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임대시장 지형 흔든다
월세가 임대시장 지형 흔든다
부동산 침체, 저금리 기조에 주택 월세 전환 급증 … 임대 정책 바뀌어야
임대시장서 월세 비율 전세 역전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전세금이 크게 올랐지만 집주인들이 좀 더 수익성이 좋은 월세로 눈을 돌려서다. 보증금 없이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는 순수 월세, 보증금을 일부 내고 월세도 내는 이른바 ‘반(半)전세(보증부 월세)’가 부쩍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주택 전세 비율은 23.9%, 월세 비율은 15.5%였다. 그러나 2010년에는 전세가 21.7%로 줄었고 월세는 20.1%로 바뀌었다. 전세와 월세의 비율이 엇비슷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자가 주택 비율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 월세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1~2년 새 월세 비율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거래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에 이뤄진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이 42.3%를 기록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월세 비율이 4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월 2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해 33~36%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통계는 주민센터에서 확정 일자를 부여 받은 전·월세 거래를 집계해 작성한다. 보증금이 전혀없는 무보증부 월세나 한꺼번에 1년치 월세를 내는 사글세(일명 깔세)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 월세 거래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월세 비율이 전세를 추월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부동산 업계 이야기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주택 임대 방식이다. 주택 소유자와 임대인 간에 발생하는 일종의 사(私)금융이다. 전세에 대한 첫 기록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유엔(UN)의 도움을 받아 최초로 실시한 인구총조사 자료에 나와 있다.
당시 기록엔 ‘차가(借家)’라고 쓰여 있다. 당시 전체 380만 가구 중 22만여 가구(5.88%)가 차가 형태였다. 지금의 월세인 ‘셋방’은 40만8700가구였다. 전세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1970년대 중반 고도성장과 함께한다. 살림살이가 핀 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다.
전세는 아파트 값 급등기의 한국적 특수성당시엔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기업에만 돈을 빌려줬을 뿐 가계금융은 등한시했다. 이 때 나타난 것이 전세보증금이었다.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대신 주택구입을 위한 무이자 대출을 받는 셈이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받은 돈으로 집을 사 시세차익을 얻고,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었다.
고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은행의 주택금융이 허용되자 전세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전세 끼고 집 사기’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월세 비율이 높아진 건 경기 침체와 저금리가 핵심 요인이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져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철오 부자엄마리얼티 대표의 설명이다. “몇 해 전만 해도 통상 3년 거치기간동안 이자만 내고 근근히 살다 보면 이자비용을 빼더라도 집값 상승분이 휠씬 많았다. 원금 상환이 돌아오기 이전에 이미 집을 처분하고, 차익을 실현하면 그만인 것이다.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 없이 이자만 지불하면서 집을 갈아타는 전략이 잘 통했던 시기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거치 기간만 채우고 집을 팔면 상승은 고사하고 금융이자만 지불한 격이 되기 쉽다. 집은 내 소유였으나, 오히려 월세를 사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것이다.”
저금리 기조도 월세 전환의 주요 배경이다.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가 연 3~4% 수준에 그친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투자하자니 경기 침체로 리스크가 크다. 차라리 월세 수익을 거두는 게 낫다는 심리가 전반적으로 퍼졌다. 최근 월세 이율은 연 7~8% 정도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2년 새 평균 15%가량 올랐다. 예를 들어 2년 전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의 경우 6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6000만원을 연 7~8% 이율을 적용해 월세로 돌리면 집주인들은 매달 35만~40만원 가량 받을 수 있다.
‘월세 저항감’ 완화할 정책 필요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월세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전세금이 집값의 60~70%로 오른 경우도 있어 2년 후 전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집주인도 많다. 융자를 낀 경우엔 보증금을 줄여 역(逆)전세난을 해소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집 가진 빈자로 불리는 ‘하우스 푸어’에게도 월세 전환 흐름은 반가운 일이다. 보통 주택이 경매에 넘겨지는 건 소액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기때문인데, 월세를 이자 납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세입자가 전세보다 월세를 원하는 사례도 늘었다. 거액의 전세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껴 월세를 선호한다. 특히 전세가율이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깡통주택’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월세를 활용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전세 재계약 때 반전세로 갈아타는 전략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자료에도 수도권 전세입자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은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이 3월 초 내놓은 ‘전·월세시장의 전망과 리스크’ 보고서에선 전세가비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하우스 푸어’ 위험이 ‘렌트 푸어’에게 전이되고 있다며 깡통전세에 몰릴 수 있는 가구수를 19만 가구로 추정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전국 515만 가구 중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를 초과하는 집이다.
