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국판 몬드라곤·썬키스트 꿈꾼다

한국판 몬드라곤·썬키스트 꿈꾼다

농민·점포·주민 ‘협동’ 깃발 아래 모여 십시일반 정신으로 새 공생 모델 만들어



40년 전 캐나다의 젊은이 여섯 명이 눈보라가 치는 산허리에 텐트를 쳤다. 이윽고 토론이 시작됐다. 그들은 험난한 캐나다의 산을 탐험하기엔 산악장비에 문제가 많고 지나치게 비싸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 그렇게 탄생한 것이 MEC(Mountain Equipment Co-op : 산악장비협동조합)다. 대학 산악부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MEC는 직원 1500명, 조합원 330만명의 대형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연 매출은 3000억원이 넘는다. 캐나다 전역에 15개 매장이 있고, 13개국에 71개의 공장을 세웠다.

MEC의 성공 비결은 뭘까. 협동조합 천국으로 불리는 캐나다 퀘백주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한 요인일뿐이다. MEC는 질 좋은 등산장비를 값싸게 공급했다. 조합원에겐 최소한의 이윤만 붙여 팔았다. 비조합원이 MEC 물품을 구입하려면 조합에 가입하도록 했다. 가입 출자금은 40년째 5달러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겨냥하지 않았다. 그들(조합원)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었다. 조합원의 니즈를 충족한 것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장비 무게를 줄이거나 신체와 밀착하는 외투를 개발했다. 사회적 투자도 많이 한다. 총 매출액의 0.5%는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지역 사회 봉사는 물론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해외에는 MEC처럼 대기업 부럽지 않은 협동조합이 많다.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라보은행, 금융·유통·교육·공업 분야에 240여개 자회사를 둔 스페인 몬드라곤, 오렌지의 대명사 썬키스트, 세계적인 통신사 AP,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스위스 미그로가 모두 협동조합이다. 한국에도 이런 협동조합이 탄생할까. 협동이라는 깃발 아래 뭉친 새내기 협동조합을 취재했다.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왜 손을 맞잡았을까.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 태양전기 팔아 조합원에 이익 배당“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닫는 계기가 됐죠. 사실 전기는 만드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햇빛발전소의 진짜 목적은 시민이 직접 힘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자원의 소중함을 느끼고 절약하는 습관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형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인천햇빛발전) 이사장은 조합 설립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햇빛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경기 시흥에서는 운영에 들어갔고, 준비 중인 지자체도 10곳이 넘는다. 인천햇빛발전 역시 그 중 하나다.

인천의제21·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돼 1년 간 준비 작업을 거쳐 올해 1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현재 450여명의 조합원과 1억원 가량의 출자금을 모았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취지에 공감해 조합원이 됐다. 현재 송도 LNG 기지 인근 스포츠공원 옥상을 후보지로 골라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6월쯤이면 첫 번째 햇빛발전소를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햇빛발전소를 짓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파는 것이다. 수익금은 조합 운영비와 적립에 쓰고, 잉여금은 조합원에 배당한다. 적립금은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장학금 지원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인천햇빛 발전이 계획 중인 햇빛발전소는 200㎾급이다.

6월부터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5880만원 가량의 수익을 낼 전망이다. 심 이사장은 “배당 시기와 규모는 총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 평균 4.5%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발전소 개수와 용량을 늘리면 수익률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햇빛발전은 2015년까지 발전용량을 2㎿까지 늘릴 계획이다.

환경친화적인 사업 아이템에 수익까지 낼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갖는 시민이 점차 늘었다. 인천시 역시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인천햇빛발전이 성공적인 협동조합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비싼 임대료가 걱정이다. 햇빛발전소는 대부분 도심 속 공공기관이나 학교의 옥상에 짓는다. 공공기관이 싸게 임대해줘도 될 법하지만 현행법이 발목을 잡는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지를 임대할 때 부지 평가액의 5%를 임대료로 내야 한다. 당연히 도심에 있을수록, 땅값이 비쌀수록 임대료가 오른다. 인천햇빛발전이 수많은 도심 건물을 두고 외곽인 송도에 후보지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햇빛발전소 건설이 활발한 서울에서는 임대료를 내고 나면 도무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시가 최근 조례를 개정해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면 임대료율을 1%로 낮추도록 했지만 워낙 땅값이 비싸니 1%라도 햇빛발전 사업자에게는 부담이 크다. 심 이사장은 “부지나 건물 가격이 아닌 발전시설 용량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심 이사장은 “200㎾급 햇빛발전소를 지으려면 6억원 가량 드는데 계통접속비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계통접속이란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기존 상업용 송전선과 연결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기존 계통선로에 송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신주나 변압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심이사장은 “임대료나 설치비 부담을 줄이면 햇빛발전은 시민의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받을 수 있다”며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완주한우협동조합 - 직판장 세워 농가·소비자 윈윈3월 21일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전통시장에 모인 100여명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대부분 완주한우협동조합 조합원인 이들은 조합이 만든 한우판매장 착공식을 자축하기 위해 모였다.

