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HEALTH - 전자담배는 해롭지 않다고?
FEATURES HEALTH - 전자담배는 해롭지 않다고?
2008년 8월 1일 진짜 담배로는 마지막 한 개비를 천천히 즐겼다. 워싱턴 유니언역 앞이었다. 곧 필라델피아행 기차를 타야 했다. 마지막 한 모금을 깊이 들이 마셨다. 아쉽지만 담배를 쓰레기통 옆면에 비벼 끈 뒤 꽁초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제 담배와 이별이었다. 물론 금단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니코틴 껌과 시나몬 스틱은 가방 속에 챙겼다.
담배를 끊기 사흘 전 의사(바싹 마른 힌두교 신자로 이름이 파텔이었다)는 내게 담배를 계속 피우면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정도는 나도 감 잡고 있었다. 담뱃갑에 인쇄된 경고문, 의학 문헌, 법원이 명한 금연운동, 친구와 가족의 걱정은 차치하고라도 모든 흡연자는 잘 안다. 습관적 끽연은 자살행위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골초 중의 골초였다. 양치 전과 후, 커피를 마시면서, 디저트를 먹은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전화를 걸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늘 담배를 물었다. 축농증, 두통, 고혈압, 천식, 기침에 시달렸다. 담배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피워댔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은 그 쓰라린 진실을 알고 있는 것과 의사에게 직접 경고를 듣는 것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 파텔의 진단을 계기로 드디어 금연하기로 단단히 마음 먹었다. 그 여름 날 필라델피아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역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그토록 오래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를 해온 어머니에게 난 마침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면 누구나 니코틴 중독을 극복한 내 의지와 용기를 칭찬해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점진적인 자살행위’를 그만두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금연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제는 어린이 암연구를 지원하는 마라톤을 뛴다고 말해야 정답일 게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담배를 끊자 잔인한 박탈감이 엄습했다. 담배만큼 좋은 게 없다는 말이 아니라 직업이 기자인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나은 중독이 없다는 뜻이다. 기자가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은 죽치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기자회견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중요한 인물이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취재원이 카페에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청문회가 속개되기를 기다린다.
글쟁이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긴 기다림 속에서 흡연은 손과 입을 사용해 무료함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니코틴도 있다. 니코틴은 각성제인 동시에 중독자에게는 날카로운 신경을 진정시켜 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다시 말해 마감시간에 쫓겨 글을 써야 하는 기자에게 완벽한 마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담배의 ‘좋은(?)’ 점은 알코올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술과 담배의 혼합에는 저녁 시간에 기분을 띄워주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금연 후 첫 몇 달 동안 니코틴이 몹시 당겼다. 처음엔 니코틴 껌, 그 다음엔 니코틴 사탕, 나중엔 니코틴 패치도 시도했다. 결국 니코틴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포도주를 마시며 니코레트 껌을 씹어보면 내 말뜻을 알거다.
그러다가 금연 2년이 넘은 어느 날 저녁 기막힌 담배 대용품을 발견했다. 중동에서 막 돌아온 친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그 친구가 칵테일을 홀짝이며 펜과 궐련용 파이프를 합쳐놓은 것처럼 보이는 물건을 꺼내더니 입에 대고 한 모금 빨았다. 전자담배였다. 여러 면에서 말 그대로 기적과 같았다. 그 친구는 금연 규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실내에서 피울 수 있었다. 화학적으로 처리된 담배를 태운 연기를 폐로 들이마시지도 않았다. 단지 니코틴이 약간 가미된 증기를 마실 뿐이었다.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실제로 해보니 환상적이었다. 폐나, 비강, 순환계를 망가뜨릴 위험 없이 언제든 원할 때 피울 수 있었다. 옷에서 허름한 술집의 퀴퀴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드디어 암세포를 속아넘길 수 있는 멋진 수단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술 한잔을 즐기는 기쁨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자담배는 어디서든 피울 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실외에서 담배를 피우느라 덜덜 떨 필요가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회의 도중에도, 식당에서도 가능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흡연의 황금기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영화관에도 재떨이가 있었던 그 시절 말이다.
곧 과거 진짜 담배에 중독됐을 때처럼 이제는 전자담배에 의존하게 됐다. 옛날처럼 광적으로 끊임없이 물지는 않지만 일회용 전자담배 없이는 집을 나서지 않는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꺼내 물진 않지만 주로 커피를 마시며 몇 모금 빨았다. 가끔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럴 때 난 “이건 전혀 해롭지 않은 증기(It’s just harmless vapor)”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암세포를 속일 수 있는 완벽한 구멍을 찾았다고 믿으려 애쓰면서 몇 년이 지난 뒤 과연 그런지 진실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결과 요즘 의학연구의 일치된 견해는 이랬다. 전자담배가 진짜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고, 담배 의존증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건강상 위험이 없지는 않다.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외에도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일반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된다(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고 분류한 물질이다. 그러나 거기에 문제가 있다. 프로필렌 글리콜에 관한 연구 대부분은 식품첨가제로 섭취했을 경우에 초점을 맞춘다. 증기로 들이마셨을 때, 하루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들이 마셨을 때의 효과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FDA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효험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The safety and efficacy of e-cigarettes have not been fully studied). ... 니코틴을 비롯해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어느 정도 흡입하는지 알 길이 없다(have no way of knowing how much nicotine or other potentially harmful chemicals are being inhaled during use).”
내가 사용하는 전자담배를 만드는 회사 크레이브는 웹사이트에서 그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니코틴(“캘리포니아주에서 선천성 결손이나 다른 생식적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과 프로필렌 글리콜(“FDA의 안전한 물질 목록에 올라있다”)이 함유돼 있으며 “금연 보조제가 아니다(not an aid for smoking cessation)”라고만 나와 있다. 크레이브사는 자사의 전자담배가 “혁명적이며 혁신적”이라고 강조한다. 그 점은 나도 동의한다.
메이요 클리닉의 금연상담소 토바코 퀴트라인(Tobacco Quitline)을 운영하는 로웰 데일 박사는 훨씬 강한 경고를 했다. 그는 액상 프로필렌 글리콜은 “자동차에 넣는 부동액(antifreeze)과 비슷하다”고 내게 말했다.
“전자담배는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 potential is that they are harmful). 물론 그런 제품에는 진짜 담배보다 니코틴 양이 적으며, 또 실제로 불을 붙여 태우지 않기 때문에 진짜 담배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세물질을 들이마시진 않는다(I think there is less nicotine in those products, and they are not combustible, so you are not getting all the particulate matter you get from cigarettes).
하지만 전자담배의 장기 사용 결과에 관해서는 우린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we are just being very cautious about the long-term consequences of its use). 그 제품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It comes out of China). 규제되지 않는다(It’s unregulated). 제품이 카트리지마다 다르다는 증거가 많다(There is a lot of evidence the products vary from cartridge to cartridge).”
이런! 중국산 부동액을 들이마시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난 전자담배로 저승사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Here I was thinking I was cheating death when I was more likely inhaling Chinese-made antifreeze). 차라리 시나몬 스틱이 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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