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ONEY&INVESTING - 아파트·중국으로 돈 벌어 채권에 묻어뒀다

MONEY&INVESTING - 아파트·중국으로 돈 벌어 채권에 묻어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T 버블 붕괴, 미국 9.11 테러,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담보대출) 사태,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자산가들의 투자 판도가 바뀌었다. 시장 변화를 재빨리 간파한 부자들은 자산을 지키고 늘렸다.

지난 10년 동안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는 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300%대의 상승률을 보였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7배 올랐다. 그동안 한국부자들의 필수 재테크 중 하나가 부동산 투자였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와 개발 제한, 인구구조 변화, 세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투자 대상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국내외 경제 변화 속에서 과거 10년 동안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은 어떻게 변했는지,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봤다.



2003년 저금리·증시침체 속 - 수익형 부동산 반짝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2003년 시중 금리는 건국 이래 최저란 말이 유행했다. 은행의 1년제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3% 초반까지 떨어져 세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 보다 낮은 ‘마이너스 금리’였다. 주식시장은 미국·이라크 전쟁,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 분식회계, 카드사 부실 사태 등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률이 기대되는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했다.

2003년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내세웠으나 정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서울시 뉴타운 개발 정책이 발표됐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당초 뉴타운 개발 사업은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강북지역을 강남과 같은 인프라와 주거환경 개선을 하겠다는 취지로 길음·은평·왕십리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 투자 정보가 빠른 부자들은 이곳 부동산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냈다.



2005~2007년 코스피 상승기 - 브릭스 펀드·중대형 아파트 선호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성장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들어섰다.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많았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인 이익구조의 불안정성이 완화되고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돈의 힘이 컸다. 경제 펀더멘털 약화라는 외형적 악재를 뚫고 주가가 치솟았다. 주식 투자 관련 재테크 열풍이 일었다. 그 결과 운용사에 몰린 자금이 270조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브라질 등 4개 대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라는 용어가 일반화됐고, 브릭스펀드와 국내 증시 투자수익률은 연 평균 30%에 달했다. 2007년 말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세계시장을 흔들기 전 코스피 지수는 2000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은 높은 분양가와 재건축 이슈를 기반으로 서울 강남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 몸값이 올랐다. 공급부족과 베이비 부머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주요 요인이다.

재력있는 40, 50대 베이비부머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찾으면서 이들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의 지속적인 안정화 대책으로 2006년 정점을 찍고 상승세가 꺾였다. 이 시기 빚을 얻어 무리하게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서브프라임 이후 중산층 붕괴의 희생자가 됐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 중국 펀드에 돈 몰려

서브프라임 사태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글로벌 투자금융사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자산가치 폭락을 알리는 전조였다. 주택가격 거품이 가라앉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이용자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연쇄부도가 발생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국내외 금융시장은 여전히 투자 분위기가 뜨거웠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며 증시를 이끈 미래에셋증권은 중국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인사이트펀드를 출시한다. 선보인 지 10일 만에 4조원이 몰렸다. 당시 거액 자산가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은 인사이트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묻지마 펀드’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박람회라는 호재를 기반으로 단기 급등세를 보인 중국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한 인사이트펀드는 중국증시 폭락과 함께 반토막 펀드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묻지마 투자의 위험과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 맞춤 상품 자문형랩상품 인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재정 상태가 나빠진 미국 기업들은 해외투자금을 환수하기 시작했고 달러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달러 가치 급등으로 여러 나라 국가 경제가 파탄 났다. 국내외 증시가 최저점을 기록하게 된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 폭락을 가져왔다. 국내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값도 주저앉았다.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부자들의 자산가치도 하락했다. 투자 원칙을 지킨 자산가들은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건정성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됐다. 그동안 큰 위험 없이 방만한 경영을 해온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유동성 부족으로 잇따라 무너졌다. 이때 IT·자동차·조선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늘었다. 한국의 채권은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필두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사와 은행 PB센터에서 부자고객을 상대로 집중 판매한 자문형 랩상품과 압축포트폴리오형 펀드는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30%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011년 그리스 사태 이후 - 브라질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그리스로 대표되는 유로존 재정위기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재정 취약이 가져온 것으로 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진 빚이 문제였다.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연금이 원인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문제가 가시화됐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국내 경제에 환율 상승과 수출 감소라는 악재로 작용했고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리스 사태 이후 부자들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졌다. 주식 등 위험자산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했다. 국내 채권 중에는 국공채·우량회사채·물가연동채권 등을 선호했다.

해외채권은 브라질 국채 등 이머징 시장 채권에 투자했다. 평균 수익률은 8%대로 국내 정기예금 대비 높은 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은 국내 저축은행까지 영향을 줬다. 부실자산이 늘면서 건전성 악화로 문을 닫는 저축은행이 늘었다.



앞으로 10년 -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매력

세계경제는 여전히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내 시장의 앞날은 밝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경제의 소비와 투자 개선, 양호한 재정 여건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오랜 침체로 공포 분위기지만 새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과 주택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대응 등이 기대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증시는 새 정부의 경기부양과 글로벌 경제환경 호전 등으로 다른 자산대비 투자매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유망 업종지수에 투자하는 ETF펀드와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모주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수익형 부동산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세종시 등 공공기관 이전 지역을 비롯해 계획 도시의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길 권한다. 글로벌 시장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의 우량채권이 매력이다. 절세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올해 6월 발행 예정인 물가연동채권의 공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0년의 투자 변화를 통해 성공적인 재테크 원칙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돈이 지나가는 길목을 선점해야 한다. 돈을 쫓는 투자가 아니라 미리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를 찾아야 한다. 둘째,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남들이 수익을 올린 상품에 따라 하는 상투잡기 투자나 묻지마 투자는 리스크가 높다. 먼저 정보를 찾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대상을 찾아 저점 분할투자 등 원칙을 세워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분산투자를 권한다. 특정 자산에 몰빵해서 낭패를 본 투자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분류하고 자산을 나눠서 투자한다면 시장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전하게 이익을 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실시간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