연구원은 특히 이들 가구가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의 평균 20%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월수입이 월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 상황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월세 전환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세입자들의 월세에 대한 저항감은 여전하다. 전세자금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보다 월세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데 대한 심리적 반발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월세의 경우 저축 여력이 떨어지면서 자본을 축적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금 폭등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깡통주택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월세 전환 기피 경향은 여전하다”며 “정부가 세입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 지원한다거나 주택바우처를 통해 보조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월세 세입자를 위한 보호 대책은 거의 없는 편이다. 각종 제도가 아직 전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월세만 있는 해외 선진국이 대부분 갖춘 공정임대료제(물가 상승과 기존 임대료를 고려해 적정 임대료를 산출)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박사는 “현행 임대차 보호법과 정부의 전월세대책은 주로 전세가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주거비 보조 등 월세가구 지원을 위한 선진국형 임대차 제도로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세 확대에 맞춰 새로운 임대차 시장 정책을 추진한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형태의 ‘주택 바우처’ 제도를 내년부터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도 추진한다. 잠재적 임대 사업자인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해 민간 부문에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야당이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차 발의했지만 임대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 분쟁 소지가 있어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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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한국 특유의 주택 임대 방식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발생하는 일종의 사(私)금융이다. 집주인은 목돈을 받고,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어 공생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전세보다 수익성이 좋은 월세로 임대 방식을 바꾸는 집주인이 늘었다.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인 ‘반(半)전세(보증부 월세)’도 유행이다. 월세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임대수익 사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분다. 월세 세입자를 지원·보호하는 정부 대책도 시급하다.
서울 봉천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3월 25일 만난 이홍석(가명)씨는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2년 전 결혼한 그는 집을 좀 넓혀볼 요량으로 2주째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뒤지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소형 아파트다. 그러나 발품을 팔아도 전세로 나온 소형 아파트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는 “결혼 당시 원룸 반전세를 얻어 살았는데 월세로 나가는 돈이 너무 아깝고 아이도 태어나 좀 더 큰 평수를 찾고 있다”며 “그동안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포함해 1억 8000만원 정도 마련했지만 전세금이 너무 올라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을 좀 더 올리고 월세를 줄이는 방법을 택해야겠지만 집주인들은 대부분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시장서 월세 비율 전세 역전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전세금이 크게 올랐지만 집주인들이 좀 더 수익성이 좋은 월세로 눈을 돌려서다. 보증금 없이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는 순수 월세, 보증금을 일부 내고 월세도 내는 이른바 ‘반(半)전세(보증부 월세)’가 부쩍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주택 전세 비율은 23.9%, 월세 비율은 15.5%였다. 그러나 2010년에는 전세가 21.7%로 줄었고 월세는 20.1%로 바뀌었다. 전세와 월세의 비율이 엇비슷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자가 주택 비율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 월세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1~2년 새 월세 비율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거래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에 이뤄진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이 42.3%를 기록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월세 비율이 4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월 2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해 33~36%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통계는 주민센터에서 확정 일자를 부여 받은 전·월세 거래를 집계해 작성한다. 보증금이 전혀없는 무보증부 월세나 한꺼번에 1년치 월세를 내는 사글세(일명 깔세)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 월세 거래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월세 비율이 전세를 추월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부동산 업계 이야기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주택 임대 방식이다. 주택 소유자와 임대인 간에 발생하는 일종의 사(私)금융이다. 전세에 대한 첫 기록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유엔(UN)의 도움을 받아 최초로 실시한 인구총조사 자료에 나와 있다.
