광고.


구매욕구 자극하는 ‘명작’ 분위기이들은 동일한 은식기 세트 두 개를 준비해 한 상자는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이 들어간 종이로 포장하고, 다른 상자는 고흐 작품과 비슷한 느낌의 사진이 들어간 종이로 포장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하니 고흐 그림이 들어간 제품이 더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고흐 그림이 들어간 쪽이 더 높았다.

“브랜드나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데 예술작품을 활용하면 작품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호의적인 감정이 제품에 고스란히 전이됩니다. 물론 제품 특징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신 대표는 지난해 7월까지 ‘마케팅 사관학교’ 라는 CJ그룹 마케팅 부사장을 지냈다. 2007년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브랜드 시너지 효과’라는 논문을 게재했고 세계 인명사전(Who's who in the world)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마케팅 전문가다.

삼성·LG·SK·GS 등에서 200회 이상 강연했다. 『통찰모형 스핑클』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CJ그룹을 나온 후 마케팅컨설팅 전문회사인 스핑클 그룹을 설립해 한국 진출을 앞둔 다국적 가구기업을 포함한 여러 곳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예술’의 효과는 미술작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찰스 아레니(Charles Areni)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3개월에 걸쳐 주말마다 한 와인 매장에는 클래식 음악을, 다른 와인 매장에는 팝송을 틀어주는 실험을 했다. 두 매장의 음악 볼륨은 동일하게 유지했고 점원으로 가장한 실험 진행자들이 비교 대상이 될 손님들의 연령이나 성별을 비슷하게 맞추도록 했다. 그런 다음 배경 음악이 와인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음악 장르가 와인 선반 앞에 머무는 시간이나 구입 개수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구입하는 와인의 개당 가격은 달랐다. 클래식이 연주된 매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팝송이 흘러나오는 매장에 들어간 사람들보다 3배 이상 비싼 와인을 구매했다. “클래식이 소비자가 자신을 좀더 고상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비싼 와인을 구입해야 품격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겁니다. 음악이 소비자의 자아인식에 영향을 미쳐 구체적인 구매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죠.”

예술전이효과는 분위기에 따른 자극효과(mood arousal)에 기반을 둔 것이라 개인 취향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반드시 클래식 음악 같은 고급 예술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품격 있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라면 클래식이 효과적이겠지만 제품의 다이나믹한 속성을 강조하겠다면 강한 비트의 록이 낫겠죠.”

신 대표는 CJ그룹 시절 마케팅 외에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의중을 각 계열사로 전달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다. 그는 사내 팝 밴드 활동을 통해 음악의 힘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제 방이 회사 15층에 있었는데 바로 아래층에 회장이 계셨어요. 발걸음도 조심스러웠죠. 그분의 뜻을 잘 받드는 게 제 역할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으며 알게 됐습니다.”

검진 결과 간질환과 심혈관계 이상부터 자율신경계 교란까지 여러 건강 적신호가 감지됐다. 고심 끝에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내린 처방이 연주활동이었다. “CJ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다시다 밴드’에 지원했는데 멤버들 중에서 제일 높은 직급이 부장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부사장도 아닌 회장실 부사장이 참여하겠다고 하니 화제가 됐지요.”

급기야 초보 드러머인 그를 위해 새롭게 ‘헛개수 밴드’라는 5인조 그룹이 결성됐다. 비틀즈와 윤도현 밴드를 비롯한 스탠다드 팝과 재즈 등이 주 레퍼토리였다. 박자를 맞추는데 드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연습 도중 제풀에 빨라지고 느려지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아예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지 않고 메트로놈(박자 측정기)에 집중해서 연주했다. 좋은 연주가 나올 리 없었다. 당시 과장이던 그룹의 리더는 그에게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멤버들의 눈을 보고 그 안에서 박자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지시대로 연습하니까 우리가 느끼기에는 제법 괜찮은 음악이 나왔습니다. (음악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함께 힘을 합쳐 뭔가 이뤄낼 때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너도 나도 스포츠 마케팅, 신중해야신 대표는 “장르를 떠나 예술전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용되는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작품의 경우 탁월한 표현력을 가졌거나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품이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된 작품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이 낮은 연비’(Absurdly Low Consumption)라는 메시지를 살바도르 달리(SalvadorDali)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독특하고 기괴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폴크스바겐을 예로 들었다. “터무니없다는 폴크스바겐의 캐치프레이즈와 이들의 그림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신 대표는 CJ엔투스 프로게임단장을 역임하며 프로골퍼 최경주의 이름을 건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 추진을 주도했다. 그는 최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등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는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CJ그룹의 경우 스포츠마케팅에 연 120억원을 쓰는데 70%도 못 건집니다. 이미지 제고나 고객과 관계 형성을 위한 투자인 셈이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스포츠마케팅 만한 것도 없지만 비용을 대부분 계열사가 나눠 부담하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죠. 결국 오너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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