조영호 완주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은 “한우판매장이 완공되면 생산 농가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된다”며 “그간 유통 과정에서 40% 넘게 값이 뛰는 걸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렇게 힘을 합해 첫 삽을 뜨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조합이 만드는 한우판매장은 792㎡(240평) 규모다. 올해 9월에 문을 연다. 이 판매장에서 한우를 현재 시세보다 20~3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한우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회복하고, 한우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지난해 12월 3일 설립됐다. 완주군 3개면(고산·비봉·화산면) 한우 생산 농가들이 주축이 돼 현재까지 조합원 99명이 모였다. 출자총액은 6억원에 달한다. 전북도 내 최대 규모다.

조합 측은 출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애초 목표 금액(5억원)을 훌쩍 넘겼다. 조영호 이사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사료 값 폭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한우 농가들이 감당하기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1차 출자자 설명회만으로 4억5000만원이 모였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협동조합을 순조롭게 설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조합의 주요 사업은 한우 정육점과 식당을 여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직접 유통할 수 있는 판매장이 생기면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좋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를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올해 정육점과 식당 매출 목표를 각각 월 2억원, 5000만원으로 잡았다. 매월 27두 도축이 목표다. 매년 10두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출자액 규모에 따라 1년에 최소 한 마리 이상 출하할 수 있다. 이때 책정되는 가격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판장인 충북 음성 축산물 공판장 기준가를 적용한다. 조 이사장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경매가가 낮게 형성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금요일 사이 평균 시세를 적용해 기준 가격을 결정한다”며 “좋은 한우를 생산하는 농가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에서는 한우 농가들에게 출하 등급에 따라 1++등급 40만원, 1+등급 30만원, 1등급 2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침이다. 고기와 함께 판매하는 상추·마늘 같은 채소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해 채소 농가의 수익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료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금도 한우협회 완주군지부와 사료회사가 계약해 사료 1포(25kg)당 1000원 정도 저렴하게 쓴다. 이렇게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만으로도 월 8000만원의 이득을 보고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협동조합에서 사료사업을 직접 한다면 현재 농협에 주는 수수료를 낮출 수 있어 더욱 저렴하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료사업은 출자금이 최소 20억원 이상은 모여야 가능한데 이런 사업을 통해 우리 농가들의 사료가격이 내려간다면 다른 지역의 농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호 이사장은 “유통·판매 등은 전적으로 조합이 담당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유지하면서 질 좋은 한우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설립 목적”이라며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우리 축산농가가 살 길은 힘을 모으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발전협동조합 - 36개 中企 모여 세이셸·캄보디아 진출한국경제발전협동조합(KEDCO) 영문 이름에는 ‘코리아(Korea)’가 들어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영 이사장은 “해외에 사업 계획을 설명하러 갔는데 국가명이 포함돼서인지 관계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하더라”고 했다.

애초 구상한 이름은 금천경제발전협동조합이다. 이왕이면 나라를 대표하면서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바꿨다. 담당 공무원들도 처음엔 “이름이 너무 거창한 것 같다”며 부담스러워 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일만 크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눈치였다. 다행히 인가가 났다. KEDCO는 중소기업이 모여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해외 시장을 함께 개척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26일 설립됐다.

올해 3월 현재 36개 기업이 모였다. “작은 기업들은 경쟁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협동조합법 개정을 계기로 힘을 합치려는 거죠.” 올해 2월에야 서울시에서 설립 인가가 났는데 이때 조합원들은 아프리카에 위치한 세이셸공화국에 경제협력단을 이미 파견한 후였다. 의욕은 충만한데 인가는 나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는 설립부터 인가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체감 속도는 더뎠다”며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지만 분위기는 좋다. 김 이사장과 조합 임원들은 2월 21~27일 8일간 현지에서 세이셸 산업부 장관을 만나 사업을 제안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해수 제빙기와 음식물 처리기, 태양광 가로등 등 현지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 호평을 받았다. 현지 시장 조사 단계에서 각 가정의 폐수가 방류돼 해변이 붉게 물든 것을 보고 맞춤형 제품을 소개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을 대표해 온 협동조합이 우수한 기술력을 소개했다는 내용의 현지 언론 보도도 있었다.

3월 말엔 세이셸 정부와 현지 사무소 설립과 제품 시현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 왜 낯선 세이셸일까. “세이셸은 인구 9만의 작은 섬으로 시장이 작아 대기업에게 투자 가치가 작지만 중소기업에는 남들이 잘 안 와서 좋은 틈새시장입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선진국 부호가 많이 찾는 곳이라 단계적으로 조합원 제품을 알리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유리합니다.”