당시 기록엔 ‘차가(借家)’라고 쓰여 있다. 당시 전체 380만 가구 중 22만여 가구(5.88%)가 차가 형태였다. 지금의 월세인 ‘셋방’은 40만8700가구였다. 전세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1970년대 중반 고도성장과 함께한다. 살림살이가 핀 서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다.
전세는 아파트 값 급등기의 한국적 특수성당시엔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기업에만 돈을 빌려줬을 뿐 가계금융은 등한시했다. 이 때 나타난 것이 전세보증금이었다.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대신 주택구입을 위한 무이자 대출을 받는 셈이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받은 돈으로 집을 사 시세차익을 얻고,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었다.
고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은행의 주택금융이 허용되자 전세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전세 끼고 집 사기’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월세 비율이 높아진 건 경기 침체와 저금리가 핵심 요인이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져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철오 부자엄마리얼티 대표의 설명이다. “몇 해 전만 해도 통상 3년 거치기간동안 이자만 내고 근근히 살다 보면 이자비용을 빼더라도 집값 상승분이 휠씬 많았다. 원금 상환이 돌아오기 이전에 이미 집을 처분하고, 차익을 실현하면 그만인 것이다.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 없이 이자만 지불하면서 집을 갈아타는 전략이 잘 통했던 시기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거치 기간만 채우고 집을 팔면 상승은 고사하고 금융이자만 지불한 격이 되기 쉽다. 집은 내 소유였으나, 오히려 월세를 사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것이다.”
저금리 기조도 월세 전환의 주요 배경이다.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가 연 3~4% 수준에 그친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투자하자니 경기 침체로 리스크가 크다. 차라리 월세 수익을 거두는 게 낫다는 심리가 전반적으로 퍼졌다. 최근 월세 이율은 연 7~8% 정도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2년 새 평균 15%가량 올랐다. 예를 들어 2년 전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의 경우 6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6000만원을 연 7~8% 이율을 적용해 월세로 돌리면 집주인들은 매달 35만~40만원 가량 받을 수 있다.
‘월세 저항감’ 완화할 정책 필요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월세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전세금이 집값의 60~70%로 오른 경우도 있어 2년 후 전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집주인도 많다. 융자를 낀 경우엔 보증금을 줄여 역(逆)전세난을 해소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집 가진 빈자로 불리는 ‘하우스 푸어’에게도 월세 전환 흐름은 반가운 일이다. 보통 주택이 경매에 넘겨지는 건 소액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기때문인데, 월세를 이자 납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세입자가 전세보다 월세를 원하는 사례도 늘었다. 거액의 전세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껴 월세를 선호한다. 특히 전세가율이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깡통주택’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월세를 활용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전세 재계약 때 반전세로 갈아타는 전략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자료에도 수도권 전세입자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은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이 3월 초 내놓은 ‘전·월세시장의 전망과 리스크’ 보고서에선 전세가비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하우스 푸어’ 위험이 ‘렌트 푸어’에게 전이되고 있다며 깡통전세에 몰릴 수 있는 가구수를 19만 가구로 추정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전국 515만 가구 중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를 초과하는 집이다.
연구원은 특히 이들 가구가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의 평균 20%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월수입이 월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 상황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월세 전환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세입자들의 월세에 대한 저항감은 여전하다. 전세자금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보다 월세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데 대한 심리적 반발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월세의 경우 저축 여력이 떨어지면서 자본을 축적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금 폭등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깡통주택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월세 전환 기피 경향은 여전하다”며 “정부가 세입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 지원한다거나 주택바우처를 통해 보조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월세 세입자를 위한 보호 대책은 거의 없는 편이다. 각종 제도가 아직 전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월세만 있는 해외 선진국이 대부분 갖춘 공정임대료제(물가 상승과 기존 임대료를 고려해 적정 임대료를 산출)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박사는 “현행 임대차 보호법과 정부의 전월세대책은 주로 전세가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주거비 보조 등 월세가구 지원을 위한 선진국형 임대차 제도로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세 확대에 맞춰 새로운 임대차 시장 정책을 추진한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형태의 ‘주택 바우처’ 제도를 내년부터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도 추진한다. 잠재적 임대 사업자인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해 민간 부문에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야당이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차 발의했지만 임대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 분쟁 소지가 있어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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