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 천덕꾸러기 아파트 1층 귀한 몸
Real Estate - 천덕꾸러기 아파트 1층 귀한 몸
#1. 김모 치과원장은 최근 서울 월계동의 아파트 1층을 매입해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월세로 임대했다. 이전 집주인이 급하게 팔 사정이 있어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다. 어린이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로열층이라고 불리는 단지 내 다른 아파트보다 월세를 비싸게 받았다.
김 원장은 “아파트 매입에 든 돈을 은행에 넣었을 때 나오는 이자보다 월세 수입이 더 많기 때문에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급매물을 잡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도 매입 가격보다는 오를 것으로 보여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 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를 포함해 아들 셋을 키우는 권모씨는 예전에 살던 8층 아파트를 팔고 인근 단지 1층으로 이사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랫집 눈치 보느라 아이들에게 자꾸 조용히 하라는 말만 하다 보니 아이들도 주눅 드는 것 같아 아예 1층으로 이사했어요. 집 앞에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도 좋아하고 나도 엘리베이터 기다릴 일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어 편합니다.”
살인사건 부른 층간 소음 걱정 없어아파트 단지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1층이 재조명 받고 있다. 1층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올해부터 모든 연령 무상보육 시행 등으로 보육예산이 증가하면서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는 1층 수요가 늘었다. 또 살인사건까지 날 정도로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1층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존 아파트뿐 아니라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1층은 더 이상 기피대상이 아니다. 최근 경기 파주시 파주푸르지오와 서울 금호동 서울숲2차푸르지오 단지의 경우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1층이 모두 소진됐다. 파주푸르지오는 5년간 미분양이었으나 드디어 집주인을 찾은 것이다. GS건설 김동성 분양소장은 “꼭 1층을 계약하겠다는 다자녀 가정이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 1층은 과거 1층과는 격이 다를 정도로 새로운 기술과 설계이 적용됐다. 지난해 11월 경기 동탄2신도시 2차 분양 당시 13.8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는 금성백조주택의 전용면적 84㎡ 1층이었다. 총 14가구 모집에 194명이 몰리는 인기를 누렸다. 1층을 획기적으로 복층으로 설계한데다 1층에만 넓은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한 게 주효했다.
광주광역시 광천 e편한세상 1층은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테라스 공간 38㎡가 덤으로 조성됐다. 나무와 화초를 가꾼 정원에 파라솔까지 설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 전농동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1층을 기둥만 남기고 빈 공간으로 만드는 필로티 설계 등을 적용해 1층 집을 일반 아파트 2~3층 높이에 배치했다. 사생활 침해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단지 내 조경시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권까지 확보했다. 이 같은 특화 전략에 힘입어 일부 로열층은 아직도 미분양이 남아 있지만 전용면적 59㎡, 84㎡형 1층 집은 100% 분양됐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온 1층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설계가 많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는 지하를 이용한 1층 특화 설계가 특이하다. 지하에 독립공간을 추가한 복층형 설계로 계약자들이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을 하나 더 제공한다. 1층 13가구는 전용면적 115㎡·131㎡로 구성돼는데 지하 서비스 공간은 16~23㎡나 된다. 인접한 방이 없기 때문에 소음 피해가 거의 없고, 자녀방 옆 알파룸에 설치되는 계단을 통해 손쉽게 이동할 수 있어 개인 화실이나 공방 등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1층의 변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1층에 대한 새로운 수요층이 생기면서 1층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줄었다. 그동안 1층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 프라이버시 침해와 도난 위험, 그리고 어둡다는 점은 1층을 높이는 필로티 설계로 보완했다. 오히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엘리베이터 범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다른 층보다 창을 통해 집안으로 도둑이 들어오기 쉬울 것이란 생각이 많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고 밖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요즘 새로 짓거나 지을 아파트는 단지를 공원처럼 꾸미는 게 특징이다. 잘 가꿔진 정원과 공원 조망권을 내 집 앞 마당을 보듯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1층이 다른 층 아파트에 비해 값이 싸다는 점 역시 부각된다. 대개 1층은 분양가 자체가 다른 층과 다르게 매겨지기 때문에 입주 후 매매 때도 다른 층에 비해 가격이 낮다.
통상 로얄층이라고 불리는 아파트에 비해 10~15%가량 낮다. 층간 소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만 19세 이상 남녀 1234명을 상대로 층간 소음 문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나 연립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929명 중 42%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집에 항의한 적이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26%가 ‘있다’고 답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이사를 고려한 경험에 대해서는 17%가 ‘있다’고 응답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간 다툼이 심해지다 보니 아예 1층을 찾는 수요자가 늘었다”며 “필로티 등으로 1층의 단점이 보완되고 내년부터 1층 가구만 지하층을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각종 혜택이 더해져 아파트 1층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조권·조망권 문제 있는지 따져봐야1층 아파트를 고를 때는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우선 필로티 적용이 안 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같은 단지 내 아파트라도 될수록 높은 지대에 있는 1층이 일조권 면에서 유리하다. 또 나무가 아파트와 너무 가깝게 심어져 있는 1층은 피하는 게 낫다. 나무에 가려 집안이 어둡기 때문이다. 단지 내 주민들 동선도 살펴야 한다. 단지 내 주민들이 주로 다니는 길가에 있는 1층은 아무래도 생활 소음이 다른 곳보다 심할 수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세를 놓을 목적으로 1층을 알아보는 경우라면 중소형 아파트 위주의 단지가 좋다. 물론 단지 내에 다른 어린이집이 몇 개나 더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어린이 집의 특성상 단지 내에 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로티가 적용된 단지라면 앞 동과의 거리나 앞 동이 들어선 방향도 따져봐야 한다. 필로티 적용 단지는 대부분 20층 이상의 고층 단지가 많기 때문에 앞 동과 가까울수록 앞 동 그림자 때문에 일조권이 방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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