현재 보안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김 이사장은 올해 KEDCO를 더 큰 협동조합으로 꾸릴 계획이다. 전반기까지 100개 기업이 함께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 금천구청과 공동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이셸 외에도 아시아에서는 캄보디아와 환경·에너지 분야 비즈니스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지 기관과 제휴해 중고차 수출과 정비 시장 진출에도 힘쓸 예정이다.

침체한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의 활로를 뚫기 위해서다. KEDCO 자문위원으로는 평소 한국 경제와 중소기업 발전에 관심이 많던 폴 신(Paull Shin) 미국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이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 조합의 사업 아이템엔 제한이 없다”며 “조합 안에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정보를 얻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의료생활협동조합 - 믿고 갈 병원 조합원이 직접 운영경기도 성남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성남의료생협) 조합원인 조정근씨는 2년 전부터 ‘우리한의원’에서 어깨와 발목 치료를 받았다. 그가 이 한의원을 다니는 이유는 과잉 진료가 없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중국산 약재를 비싼 값에 사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의사와 여유롭게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다. 그는 “병원은 왠지 어색하게 마련인데, 내가 조합원인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오면 집처럼 편안하고 친근하다”고 말했다.

조정근씨가 다니는 성남시 수정구의 우리한의원은 2010년 성남의료생협에서 세운 병원이다. 270여㎡ 규모에 물리치료실과 침 시술용 침대 10개, 상담실, 조합원 모임 공간 등을 갖춘 이곳에서는 한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환자를 맞는다. 진료과목은 한방 내과와 부인과, 사상체질과, 한방이비인후과 등 일반 한의원과 비슷하다.

협동조합에서 세운 병원이지만 비조합원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환자 중 비조합원의 비율은 40% 정도다. 대신 조합원은 약재비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건강 정보를 얻고 의사와 오랜 시간 건강 상담을 한다. 장지화 성남의료생협 상무는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주치의 같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조합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우리한의원의 모태인 성남의료생협은 2008년 시작했다. 지역주민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나간다는 취지로 당시 344명의 발기인이 출자금을 모아 설립했다. 현재 조합원은 1872명이다. 1계좌에 1만원 이상인 출자금도 2억2000만원을 넘었다. 애초 치과를 세우려고 했지만 조합원 수요와 설립 비용을 고려해 한의원을 열었다.

병원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재정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좋은 뜻을 모아 일을 시작했지만 규모를 너무 크게 벌린 게 화근이었다. 조합원들의 활동이 규칙적이지 못해 불필요한 고정 비용이 많았다. 고품질 약재를 고집한 것도 수익에는 걸림돌이었다. 장지화 상무는 “모두가 주인이지만 아무도 주인이 아닌 구조 때문에 재정 문제에 누군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재비용은 유지하되, 조합원들이 양보하는 수준에서 다른 고정 비용을 줄여가며 경영 문제를 개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의료생협은 현재 우리한의원 운영 운영 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질병 예방·조기 발견·보건 교육 등의 활동도 한다. 건강정보 전달도 의료협동조합의 역할이다. 장 상무는 “의료생협은 병원 운영과 수익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익활동을 이어갈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최근 우후죽순 등장한 수익형의료생협과의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조합원이 부담할 출자금이 5만원 이상으로 증가하고 부채비율을 제한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지만 비영리 법인으로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강릉블루베리유통협동조합 - 강릉 이름 걸고 블루베리 전국에 유통월 19일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 3305㎡(옛 1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여섯 명의 농민이 블루베리 나무가지치기를 했다. 강릉블루베리유통협동조합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3개월 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블루베리 유통을 전국으로 확대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비닐하우스 블루베리는 6~7월, 노지에서 자라는 블루베리는 7~9월에 생과를 딴다. 강릉에는 현재 50여 가구가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판매가 쉽지 않다. 전화와 인터넷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게 전부다. 최지활 조합 이사장은 “유통망을 넓히고 싶어도 혼자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힘을 합쳐 강릉 블루베리를 전국에 팔자는 취지로 설립했다”고 말했다.

블루베리 나무 한 그루에는 보통 3~5kg의 열매가 열린다. 국내 블루베리 소매가격은 1kg당 평균 3만원이다. 칠레에서 수입한 블루베리는 1kg당 3만5000원에 거래된다. 최 이사장은 “칠레산 블루베리는 크기가 일정치 않고 냉동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무른다”며 “국내산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해외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가격만 더 높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기대는 크다. 강릉에는 올해 열매가 가장 맛있게 열린다는 성목(6년짜리 나무)이 되는 블루베리 나무가 대부분이다. 조합은 유통과 판매를 직접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계획이다. 3월 말에는 블루베리 유통산업단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다. 최 이사장은 “40여 개의 프랜차이즈 야채점이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 등과 같은 야채·과일 소매상이 농장을 둘러보고 갔다”며 “수확철이 되면 본격 납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거래로 대량 유통돼 농가의 소득이 향상되고 투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열매 크기와 당도 등을 분류해 팔 수 있는 설비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먼저 서울 중심으로 공급하고 수확량이 늘어나면 판매 지역을 늘릴 계획”이라며 “포장에 조합의 문구를 적어 넣고 품질을 보증하는 각 해당 농가의 스티커를 붙인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조합이 직접 농업기술원과의 제휴해 블루베리 재배기술을 배워 전국 블루베리 농장에 전파할 생각이다.

종자도 150여 종을 심어 10~11월에도 수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중 40%는 냉동 저장해 1년 내내 유통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전북 고창하면 복분자가 생각나는 것처럼 강릉하면 블루베리가 떠오를 수 있는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며 “전국에 있는 블루베리 농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마중물협동조합 -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쳐황사가 심했던 3월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에 있는 김준남 할아버지댁 앞에 1t 트럭 한 대가 섰다. 4명의 장정이 트럭에서 내려 폐지를 싣기 시작했다.

김 할아버지가 한 달이 넘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모은 폐지다. 다리가 불편한 그의 아내 정옥림 할머니도 함께 일을 도왔다. 어른 4명이 30분 정도 끙끙거리며 작업을 하자 트럭 한 대가 금새 찼다.

할아버지는 행여나 종이 한 장이라도 흘릴까 노심초사 트럭 곁을 지켰다. “한 10만원이나 되려나?” 김 할아버지가 묻자 정 할머니는 “안 되지. 잘해야 6만원 정도 나올 걸” 하고 받는다. 폐지를 실은 트럭은 5분여를 달려 한 고철공장에 도착했다. 무게를 다는 작업을 거친 후 김 할아버지가 받은 돈은 6만7000원. “할멈 말이 꼭 맞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날 할아버지의 폐지 수거 작업을 도운 사람들은 마중물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마을 노인들이 폐지·고철을 모으면 조합원들이 고철 공장으로 옮겨 파는 걸 돕는다. 조합이 없었다면 이날 김 할아버지가 받은 돈 중 2만원은 고스란히 트럭을 빌리는 데 내야 했다. 이날 김 할아버지는 폐지 값으로 1kg 당 120원 정도를 받았다. 다른 곳에 비해 후하게 값을 쳐 준 것이다. 고철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 역시 조합원이기에 가능하다.

폐지 줍기는 신가동 노인들의 중요한 일자리다. 최근에는 그마저도 경쟁이 심하고 폐지 값이 급락해 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많다. 이를 위해 신가동 마을 주민이 나섰다. 평소 주변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올 2월 협동조합을 만들어 돕기로 한 것이다. 116명이 작게는 2000원 많게는 200만원씩 출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1400만원이다. 사실 마중물협동조합 조합원은 자원봉사자에 가깝다. 각자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한다.

고철 가게 대표가 조합 사무실을 차릴 수 있는 공간을 기부하고, 건설업자가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 각종 철판을 제작하는 공장 운영자는 노인들이 폐지를 주울 때 쓸 리어카를 직접 제작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틈이 날 때마다 폐지를 수거해 되파는 일을 돕는다. 양동일 마중물 협동조합 이사장은 “모든 조합원이 ‘마중물’이라는 고물상의 직원이 됐다”며 “어디든 다니다가도 재활용품만 보이면 주워다가 팔아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의 차 안에도 각종 쇠붙이와 건축 자재 등 고철이 가득했다. 최근에는 수입원을 늘리기 위해 직접 관공서·기업·학교 등을 다니며 영업을 한다. 재활용품을 싼값에 사와 되팔아 수입을 남기는 작업이다. 헌 옷을 모아 바자회에서 파는 것도 중요한 수익 사업 중 하나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운영비 일부를 제하고 조합에 속한 노인들에게 나눠준다.

2월에는 처음으로 수익을 내 15명의 노인에게 현금 5만원과 쌀 10kg씩을 줬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비록 직접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밝고 명랑한 마을 분위기를 만드는 게 서로 좋은 것 아니냐”며 “고물상 사업이 잘 되면 나중에 출자금에 따른 배당금이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 배당금을 바라고 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조합 설립의 산파 역할을 한 김형준 신가동장은 “마중물은 아주 독특한 형태의 협동조합이라서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이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좋은 뜻을 가진 주민이 많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6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7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8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9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실시간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